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5] 힘든 하루

Posted 2013. 8. 22. 17:26

 동생과 일행 한 명은 10시 버스를 타고 먼저 피궤레스로 가서 달리 미술관(Teatre Museu Dalí)을 구경했다. 그동안 나와 남은 일행은 잠을 더 자고 12시에 맞춰 체크아웃을 했다. 이후 까다꿰스를 돌아다녔는데, 날씨가 흐려서 어제 저녁과 별 다를 거 없는 풍경이었다.


<동생이 찍어놓은 피궤레스 거리>


<달리 미술관 앞>







 3시 버스를 타고 피궤레스에 4시 쯤 도착하니 동생 일행이 거의 딱 맞춰 나타났다. 그런데 동생이 불길한 소리를 했다. 우리가 기차 타고 내리는 역이 렌트카를 받기로 한 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우리가 예매한 열차의 목적지는 님스 역이고, 렌트카는 아비뇽 tgv 역에서 받기로 한 것이다. 님스에서 아비뇽 tgv 역으로 바로 가는 열차가 없어서, 님스 - 아비뇽 중앙역 - 아비뇽 tgv 역의 경로가 추가돼야 했다.

 일단 먼저 피궤레스 역으로 갔다. 그러나 거기서 아비뇽으로 갈 표를 살 순 없었다. 님스 역에 7시 50분 쯤 도착 예정인데 아비뇽 중앙역으로 가는 열차가 8시 24분에 있다고만 알려줬다. 30분 여유시간 동안 간단히 저녁을 사먹으면 될 거 같았다. 피궤레스 역에서 한국인 모녀를 만나 7번 더 탈 수 있는 바르셀로나 교통 카드를 주고 왔다.

 이번 여행에서 tgv는 못 탈 줄 알았는데 이번 기회로 타게 됐다. tgv는 2층 구조로 돼있는 독특한 열차였다. 열차 칸 앞뒤와 중간에 짐을 놓을 곳이 많은 게 인상적이었다.

 tgv가 연착되면서 님스 역에 8시 10분 정도에 도착했다. 동생과 일행 한 명이 허겁지겁 매표소로 가서 표를 사왔다. 그런데 또 문제 발생! 아비뇽 중앙역으로 가는 열차도 5분 연착된다는 것이다. 거의 7분 연착된 거 같다. 9시 반에 렌트카를 받기로 했기에 늦어지는 게 걱정이 되었다. 그곳에서 만나기로 한 새로운 일행을 통해 물어보니 렌트카 영업소는 10시까지 운영한다고 했다. 마음만 다급해졌다.

 아비뇽 중앙역에 도착했는데 오토카, 즉 버스 타는 곳을 바로 찾지 못해 버스 한 대를 놓쳤다. 다음 버스를 탔는데, 다행히 9시 반 근방에 아비뇽 tgv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렌트카 담당자는 예약자인 내 국제면허증, 여권, 신용 카드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신용 카드에서 문제 발생. 오늘 대체 몇 번째 문제 발생이냐. refused가 된 것이다. 체크카드 역시 마찬가지로 안 됐다. 동생 카드로 한다고 하니, 그럼 신청자가 달라져 추가 요금이 발생한단다. 얼마냐고 하니 제대로 말을 안 한다. 재차 물어보니 100유로 정도. ㅠㅜ

 차는 시트로앵 c8을 시켰는데 벤츠가 나왔다. 거의 봉고 같은 차였다. vito. 이런 차는 운전해 본 적이 없어 낯설었다. 게다가 네비도 없고, 외국 운전은 처음이고, 도로도 낯설고.

 헤매고 헤매어 겨우 숙소 도착. 그런데.... 또 또 또 문제 발생!!! 숙소 문이 안 열린다. 늦게 도착한다고 하여 알려준 비밀 번호를 눌렀는데 문이 안 열린다. 숙소로 전화해 겨우 문을 열 수 있었다. 숙소는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특히 화장실이...

 11시가 다 되어갔고 저녁은 못 먹은 상태. 일행 한 명은 계속 근처 슈퍼라도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네비 대충 찍어보고 근처 돌아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난 반대. 저 고장 난 문이 닫히면 열 방법이 없고, 밤도 늦었는데 슈퍼 사갖고 와서 먹고, 씻고 자면 언제 끝날지 모를 밤이다. 그리고 책에서 얼핏 봤는데 프랑스는 가게들이 일찍 닫는다. 앞일을 위해서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일찍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오늘 밤 몇 시간만 배고픔을 참고 자면 될 거 같았다. 결국 내 의견이 받아들여져서 그냥 참고 자기로 결정.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긴 했지만... 배 고픈 건 배 고픈거였다.ㅠㅠ

 스페인의 마지막과 프랑스 첫 날인데, 아쉬움과 설렘을 느낄 시간도 없이 지나간, 진짜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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