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9] 몬주익, 바르셀로나 첫 날

Posted 2013. 7. 12. 17:10

 가끔 역에 정차하거나 덜컹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잠깐 깨긴 했지만, 기차의 쿠셋 칸에서 잠은 잘 잤다. 바르셀로나 산츠(Sants) 역에 도착하기 한 시간 전쯤 잠에서 깬 거 같다. 도착 15분쯤 전에 승무원이 와서 곧 도착한다고 알려주고 가기도 했다. 잠자고 있으면 일어나서 나갈 준비 하라는 거였다.

 기차역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러 가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렸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항상 겪는 통과의례지만 그 순간은 매번 당혹스럽고 불안했다. 산츠(Sants Estació) 역을 출발하여 민박집 근처에 있는 테투안(Tetuan) 역으로 가야했다. 그런데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ília) 역에 도착해서 환승하려고 보니 문제가 생겼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역 다음 역인 모누멘탈(Monumental) 역과 그 다음 역인 테투안 역이 공사 중이라 그 쪽 방향으로 열차가 안 가니, 우회해서 가라는 것이었다. 지하철을 이용해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고 복잡한 경로였고, 버스를 타기에는 노선에 대한 정보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과감히 두 정거장을 걸어가기로 했다. (나중에 민박 근처에서 안 사실이지만, 히로나(Girona) 역도 민박에서 가까웠다. 이걸 진작 알았더라면 그 고생은 안 했을 텐데.)

 역 지하에서 올라와 지상 출입문을 나오는 순간, 헉!!!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La Sagrada Família)이 눈앞에 있었다. 아직 볼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방심하다 당했다(?!). 다음에 제대로 와서 보고 사진 찍겠다는 마음에 사진은 아껴두었다. 하... 역 앞에 바로 딱! 있을 줄이야.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날은, 3월 말임에도 더웠다. 기온이 높았다기보다는 햇빛이 강했다. 마드리드에 도착해서부터 춥고 흐린 날을 많이 겪고 와서 이런 강한 햇빛이 낯설 정도였다. 게다가 캐리어를 끌고, 배낭 하나 매고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를 걸어 다니니 땀이 송골송골 나기 시작했다.

 민박집은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건물이 다 민박집은 아니었지만- 건물 외관부터 으리으리했고, 실내도 깨끗하고 넓었다. 2층과 4층이 민박집이었는데, 마침 우리가 도착한 날이 4층을 처음으로 개장한 날이었다. 새 침대와 새 이불을 이용할 수 있었고, 게다가 좋은 방을 주셔서 2층 침대가 아닌, 단층 침대를 이용하게 되었다.

 공식적으로는 체크인 시각 전에 왔기에, 양해를 구하고 씻고 나갈 채비를 하였다. 기차에서 자느라 제대로 못 씻고 찜찜했는데, 덕분에 깔끔한 기분으로 바르셀로나의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돈도 뽑고 바르셀로나 카드도 살 겸 까딸루냐 광장(Plaça de Catalunya) 방향으로 걸어갔다. 바르셀로나 카드가 있으면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무료고, 미술관, 박물관, 전시관 등을 무료로 들어갈 수 있거나 할인해서 들어갈 수 있는 등 여러 혜택이 많았다. 덕분에 가 볼 곳이 엄청 많았지만, 한편으로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이 얘기는 나중에 나오게 된다.


<화창한 바르셀로나 하늘. 드디어 잠바를 벗고 얇은 긴팔만 입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몇몇은 반팔만 입기도 했다.>


<현금 인출 때문에 자주 들렀던 시티은행. 일행 중 한 명이 시티 계좌를 갖고 있었는데, 외국에서 현금 쓸 거면 적용되는 환율도 그렇고, 시티 계좌 있는 게 좋은 거 같다.>


<까딸루냐 광장. 하늘이 갑자기 흐려졌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일행들이 각각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 달랐기에, 초반에 같이 다니고 나중에 각자 활동하기로 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선택한 곳은 몬주익 공원(Parc de Montjuïc).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할 때의 그 몬주익이다. 공원에 도착해서 케이블카를 타고 몬주익 성(Castell de Montjuïc)으로 올라갔다. 바르셀로나 카드에 케이블카도 할인이래서 일부러 탄 거였는데, 우리가 탄 쪽이 아니라 다른 쪽에 있는 케이블카가 할인되는 거였다. 도로 나가서 걸어올라가기도 힘들고, 경험 삼아 타기로 했다.



<몬주익 성>

<성 위에서 펄럭이는 까딸루냐 기. 바르셀로나에서는 일반 집에서도 그렇고, 까딸루냐 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각종 안내문 등에는 까딸루냐어와 스페인어가 따로 쓰여 있다!>


<성에서 내려다 본 바르셀로나 해변가. 성 위에서 여러 방향으로 둘러보며 FC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깜 누(Cammp Nou)를 찾으려 애썼지만 발견하지 못 했다.>


<우뚝 솟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몬주익 성에서 내려오면서 잠깐 들른 올림픽 경기장>


  내려오면서 들른 곳은 호안 미로 미술관(Fundació Joan Miró). 바르셀로나 카드로 무료입장이 가능하여 들르게 되었다. 호안 미로, 미로, 이름은 많이 들어본 거 같은데 누군지 잘 모른다. 어떤 풍의 그림을 그렸는지, 대표작이 뭔지 모른다. 게다가 난 현대미술에 관심이 없다. 마드리드에 있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서도 느꼈지만, 현대미술은 내 이해의 영역이 아니다. 이해하려 해도 대체 뭘 그려놓은 건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건지, 알기 힘들었다. 내가 무지한 탓이겠지만, 현대미술관은 너무 힘들다. 고로 호안 미로 미술관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다.


<호안 미로 미술관 입구>




<미술관 건물 옥상에 전시된 조각물>


<에스빠냐 광장 쪽에서 찍은 까딸루냐 국립미술관(Museu Nacional d’Art de Catalunya)>


 에스빠냐 광장(Plaça de Espanya) 근처로 내려와 음식점을 찾다가 따파따파(TapaTapa)라는 따빠스 집을 발견하였다. 그라나다에서 갓 올라온 우리였기에 아름다운 따빠스 문화를 기대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가격도 비쌌고, 양도 적었다. 무엇보다도, 맥주와 샹그리아를 시켰는데 기본으로 따라오는 따빠스가 없었다. 게다가 다 먹고 계산하려 할 때 우리 이전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음식까지 합해서 영수증을 끊어왔다. 아무 생각 없이 카드를 내밀었으면 덤터기를 쓸 뻔 했다. 우리가 스페인에서 바르셀로나를 먼저 왔으면 이 정도 물가가 당연하다고 여겼을 텐데, 그라나다에서 올라오다보니 체감되는 물가가 확 달라졌다.


<충격과 공포!! 맥주 시켜서 준 기본 따빠스인 줄 알았는데, 우리가 시킨 빵이었다니!!!>


<왼 쪽에서 두 번째, 허여멀건한 건 뭔지 기억도 안 난다. 양이 전반적으로 적음.>


 배가 들 차서 장 보고 와서 요깃거리하고 하루를 마감했다. 기대에 찼던 바르셀로나 일정이 힘들게 마무리 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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