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9] 마라케시 탐방

Posted 2013. 6. 8. 16:34

 호텔에서 주는 아침은 괜찮았다. 여러 종류의 빵과 직접 간 오렌지 주스, 커피 한 잔이 나왔다. 커피 향이 독특했다. 이곳 사람들에게서 맡을 수 있는 향 같은 거랄까. (이 표현이 내심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절대 인종 차별의 발언은 아니다.)

 투어 가이드를 만났는데, 내 예상과 달리 어제 나온 운전기사가 아니었다. 백인이어서 프랑스 사람인 줄 알았는데 모로코 사람이었다. 약간 나이가 들고 양복을 입은 말쑥한 옷차림이었다. 숙소 로비에서 지도를 보여주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거라고 설명해주었다.

 먼저 들른 곳은 바히아 궁전(Le Palais De La Bahia)이었다. 먼저 가이드가 마라케시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러나 난 영어가 두 문장만 넘어가면 못 알아듣는다. 대체 이 가이드 뭐라고 하는거야...ㅠㅠ






<바히아 궁전>


<마라케시 거리>


 유대인 거리를 지나 들른 곳은 사아디안 왕조의 무덤(Les Tombeaux Saädiens)이었다. 땅 밑으로 묻고 땅과 거의 평평하게 타일로 덮은 게 특징이었다.


<무덤 위의 거북이>





<화려한 내부에 비해 외관은 투박하게 느껴진다.>


 다음으로 쿠투비아(La Koutoubia)를 방문했다. 원래 다른 게 있었으나 건물이 성지를 향하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철거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태양은 계절마다 달리 비추므로 명분에 불과한 거였다고 설명해주었다.



 모로코 스타일의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소고기와 닭고기 꼬치와 양고기 스테이크를 먹었다. 새우를 곁들인 아보카도 샐러드도 함께 먹었다. 양고기는 그리 크지 않았고, 뼈와 기름이 좀 있었다. 흔히 양꼬치 먹을 때 곁들여진 향신료가 없어서인지 특유의 양고기 냄새가 났다. 그러나 같이 준 겨자 소스와 먹으니 냄새는 큰 문제가 안 되었다. 샐러드로 나온 새우는 매우 작았다. 같이 시킨 음료는 믹스 된 과일 음료였다. 딸기, 바나나, 사과, 아보카도 등이 들어갔는데 아보카도는 잘 느낄 수 없었다.



 이후 시장을 돌아다녔다. 가이드가 스카프와 오일 같은 의약품 상점을 안내해줬는데 커미션을 받는 곳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낮에는 한산한 제마 엘 프나 광장(La Place Jemaa El - Fna)>


<녹색 잠바를 입어서인지 녹색 스카프를 추천해줬다.>


 가이드가 오전에 본 건축 양식과 비슷하고 입장료가 50다람이나 하는 대학교가 있는데 갈 거냐고 했다. 이왕 온 김에 안 보기도 그래서 보자고 했다. 메데르사 벤-유세프(La Medersa Ben - youssef)라는 곳이었다. 가이드 말대로 오전에 본 궁전과 큰 차이는 없는 양식이었다.






<공부방>


 4시 좀 넘어서 가이드와 헤어졌다. 오전에는 설명도 열심히 하고 하는 느낌이었는데, 오후에는 좀 급히 진행하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아이들은 영어 설명을 잘 알아들은 거 같은데 난 10%도 이해 못 했다. 역시 영어는 두 문장 넘어가면 너무 힘들다. 동생은 의외로 잘 알아들었다. 내가 생각한 거 보다 영어 잘 하나보다. 내가 설명을 못 알아들어 이번 글에서 딱히 장소에 관해 쓸 말이 별로 없었다. 장소도 제대로 기억 못 하다가 검색을 통해 사진보고 비교해가며 찾아냈을 정도니...;; 마라케시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고싶다면 Moi Ici님의 블로그 글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20여분 떨어진 까르푸에서 오늘 밤과 사막에서 먹을 먹을거리를 샀다. 3일 사막에서 먹을 걸 생각하면 선택의 폭이 넓진 않았다. 속에 아무 것도 없는 빵 정도? 사과 같은 과일을 사고 싶었는데 보관 상태가 어떨지 몰라 망설여졌다. 동생이 엄마가 사과는 냉장고에 넣고 오렌지는 밖에 그냥 두니 오렌지가 더 나을 거라 했다. 결국 둘 다 샀고 바나나도 샀다. 그리고 빵에 발라먹을 잼도 샀다. 주스도 대여섯 팩 샀다.

 오늘 밤에 먹을 걸로 와인 두 병과 케이크 같은 과자, 빨간 황소 표 치즈, 과자 몇 봉지를 샀다. 맥주는 냉장 보관 여부를 알 수 없어서-방에는 냉장고가 없고, 관리실에서 맡아줄 지 의문- 안 샀다. 미지근한 맥주보단 맛없는 와인이 낫지. 그런데 여행 도중 음식 먹을 때 내 취향과 너무 다른 음식을 먹게 된다. 특히 안주류나 직접 해 먹을 경우가 그런데, 여자애들이 단 거 좋아하고, 과자 같은 간식 유를 좋아해서인 듯하다. 맵고, 짜고, 달고, 기름진 걸 싫어하는 나로선 너무 상극이다. 스페인 음식은 대체로 짜고, 여자 애들은 단거 좋아하고. 게다가 와인을 주로 마시니 미칠 노릇이다. 난 지금까지 내가 가리는 음식 없이 잘 먹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여기 와서 보니 참 가리는 게 많은 모양새다. 진짜 그런 건가.

 저녁은 어제와 다른 식당에서 먹었다. 주로 양꼬치를 먹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시장 입구에 바로 자리 잡은 곳이어서인지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어제는 그냥 먹은 빵을 여긴 돈을 받았고, 오렌지 주스는 어젠 직접 갈아 만든 거였는데 여긴 상용품인 탄산 오렌지 주스를 내줬다. 샐러드도 어제보다 양도 좀 적고 맛도 어제보단 덜 했다. 그리고 우리가 앉은 테이블 옆으로 현지인 여성 두 명이 앉았는데 우릴 보며 키득거렸다. 난 멀리 떨어져있어 자세한 상황은 몰랐는데 우릴 조롱했나보다. 자세한 상황도 모르겠고, 그렇다면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해야지.


<낮과는 다른, 밤의 제마 엘 프나 광장>


<문제의 외국인들. 니네가 내리라고 댓글 달면 내려주겠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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