[04.10] 니스에서 라 스페치아로

Posted 2013. 9. 2. 00:30

 기차표가 남았는지 찾아보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인터넷이 너무 느렸다. 한 페이지 들어갈 때마다 5분 이상은 걸리는 거 같았다. 안 되겠어서 숙소를 나와 기차역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하니 역시나 줄이 길었다. 니스에서 라 스페치아까지 가는 열차를 모두 예매하려고 창구로 가야 했는데, 줄이 기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기계를 통해 이탈리아 국경 지방까지 한 번에 가는 열차만 예약했다.

 시간이 좀 남았기에 니스를 구경하기로 했다. 니스 시내 쪽을 구경할 줄 알았는데 일행이 해변을 걷자고 했다. 어제 살짝이나마 본건데... 결국 니스에 와서 니스 구경은 제대로 못 하는구나.ㅋ 해변을 정처 없이 걷다가 시간이 되어가는 거 같아 숙소로 향했다. 그러다가 프랑스에서 와인 하나 안사기 뭐하다며 와인 가게로 향했다. 와인 두 병 구입. 와인가게 나와서 동생이 하는 말이, 서둘러야 된다는 것. 내가 시계가 없어 진즉 확인하지 못한 불찰이었다.


<예전부터 마카롱이 뭔지 궁금했는데, 그냥 매우 단 과자였다.>


<어제도 봤던 니스 바다>


<그래도 이 바다만으로도 니스에 대한 평점은 매우 높게 매길 수 있다.>


 숙소를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갔는데 버스가 언제 도착할 지 정확히 모르고, 버스도 좀 돌아가는 경로기에, 매우 빠듯하지만 걷기로 했다. 55분 출발 열차인데 역에 56분 도착. 안 되는 거였다. 그나마 다행인건 예매했던 표로 다음 열차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아찔한 순간이었는데 천만다행이었다.

 이탈리아에 도착. 제노바로 가는 기차로 갈아타고, 제노바에서 다시 라 스페치아로 가는 열차를 타야했다. 처음 탄 이탈리아 열차는 독특했는데, 열차 한 량이 여러 방으로 구분되었고, 각 방은 6자리로, 3자리씩 마주 보는 구조였다. 그런데 캐리어를 따로 둘 공간이 없었다. 좌석 위로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원래 타고 있던 여자는 우리가 다 큰 캐리어를 끌고 오자 기겁한 듯 다른 방으로 옮겨갔다. 제노바까지는 다행히 6자리를 네 명이서 갈 수 있었다. 제노바에서 라 스페치아로 갈 때는 6자리 꽉 찼기에 일단 복도에 캐리어를 세워 놨다. 그러나 먹을 걸 파는 직원이 카트가 지나갈 수 없고, 원래 복도에 짐 놓으면 안 된다고 하여 간신히 방 안으로 짐을 옮겼다. 이 기차를 타고 앞으로도 이런 거 탈까봐 걱정했고, 여행 끝날 때까지 다른 도시에서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으로 기차에 올랐는데, 다행이 이런 열차 칸에 앉은 일은 없었다.

 라 스페치아에 도착. 역에서 10분 거리였는데 숙소를 잘 못 찾느라 헤맸고, 게다가 내 캐리어 바퀴 한 쪽은 고장 났다. 도시 도착해서 숙소까지 가는 길 헤매는 건 어쩔 수 없는 통과의례 같다. 스마트폰이 있어서 바로 한 번에 가고, 그런 적은 거의 없던 거 같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조금 편하기야 하겠지만, 그 도시/마을 지도만 있으면 스마트폰이 있건 없건, 길 찾는 건 거기서 거기 같다.

 숙소는 아비뇽에서처럼 아파트먼트 형식의 호텔이었다. 그러나 말이 호텔이고, 건물 중 한 층, 그것도 일부만 사용하는 숙소였다. 간판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작았고. 무엇보다 취사 시설이 없었다. 프랑스에서부터 무겁게 끌고 온 음식들을 전혀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이탈리아 도착 기념 샴페인>


 주인 할아버지가 괜찮은 곳이라고 근처 식당을 예약해주셨다. 식당 TV에서 유벤투스 vs 바이에른 뮌헨 챔스가 나오고 있었다. 느끼할 거 같은 파스타 하나와 피자 세 판을 주문했다. 드디어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안 음식을 먹게 된 것이었다. 파스타는 좀 느끼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들 느끼했고, 피자는 대 만족이었다. 이게 이탈리아 피자구나. 배불리, 맛있게 잘 먹었다. 그런데 먹은 것보다 좀 더 계산되었다. 이탈리아에는 10~15% 정도 값이 더 붙는다던데, 그거 같기도 하고, 그렇기엔 소수점 없이 35유로 딱 떨어진 것도 이상하고... 친절한 주인이니 우릴 속였을 거 같진 않고... 모르겠다, 맛있게 먹었으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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