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2] 마드리드 첫 날

Posted 2013. 5. 19. 15:40

 3월 11일 23시 55분 인천에서 출발하여 3월 12일 5시 35분 마드리드 도착 예정인 대한항공 KE913을 탔다.

 비행기는 꽤 좋았다. 좌석마다 모니터가 있고, 각자 화면을 조종할 수 있었다. 기체 안 중간중간에 달린 모니터를 보며 틀어주는 영화만 봐야했던 과거를 생각했던 나에겐 놀라운 발전이었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라잉북을 보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잠을 자며 시간을 보냈다.

 예정보다 10분 늦은 5시 45분, 비행기는 착륙을 완료하였다. 첫 스페인 입국의 순간이었고, 드디어 여행이 시작된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입국 심사를 받으러 가는 도중, 동생이 파일 철을 비행기에 두고 내린 거 같다고 했다. 여권 복사해놓은 것과 마드리드 숙소 찾아가는 법을 인쇄해 놓은 종이가 있는 파일 철이었다. 동생이 다시 서둘러 비행기로 돌아갔지만 이미 비행기 문이 닫힌 상태여서 확인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뒤에서 대한항공 직원이 오더니, 일단 자기들이 나올 때 확인한 바로는 딱히 뭐가 없었다고 했고, 다시 찾아 확인해준다고 하였다. 사실 그리 중요한 문서는 아니라 괜찮다고 하였지만, 뭐가 들었는지 듣더니 그래도 없으면 찜찜할 테니 찾으면 연락 주겠다고 하면서 연락처를 받아갔다. -그러나 결국 못 찾았는지 연락은 없었다.-


<마드리드 공항, 입국 심사 받기 전>


 이렇게 소소한 사건이 있어야 여행답지. 이제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을 찾으러 나갔다.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 마드리드임을 감안할 때 공항은 생각보다 작았다. 몇 시간 전 떠나온 인천 공항과 꽤 대비되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국적이었다. ... 버스 정류장을 잘 못 찾았다는 소리다. 공항 건물 밖으로 나갔다가 못 찾아서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와 안내소를 찾아갔다. 안내 직원은 자기 부인이 한국인이라면서 우리를 반겼다. 친절은 했는데 우리 인원 반반이 서로 다르게 방향을 이해했다는 게 문제.-_-; 일단 영어 잘 하는 애 말을 믿고 그 방향으로 가봤고, 다행히 잘 찾을 수 있었다.

 아무튼 좀 헤매고 버스 기다리고 하며 6시 58분 버스를 탑승하여 마드리드 내의 숙소로 향했다. 7시 반 안 돼서 민박집에 도착했는데, 사장님이 자다 일어나서 살짝 비몽사몽이었다. 본격적인 여행 시작을 위해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향했다.


<마드리드의 아침 햇살>


 지하철을 타고 숙소 근처인 오도넬(O’Donnell) 역에서 솔(Sol) 역으로 이동했다. 지하철표는 개별 1회용을 구매하는 것보다 싸기에 10회권을 구매했다. 스페인에서는 지하철 표 하나로 여러 명이 같이 이용할 수 있었다. 이건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로 나갈 때 표를 다시 기계에 투입하지 않기에 가능하기도 한 것이다. 즉, 들어갈 땐 표가 필요해도 나갈 땐 표가 필요없다. -그래도 언제 불시에 검사할지 모르니 내릴 때까진 갖고 있는게 낫다.- 지하철 나가는 쪽으로 그냥 들어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 한 명 봤다.;- 대체로 잘 지켜지는 거 같았다.


<유럽 지하철 처음 타는 기념, 오도넬 역 안>


 마요르 광장(Mayor Plaza)을 보며 지나갔는데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사람이 드물었다. 그래도 왔으니 간단한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한산한 마요르 광장>


 알무데나 성모 대성당(Catedral de Nuestra Señora de la Almudena)과 마드리드 왕궁(Placio Real)에 도착!! 했으나 10시 개장이어서 -_-a 근처 카페로 갔다. 워낙 입국이 빨라 일찍 나오긴 했다. 날이 생각보다 추웠다. 3월 중순이어도 남부 이탈리아여서 따뜻한 봄기운을 느낄 줄 알았는데, 날은 맑았으나 공기는 차가웠다. 게다 바람도 불었다.

 illy라는 카페에서 핫초코 3잔과 카푸치노 한 잔, 빵을 시켜 먹었다.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기에 따뜻한 한국 핫초코를 기대하고 시켰는데, 별로 안 따뜻했고, 게다가 기대했던 핫초코가 아니었다. 매우 걸쭉했고, 매우 달았다. 먹기에 너무 달아서 한 두 번 입에 댔다가 그냥 동생에게 넘겼다.

 이후 마드리드 왕궁으로 입장했다. 25세 이하면서 국제학생증 있으면 5유로였고, 일반인은 10유로였다. 역시 여행은 어릴 때 다녀야한다.


<마드리드 왕궁>


 건물 외관의 규모와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내부로 들어갔다. 왕궁 내부의 세밀한 아름다움도 대단하였다. -내부는 촬영 금지라 사진을 찍지 못 하였다.- 내부에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걸 보여주는 작품/방도 있었다. 내용을 잘 모르고 궁전에 들어갔는데, 안내문에 까를로스 3세 이름이 많이 보이는 걸로 보아 이 왕과 관련 있는 궁전인가보다 하며 지나갔다. 나중에 책을 보니 1764년 까를로스 3세가 이 곳으로 이사하였다고 한다.

 외관과 내부를 보며 현재 시대의 예술 작품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함의 미학이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생활용품은 실용성에 중점을 둔 것이 주가 됐고, 과거 왕실과 귀족들에서 썼을법한 디자인이 고급스럽다고 여겨지고 있다. 현대에서만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계급 사회에서는 상류 계층이 노동을 통한 생활을 이어가기 보다는 세를 징수하며 편하게 살기 때문에 자연스레 예술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 거 같다. 사치를 부리기 위해 예술이 발전했다고 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큰 차이 없는 거 같다.

 좀 더 생각해보니 굳이 현대 예술을 꼽으라면 자동차 아닐까 한다. 과거 유래 없던 디자인이 계속 나오는 쪽인 거 같아서가 그 이유다.


<알무데나 성모 대성당, 빛 노출 조절 실패;>


<마드리드 궁전에서 바라 본 알무데나 성모 대성당>


 12시쯤 알무데나 성모 대성당으로 가던 도중 일행 한 명이 안경을 소매치기 당했다. 매는 가방을 뒤로 향하게 맸다가 당한 것이다. 집시들이 마치 여행객인 양 일행 뒤로 붙어서 성당에 입장했다가 바로 빠져나갔다. 낌새가 이상한 걸 느낀 일행이 가방을 보니 선글라스통과 그 안에 담긴 안경을 도둑맞았다. 선글라스통이 좋아보여 집시들은 당연히 그 안에 선글라스가 들어있는 줄 알고 가져간 모양이다. 도둑들은 나름대로 별로 필요없는 물건을 훔쳐간 셈이고, 일행만 뼈아프게 안경을 다시 맞춰야 했다. 스페인에서 안경이 무지 비쌌는데, 싼 걸 찾아가 맞춘 게 100유로 정도 되는 안경이었다.

 성당 내부 역시 웅장했고 예술 작품이 많이 전시돼있었다. 특히 한쪽 벽에 장식된 예배당은 압권이었다. 스페인 성당은 금을 이용한 화려한 실내 장식이 주를 이루었다. 이런 양식은 이후에 많은 성당을 거쳐 많이 보게 되었는데, 볼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돈키호테와 산초, 세르반테스가 있는 동상>


<동상 뒷면>


 이후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동상이 있는 오리엔테 광장(Plaza de Oriente)을 지나 점심 먹을 곳 물색하였다. 한 골목 음식점에서 피자와 맥주 한 병을 세트로 5유로에 팔기에 거기서  먹었다. 피자만 4.5유로인 걸 생각하면 맥주가 매우 싼 편이었다. 게다가 피자 양도 많았다.

 프라도 국립미술관(Museo del Prado)이 18시부터 20시까지 무료라고 하여 방문하였다. 스페인 최고의 미술관이자 마드리드에서 가장 가볼만한 곳 답게 어마어마한 미술품이 전시돼있었다. 그러나 허리가 너무 아프고 다른 일행도 많이 피곤해하여 고야 작품과 주요 작품 몇 점만 감상 후 저녁 먹으러 갔다. 솔직히 말하면 고야 작품을 포함해서 뭘 봤었는지 제대로 기억도 안 난다.-_-;; 특히 이 허리 통증은 꽤 며칠동안 이어졌다. 이게 예전 도쿄 여행 잠깐 갔을 대도 그랬는데, 책상에만 앉아있다 보니 좀만 오래 걸으면 나타나는 증상 같다. 여행 중반기 이후에는 허리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프라도 미술관 주변 건물. 정작 미술관 사진은 안 찍음;;>


<마찬가지로, 프라도 미술관 주변 성당>


 민박 주인이 빠에야(paella) 맛있다고 추천해준 수잔나라는 식당으로 갔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밖에서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7시 반이었나, 8시었나.. 그때가 개장이라는 게 함정- 스페인 애들은 저녁을 늦게 먹는다. 식당도 대부분 7시 반에서 8시에 연다. 처음엔 이 시각에 맞춰 먹느라 고생했고, 나중에 스페인을 떠나서는 이 습관을 못 버려 늦게 식당 찾다가 고생하기도 했다.

 비싸 보이는 식당 분위기와 달리 많이 비싸진 않았다. 민박 주인 말대로 7유로 정도로 빠에야를 먹었던 거 같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음식이 짜서 배고픔에도 많이 먹지 못 하였다. 스페인 애들은 이렇게 짜게 먹는데 왜 한국 음식 갖고 나트륨 함량이 많아 문제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짜서인지 얘네 들은 빵을 같이 먹긴 하던데, 우리는 빵을 돈 받고 준다는 게 당시에 잘 이해할 수 없었고, 빠에야 양도 많을까봐 시키진 않았다. 0.5유로였나 1유로였는데, 빵을 시켰어야 했다.ㅋ


<한국 볶음밥 같은 느낌의 빠에야. 오른쪽 검은 것은 먹물 빠에야. 윗쪽은 면으로 된 건데 라면땅 같은 느낌>


 아무튼 무사히 첫 날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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