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에 바티칸 투어를 안 한다고 했다. 예전에 한 번 왔을 때 다 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투어 받으면 듣는 것도 많고, 좋다고 하여 듣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듣길 정말 잘 했다. 바티칸을 돌아보며 생각 난건데, 난 바티칸 내부를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멀리서 성 베드로 대성당 건물만 봤었고, 그 기억이 바티칸을 봤다고 머릿속에 저장됐었나보다.
바티칸 투어를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밥을 먹었다. 오늘은 우피치 때와는 달리 준비가 잘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또 늦었다. 바티칸까지의 이동 시간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 한 잘못. 또 늦는구나.
바티칸이 이탈리아와 분리돼 바티칸 시국으로 된 건 교황과 무솔리니가 1929년 라테란 조약을 체결하면서부터다. 아비뇽 유수 시기가 끝난 이후부터 바티칸이 교황의 영구적 거처가 되었다고 한다.
<바티칸 시국의 국경과도 같은 벽과 박물관 입구>
<바티칸 박물관 내 정원. 본격 투어를 시작하기 전 휴식 시간>
바티칸 박물관은 딱 한 군데만 제외하면 미술품의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이 위대한 작품들이 촬영 가능하다니. 그런데 대체 어떤 미술관/박물관은 촬영이 금지고, 어디는 가능하고, 그 기준을 모르겠다.
<미켈란젤로(Michelangolo)의 삐에따 복제본>
<죠또(Giotto)의 스떼파네스키 트립틱(Stefanischi Triptych)>
<뗌뻬라(Tempera) 양식이다.>
<마르꼬 팔메짜노(Marco Palmezzano)의 수태고지>
<꼴라 델 아마트리스(Cola dell’Amatrice)의 성모승천>
<라파엘로(Raffaello)의 세 작품>
<성모대관>
<플리뇨의 마돈나>
<변용>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의 성 제롬>
<지롤라모 시춀란떼 다 세르모네따(Girolamo Siciolante da Sermoneta)의 성 세바스찬>
솔방울 안뜰을 지나 들어간 곳은 고대 조각상 전시장인 삐오-클레멘띠노 박물관(Museo Pio-Clementino).
<솔방울 안뜰>
라오쿤(Laocoön)은 우피치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에서도 봤다. 우피치에 있는 건 복제품. 처음 저 조각상이 발견됐을 때 오른쪽 팔이 없었다. 복원 당시 팔 모양에 대해 논쟁이 많았다. 당시 미켈란젤로는 근육의 모양으로 볼 때 접혀있을 거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2차 대전 당시 오른팔이 발견되었는데, 미켈란젤로가 예상한 접힌 모양이었다.
재밌는 건 우피치 가이드와 바티칸 가이드의 차이. 우피치에서 가이드를 들었을 때 우피치에 있는 건 매우 유명한 조각가가 복원했다고 하였다. - 우피치에 있는 건 팔이 펴져있는데 - 비록 접힌 모양이 진품이긴 하지만, 뱀을 떼어내려 하는 걸 상상해봤을 때 편 팔도 꽤 타당성이 있다고 하셨다. 그러나 바티칸 가이드께선 우피치에 있는 라오쿤 조각을 누가 한지 모르셨다. 별로 유명한 사람은 아니라는 분위기였다.ㅎㅎ
<라오쿤>
<아폴로 벨베데레(Apollo belvedere)>
<네로 황제의 욕조와 조각상들>
<천장이 조각...은 아니고, 그런 느낌 나게 그린 벽화>
<지도 갤러리(Galleria delle Carte Geografiche)>
<세계 여러 곳의 지도가 걸려있다.>
<라파엘로의 방(Stanze de Raffaello) 시작>
아테네 학당(La scuola d’Atene)은 라파엘로의 방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일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등 서양 지성사의 위대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오른쪽 아래에서 두 번째, 베레모를 쓴 사람은 바로 라파엘로. 이 작품에는 한 가지 일화가 전해지는데, 원래 라파엘로는 완벽한 구도를 잡고 그림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리던 도중 미켈란젤로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기 위해 추가로 한 명을 더 끼워 그리게 된다. 그게 바로 왼쪽 아래, 책상에 팔을 괴고 앉아있는, 미켈란젤로의 얼굴을 한 헤라클리투스다. 당시 가이드는 그래서, 헤라클리투스를 가리고 한 쪽 눈으로 그림을 보면 더 안정된 구도를 확인할 수 있을 거라 하셨다.
<아테네 학당>
위에서 딱 한 군데만 사진촬영이 금지되었다고 했는데, 그 곳은 바로 시스티나 성당(Cappella Sistina)이다. 이곳에는 교황 선출을 위해 각지의 추기경이 모이는 비밀 회의실이 있고, 바로 그 방에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Genesis)와 최후의 심판(Giudizio universale)가 있다. 아무리 우피치 미술관에서 미켈란젤로의 그림에 대한 혹평을 듣고 왔어도, 그래서 다른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봐도 별 감흥이 없어도, 이 방의 두 작품만큼만은 다르다. 엄청난 규모의 천장을, 몇 년을 누워서 저 걸작을 탄생시키다니... 최후의 심판에서 지옥에 빠지는 사람의 얼굴에 미켈란젤로가 당시 자신과 사이가 안 좋던 신부의 얼굴을 그려놓았다는 것 또한 빠뜨릴 수 없는 일화.
성 베드로 대성당(Basilica di San Pietro)은 성 베드로의 시신이 매장되었다고 알려진 자리 위에 지어졌다. 이 규모가 어마어마한데, 다른 성당은 이 규모를 넘어서 만들 수 없다고 한다. 지금의 모습이 콘스탄티누스 대제 때 세웠을 당시의 모습은 아니고, 15~16세기쯤 기존 성당을 헐고 새 성당을 세웠다고 한다. 도나토 브라만테, 라파엘로, 안토니오 다 상갈로, 미켈란젤로, 카를로 마데르노 등 당대 최고의 건축가와 토목 공학자들이 이 대 역사에 참여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가는 길>
<성 베드로 광장(Piazza San Pietro). 박물관은 안 보고 대성당만 무료로 볼 수 있다.>
<교황 선출한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광장에 의자가 놓여있었다.>
성당 내부에서는 사진을 뭘 찍어야할지 몰랐다. 눈 돌리는 모든 곳이 다 예술품이고 유물이었다.
공식적인 투어를 끝내고 우리는 돔으로 향했다.
<일 비토리아노(Il Vitoriano)와 콜로세움(Colosseum)이 보인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열쇠 모양 구조>
<다시 내려와 보니 좀 한산해졌다.>
<미켈란젤로의 삐에따. 미친놈이 망치로 부신 걸 복원한 후 방탄유리로 보호 중이다.>
<아르놀포 디 캄비오(Arnolfo di Cambio)의 성 베드로상. 방문객들은 오른발을 만지며 방문 인증(?)을 한다.>
<의미 있어 보이는 바닥>
<박물관에서 본 라파엘로의 변용 복제품>
<교황청이 공격받을 때 스위스 병사들은 충성을 보이며 끝까지 싸웠기에, 근위병은 오직 스위스 사람이다.>
<벽이면서도>
<열린 공간을 위해 기둥 설계를 이처럼 했다. 이 위치에서만 뒤쪽 기둥이 안 겹쳐 보인다.>
<칼리굴라(Caligula) 황제가 이집트의 헬리오폴리스(Heliopolis)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
바티칸 시국을 나와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젤라또 집, 올드 브리지(Old Bridge)로 향했다. 가게에는 한국어도 쓰여 있었고, 직원이 한국말도 했다.ㅎㅎ 피렌체에 비하면 양도 많았다. 이후 가이드가 알려준 식당으로 향했다. 찾는 데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젤라또 집과 가까웠다. 그러나... 일행과 함께하는 마지막 저녁이었는데, 맛이 없었다. 이탈리아에서, 로마에서 스파게티가 실패하다니.....ㅠㅜ
<먹음직스러워 보이나, 맛은 별로...>
이후 마지막 밤이고 하니, 우리만의 야경 투어를 시작했다.
<포폴로 광장(Piazza del Popolo)의 포르타 델 포폴로(Porta del Popolo)>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교회(Chilesa di Santa Maria del Popolo)>
<아우구스투스가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 뒤쪽으로 쌍둥이 교회가 보이는데, 왼쪽은 산타 마리아 인 몬테산토(Santa Maria in Montesanto), 오른쪽은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콜리(Santa Maria dei Miracoli)>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의 스페인 계단(Scalinata della Trinità dei Monti)>
<바르카치아(Barcaccia) 분수>
<판테온(Pantheon)>
<판테온 맞은편의 분수>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
<분수가 유명하다.>
<그 중 가장 유명한 4대 강 분수(Fontana dei Quattro Fiumi). 나일, 갠지스, 도나우, 라플라타 강을 상징한다.>
<산타 마리아 다라코엘리 성당(Chiesa di Santa Maria d’Aracoeli)>
<꼬르도나따(Cordonata) 계단>
<캄피돌리오 광장(Piazza del Campidogliio). 위에서 내려다보면 연꽃 모양이라고 한다.>
<광장 뒤편으로 보이는 포로 로마노(Foro Romano)>
지금 생각해보면 이 많은 거리를, 하루 동안 다 걸어만 다녔다는 게 대단하다. 물론 바티칸 갈 때와 포로 로마노에서 숙소로 돌아갈 땐 지하철을 이용했다. 마지막 밤이라 그랬는지 피곤함보다는 아쉬움이 컸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