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는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인가? - (4) 섬유/의류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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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의류 분야

1. 섬유/의류 분야에서 얻어낸 성과는 무엇인가?

평균 13%의 관세를 인하했다.

2. 자동차 관세에 비하면 매우 높다. 잘 한 것 아닌가?

이 질문에 답하기 보다는 다른 질문을 던져보겠다. 지난 글에서 물었던, '혼다 어코드나 도요타 캠리, 일본차인가?'와 비슷한 유의 질문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와이셔츠를 수출하려고 한다. 이 와이셔츠는 한국산인가?

미국은 섬유/의류 분야에서 독특한 원산지 규정을 갖고 있다. 위의 와이셔츠를 예로 든다면, 와이셔츠에 들어간 실이 한국산이어야 와이셔츠가 한국산으로 인정된다.  와이셔츠는 면으로 만드는데, 우리나라에선 이제 목화를 잘 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양은 잘 치지 않지만 모직으로 만든 신사복은 제작한다. 누에도 아주 소량으로 치는데 비단으로 만든 넥타이는 제작한다.

우리나라 섬유/의류에 국내산 원사를 쓰는 것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의하면 30%라고 한다.^[각주:1]

3. 그러면 미국에서는 어떤 게 들어오나?

미국은 섬유에서 특허를 팔아 돈을 번다. 예컨대, 고어텍스는 우주복 개발하면서 나온 특수 섬유를 상업화한 것이다. 미국에서 직접 낚시, 등산복을 만들지는 않는다. 고급 스포츠 의류를 제외하곤 미국에서 들어올 것이 별로 없다.

4. 미국 섬유/의류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겠다, 국내산 원사 비율이 낮아도 어쨌건 관세 인하 효과를 통해 이득을 볼 수 있겠다, 도대체 뭐가 문제란 것인가?

섬유/의류 분야에서 미국은 시장 보호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 원산지 규정만으로 안심할 수 없겠다 해서 여러 가지 서류를 요구한다. 노동자가 몇 명이고, 이 옷을 생산한 기계는 어떤 걸 쓰고 하는지 사실상 기업의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모든 걸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중소기업에서는 이런 서류 작성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제출한 서류를 미국 관세청이 가짜라고 판단하는 경우, 미국 관세청이 우리나라 해당 기업을 직접 조사할 수 있게 했다. 우리 기업이 거부하면 그만이지만, 그러면 수출도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다른 것이다. 미국 섬유의류분과장이 한국의 LMO(유전자 변형 생물체) 규제 완화를 요구한 것이다.^[각주:2]

LMO 규제는 EU가 가장 강하고 미국이 가장 약하다. LMO를 만드는 기업은 몬산타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들인데, 첨단의 유전공학이 필요하고 세계 LMO의 70%를 미국에서 만들어 냈다. 이 기업들의 로비로 인해 미국의 규제를 이미 약화시켜 놓은 것이다. EU는 미국 농산물이 들어와 유럽 농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더 중요한 이유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 LMO 규제를 강화한다.

과학적 근거 없이 규제를 하는 것은 무역 장벽이라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스위스 국민들은 국민투표를 통해 LMO 표시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여 미국과 FTA를 중단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엉뚱하게 섬유 쪽에 끼워 너헝서 규제를 약화시켰다. 우리의 규제 수준은 미국과 유럽 중간쯤이었는데 이제 미국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한겨레>의 기사가 나간 후 사람들은 섬유와 LMO를 맞바꿔치기하며 국민 건강을 내줬다고 비난했다. 이에 당시 정부는 절대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고, <한겨레>는 다시 의혹을 제기했다.(관련기사) 난 잘 이해가 안 간다. (일단 이 물밑협상이 진짜라고 가정한다면) 왜 미국은 섬유분야에서 식품과 관련된 LMO를 들고 나왔을까. 13% 관세 인하면 한국은 충분히 만족할 것이고, 여기서 협상의 여지를 발견이라도 한 걸까.^[각주:3]

다음 편(개성공단)에 계속...

1. (전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를 2003년부터 착실하게 준비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한국 원사를 쓰는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을 2006년 8월이 돼서야 조사했다. 통계도 없이 협상을 했던 것이다. [본문으로]
2. 한국 정부는 부정하고 있고 협정문에도 이 내용은 없다. 한국에서 써준 것은 양해각서인데 이번 공개 대상이 아니고 3년이나 지나야 볼 수 있다. 이것은 <한겨레> 기자가 협상단 책상 위에 있는 서류를 보고 기막힌 내용이라 특종으로 보도해 알려지게 되었다. [본문으로]
3. 혹시 내막이나 이유 등을 잘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