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7] 세비야 첫 날

Posted 2013. 5. 29. 16:59

 여행에서는 날씨가 그 도시의 기억을 지배한다. 물론 비와서 운치 있을 경우도 있고, 의미 있는 사람과 다녀서 날씨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비 오면 일단 여행 의지가 많이 꺾인다. 게다가 그 도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라면 더더욱.

 사람들이 어디가 좋았냐고 하면 나는 스페인을 꼽고, 남부도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세비야를 떠올리면, 뚜렷한 기억이 없다. 중간에 길게 모로코를 갔다 오느라 흐름이 끊겨서일 수도 있다. 아무튼, 흐릿한 기억 속의 세비야 이야기다.

 모처럼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거의 12시쯤 밖을 나왔다. 중심지로 가니 웅장한 성당과 히랄다(La Giralda) 탑이 눈에 띄었다. 일요일이라 예배 등과 겹쳐 제대로 못 볼 것 같아 다음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 화면에 담기 힘든 세비야 성당>


<세비야 성당과 히랄다 탑>


 알카사르(Alcázar)를 보려고 입구에 도착하니 줄이 길게 늘어져있었다. 햇빛이 강해서 기다리는 게 꾀 고역이었다. 뙤약볕에서 한참을 기다려서 입구에 다다르니 고딕 방은 오늘 안 하고, 몇몇 방은 13시 이후 닫는다는 안내문을 발견했다. 고딕 방과 다른 방들이 정확히 어떤 곳인 진 일행 모두 몰랐지만 같은 돈 내고 못 보는 곳이 있는 건 아쉽다는 생각에, 그리고 내일도 한다는 말을 듣고 도로 밖으로 나왔다. 한 시간 정도 서서 고생한 게 허무하긴 했다.


<알카사르 입구에서 줄 서고 기다리는 중>


  기다리는 도중 어제 엘리베이터 같이 탄 여자 발견. 여기 들어갈 거면 같이 가자고 말할까 생각만 하고 있는 도중 다른 방향으로 사라졌다.ㅋㅋ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투우장(Plaza de toros de la Real Maestranza de Caballería de Sevilla)에 도착했다. 무료인 줄 알았는데 7유로였다. 딱히 볼 건 없을 거 같아서 다른 곳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졌다. 숙소로 돌아가 우산/비옷을 챙겨 나왔다.


<투우장 입구>


 강 건너에 있는 성당에 갔으나 5시 반에 연다고 하여 에스빠냐 광장(Plaza de España)으로 향했다. 그런데 유럽 사람들은 비와도 우산도 안 쓰고, 별 급한 거 없이 걸어 다녔다. 빗줄기가 약할 땐 크게 신경 안 쓰고 밖에서 먹던 거 계속 먹고 있기도 하고.ㅎㅎ






<과달퀴비르 강(Río Guadalquivir) 주변>


 비가 점점 더 와서, 힘들기도 하여 광장 내 건물에서 쉬고 있는데 빗줄기가 거세졌다. 원래 모로코 갔다 와서 플라멩꼬를 보려했으나, 비가 이렇게 오니 차라리 오늘 보는 게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와서 사람이 별로 없는, 그래서 더 운치 있었던 에스빠냐 광장>


 숙소로 돌아가 플라멩꼬를 예약한 후 매점에서 먹을거리를 사와 라자냐를 만들어 먹었다. -내가 만든 건 아니고, 일행이 만들어줌.ㅎㅎ-

 플라멩꼬는 신선한 음악과 무희였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흥미로웠다. 기타 두 대가 기본 선율을 깔고 두세 명의 보컬이 박수를 치며 리듬과 박자를 만든다. 그리고 메인 춤꾼이 탭댄스와 박수를 곁들이며 무대를 이끌어간다. 마치 탭댄스와 박수가 드럼과 베이스를 대신 하는듯하다. 그리고 종반쯤에는 캐스터네츠가 동반되어 소리를 더욱 풍부하게 하였다. 춤은 약간 과장된 몸짓과 표정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내용을 모르고 말도 못 알아들어서인지 전체 무대를 이해하기엔 좀 버거웠다. 미리 알아보고 갔으면 더 좋았을 무대였다.


<플라멩꼬 공연장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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