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 일부가 아까데미아 미술관(Galleria dell’Accademia)으로 간다기에 나는 어제 못 본 메디치 예배당(Cappelle Medicee)을 보기로 했고, 동생한테 같이 가자고 꼬드겼다. 9유로나 하는 꽤 고가의 방문 코스였다. 1층에는 그림과 조각 몇 점이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큰 홀처럼 된 대리석 공간이 나왔다. 벽면은 묘를 연상케 하는 것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한 켠의 좁은 문으로 가니 미켈란젤로 조각상이 있는 곳이라고 나왔다. 론니 플래닛의 설명대로 미켈란젤로가 처음으로 조각한 작품과 조각품 몇 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눈이 즐겁긴 했지만 9유로는 좀 비싸긴 했다. 그러나 동생이 돈 아깝다고 투덜거릴 만큼의 혹평을 받을 장소는 아니다.


<오늘도 눈도장 한 컷>


<어떤 건물인진 모르겠으나 지나가다가 있어보여서(?!)>


 보고 나서 애들과 합류하기로 한 시각-12시-보다 한 시간 정도 남아서 동생은 두오모 밖에서 기다리고, 나는 두오모 뒤편에 있는 두오모 부속박물관(Museo dell’Opera del Duomo)으로 갔다. 원래 박물관만 볼 생각이었는데 박물관 + 세례당(Battistero) + 성당(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지하 + 종탑(Campanile)을 묶어 파는 티켓이 있어서 종합 티켓을 샀다. 박물관에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 천국의 문 진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박물관이라는 이름 치고는 많은 작품이 전시된 건 아니었다.


<피에타(La Pietà). 바티칸의 성 배드로 성당에 있는 피에타가 유명한데 이 작품도 있다.>




<진품 천국의 문>


 어제 먹었던 자자 식당에서 봉골레, 까르보나라, 티본스테이크를 먹었다. 봉골레는 한국에서 파는 것보다 오히려 올리브 오일이 조금 덜 들어간 거 같다. 어제 먹은 세우 스파게티에 오일이 더 많이 들어간 듯. 티본스테이크는 겉에 소금을 뿌려 익혔는지 좀 짭짤했지만, 속은 부드러웠다.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두께임에도 부드럽게 잘 씹혔다. 까르보나라는 생각보단 덜 느끼했지만 역시 느끼한 건 느끼한 거다.;


<까르보나라와 티본스테이크>


<디저트>


 점심을 먹고 애들은 처음 원근법이 적용된 미술품이 보관된 성당으로 간다기에, 나는 두오모 나머지 세 곳을 들르기로 했다. 세례당 - 가짜 천국의 문이 있는 곳 - 은 돔 형식의 천장에 금빛 벽화가 있는 게 특징이었고, 그 외 내부에 특별히 전시된 건 없었다. 십자가 정도? 그래서 생각보다 빨리 나올 수 있었다.


<세례당 천장 벽화>



 그 다음 지하를 보려 했는데 입구를 못 찾았다. 안내원한테 물어보니 성당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했다. 성당 출입은 무료. 성당은 그 규모에 비해 내부는 화려하지 않았다. 돔으로 된 곳의 벽화가 인상적. 지하는 옛날 지하를 보존하고 있는 거 같았다. 누군가의 무덤도 있다고 하는데 잘 몰라서 정확한 확인은 하지 못 했다.


<성당 내부>




<지하>



 세 군데를 봤음에도 시간이 별로 소요되지 않았기에 바로 종탑으로 올라갔다. 종탑은 입구 1층을 제외하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있다. 올라가며 중간 중간 쉬면서 전경을 보라는 거 같다. 처음엔 벌써 다 왔나 하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동생은 두오모 정상보다 여기가 더 높을 거라고 했는데 종탑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니 두오모 타워가 좀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맑은 날 피렌체 전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몸이 많이 부실해졌는지 계단을 다 내려오니 다리가 좀 후들거리긴 했다.







<두오모 위에 올라간 사람들>




 종탑을 본 다음에도 시간이 얼마 안 지나 일행들과 피티 궁(Palazzo Pitti)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만나서 보니 그들은 아직 예정 일정의 반도 안 끝낸 상태. 그래서 그냥 여기서도 각자 보고 싶은 거 보고 저녁 먹기 전 숙소에서 보기로 했다.

 론니 플래닛에서 팔라티나 박물관(Galleria Palatina)이 가장 유명하대서 이게 포함된 티켓 1을 샀다. 책에는 이게 티켓 2라고 나왔는데, 프로그램이 바뀐 건지, 책이 잘못 나온 건지 모르겠다. 한 건물 안에 층을 달리하며 여러 박물관이 함께 있는 구조였다. 누가 그린지도 잘 모르고, 그림의 정확한 의미를 알 순 없었지만 볼만한 작품이 많이 있었다. 다 본 후 어떤 통로를 통해 의상 박물관으로 들어갔는데 표 검사를 안 해 그냥 구경할 수 있었다. (이건 티켓 2에 포함된 프로그램)

 다 본 후에도 4시 반 정도이기에, 온 김에 다 보자는 생각으로 티켓 2를 다시 구매했다. 보석 박물관을 구경한 후 보볼리 정원(Giardino di Boboli)으로 갔다. 엄청 넓은 곳이었고,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동생이 두오모 위에서 야경 찍는다고 카메라 가져간 게 한이었다.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너무 넓었고, 다리가 아팠기에 중앙부만 둘러보고 나왔다.


<동생 폰카로 찍은 피티 궁 뒤편>


<조악한 폰카로 찍어온 보볼리 정원>


<그마저도 용량 없다고 아껴 찍으래서 많이 못 찍었다.>



 시간을 보니 5시 반이 좀 넘었다. 뭘 할까 생각하다 보니 베키오 궁(Palazzo Vecchio)을 빠뜨린 게 생각났다. 이것도 탑이 포함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냥 포기.ㅎㅎ 박물관 초입 쪽 홀에서는 학회가 진행 중이었다. 이런 곳에서 학회를 여는 게 운치 있고 좋아보였다. 베키오 궁은 재밌는 구조로 되어있다. 마치 구 로마의 역사를 배열한 느낌. 그리스/로마 신화를 그린 방부터 시작해, 성경 관련된 방, 로물루스가 로마로 건너온 얘기를 담은 방, 중세에 관한 방 등 다양한 주제의 방이 있었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로마 역사를 더 잘 알면 더 재밌을 거 같은 박물관이었다.

 아래 사진은 내가 피티 궁 등을 돌아다닐 때 동생 일행이 찍은 사진이다.


<베키오 다리 오르기 전>


<베키오 다리 위에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Novella)>




<두오모에 올라가 본 피렌체 전경>


<두오모 위에서 야경 사진 찍고 온다더니... 실패>


<종탑 위의 사람들>


 숙소로 돌아가며 생각한 건데, 한국의 문화재 입장료가 너무 싸다고 생각했다. 유흥준 전 문화재청장이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했던 말 같은데, 입장료를 올려야 한다고 했던 거 같다. 전적으로 동의. 우리는 박물관 입장료가 천 원 정도였던가. 지금은 얼마나 오른지 모르겠다. 많이는 안 올랐을 거다. 그런데 여기는 작품 몇 개 갖다 놓고 5유로 내외는 기본이다. 좀 크고 볼만하다 싶으면 10유로는 가뿐하게 넘긴다. 지금 찾아보니 국립중앙박물관은 무료입장이다!!!! 무료!!! 오디오 가이드는 pmp는 3천원, mp3는 천원. 외국인들이 보면 깜짝 놀라겠네. 여기 규모로 돈 받는 거 생각하면 중앙박물관은 2만 원 이상 받아도 될 만한 곳이라 생각한다. 그나마 경복궁은 관람료는 받는데, 3천원. 2유로다. 한국을 대표하는 궁궐이 고작 2유로. 10유로 받아도 감사하게 들어가야 마땅할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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