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고비아를 가기로 했다. 어제 똘레도 투어 해주셨던 가이드 사장님께서 한국을 가셔서 사장님 아버님께서 대행으로 가이드를 해주셨다. 세고비아가 어제까지 눈이 왔단다. 3월의 눈. 뭐, 서울에서도 많이 보긴 했지. 날씨가 살짝 걱정되었다.

 똘레도가 마드리드의 남쪽이었다면 세고비아는 마드리드보다 북쪽에 위치해있다. 세고비아로 가기 전 왕들의 무덤으로 유명한 에스꼬리알 수도원(Monasterio de San Lorenzo de El Escorial)을 방문했다.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니... 진짜 눈도 있고... 춥다.


<들어가는 입구. 너무 커서 한 화면에 안 들어온다. 게다가 이런 모습이 끝이 아니다.>


 무덤으로 가기 전 많은 그림들이 전시돼 있었고, 중간에 건축에 관한 물품-건축 도구, 설계도 등-이 전시돼있었다. 그림은 주로 종교적인 주제였는데 큰 흥미를 끌진 못 했다. 그래도 건축 관련 물품은 재밌었다. 계속 길을 따라 가도 무덤이 안 나오고 그림만 나왔다. 같이 투어를 받은 사람이 안내원에게 무덤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오늘 안 한다고 했다. 멘붕....;;;; 이 비극을 일행들에게 말해주고 나는 따로 다녔다. 따로 다녔다고 해서 다른 길로 간 건 아니고, 그냥 빠르게 먼저 이동했다. -이 때 동생이 카메라를 갖고 있었는데, 무덤 안 열었다는 소리 듣고 천천히 다니다 막판에 빠르게 이동해서인지 사진이 많이 없다.-

 기운이 빠져서 빨리 보고 나가자는 식으로 지나다녔다. 길을 따라 가는데, 지하로 가는 길이 있고, 어, 무덤이네. 안내원이 말을 잘 못 알아들었었나보다. 동생 일행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해주고 싶었으나 이미 멀리 떨어져있어서 포기.

 어제 가이드 아저씨께서 이곳은 경주 왕릉을 상상하면 될 거라고 하셨다. 돔 구조의 원형 방 안 벽면에 층을 지어 관들이 있었다. 대리석 등을 이용하여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이 방을 지나 올라오면 왕의 가족들 관이 나왔다.

 다 끝났나 하며 나와 보니 예배당이 연결되어 있었다. 어제 똘레도 대성당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똘레도 대성당이 세밀한 아름다움이 주를 이뤘다면, 여기는 규모의 웅장함이 느껴졌다. 큰 돔형 천장을 중심으로 아치형 구조가 네 방향으로 펼쳐진 십자 형태였다.

 이곳의 사진이 많이 안 남아있다. 대신 한 블로그 글을 링크 거는 것으로 대체하겠다. 내가 갔을 때는 정원으로 못 나가게 했었는지, 아니면 내가 길을 못 찾은 건지 잘 기억은 안 난다. 내가 간 날은 음산한 분위기였는데,  저 사진을 보니 내가 간 곳이 맞나 싶다.;

 이후 프랑코 전 총통이 묻혀있는 죽음의 계곡(전몰자의 계곡, El Valle de los Caidos)으로 갔다. 이곳은 차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었다. 꽤 깊은 산속에 자리하고 있는데, 150m 십자가는 멀리서도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엄청난 크기였다. 겉에서 본 생각은, 김일성이 이렇게 하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못 한 게 아닐까 하는 거였다.

 여행 당시 단순히 프랑코 총통이 자기 묻히려고 무덤을 만든 건 줄 알았는데-물론 그럴 의도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이곳은 스페인 내전 중 사망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거대 무덤이다. 그리고 결국 프랑코 총통 사후 지하 성당 한 가운데 프랑코 총통이 묻히게 된다. 현재 스페인 내에서 프랑코 총통 유해를 이장하자는 의견이 있으나 아직 협의는 안 된 거 같다. (뉴스  참고)

 지하 성당 내부 역시 크고 화려했다. 재밌는 건 독재자가 성당 내에 묻혔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여 놓고 마지막엔 구원받고 싶었던 걸까. 까딸루냐 지역 사람들은 여길 절대 안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십자가>



<지하 성당 입구. 실내는 사진 촬영 금지라 사진이 없다.>


<여기서 바라보는 경관은 멋졌다.>


 죽음의 계곡을 떠나 세고비아 시내로 들어왔다. 2,000년 넘은 로마 수도교(El Acueducto)를 먼저 볼 수 있었다. 아치형으로 된 다리구조 위로 수도관이 흐르는 모양새다. 수도교 부군에서 어제처럼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세고비아는 새끼 돼지 통구이 요리가 유명한데, 너무 비싸서 먹을 엄두는 안 났다.


<로마 수도교. 교과서 그림처럼 나왔다.>



<수도교를 사이에 두고 양쪽 하나씩>


<그리고 이렇게 그림자까지 같이 나와 줘야 제대로 된 인증-_-b>


<세고비아 시내 전경>


 이후 마요르 광장에 있는 세고비아 대성당을 지나 디즈니의 백설 공주 성 모델이 된 알카사르(Alcázar)를 방문했다. 가이드 할아버지와 만나기로 한 시각도 있고, 들어가 보란 말씀이 없으셔서 이 성당은 겉에서만 보고 지나갔다. 그리고 마드리드에도 마요르 광장이 있었는데 여기도 있어서 신기했다. 마요르(mayor) 뜻이 –구글 번역기를 돌려본 결과- largest인 걸로 보아 큰 광장이면 마요르 광장이라고 하는 거 같다.



<세고비아 시내. 날씨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맑아서 다행이었다.>


<세고비아 대성당>


 알카사르 궁전만 보는 건 4.5유로, 후안 2세의 탑(Torre de Juan Ⅱ)을 오르는 건 2유로였다. 허리가 아파서 탑 오르는 건 포기하고 동생들에게 양보(?)했다. 궁전 내부는 갑옷과 군사 장비가 있었는데 그리 특별하진 않았다. 알카사르 아래쪽으로 이동하여 알카사르 전체 모습을 사진에 담고 다시 마드리드로 이동하였다.



<알카사르 주변 풍경>


<알카사르 정면. 이 모습만 봤을 때는 디즈니의 어느 부분과 닮은 지 잘 몰랐다.>


<탑에서 바라 본 세고비아>


<탑>


<알카사르 끝 쪽 첨탑>



<여기서 보니 디즈니 성이 떠올랐다.>


 마드리드로 돌아와서 마요르 광장 근처에 있는 산 미구엘 시장(Mercado de San Miguel)에서 이것저것 둘러보며 가볍게 따빠스와 함께 샹그리아 한 잔 하고 나왔다.


<저녁에 다시 찾은 마요르 광장. 그러나 생각보다 붐비진 않았다.>


<산 미구엘 시장>


<드디어 처음 먹게 된 따빠스>


 나와서 숙소로 가려 했으나 9유로에 맥주 1.5리터와 안주 두 접시를 주는 곳이 있어 혹해서 들어갔다. 양과 맛 모두 만족하였다. 사실 맛은 빵과 함께 먹어야 더 나을 거 같았지만 가격 대비 성능 비는 괜찮았다.


<맥주, 샹그리아 그리고 하몽 &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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