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 성당을 보기 위해 7시 반쯤 일어나 씻고 대충 정리한 후 8시 반에 홀로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갔다. 어제 론니 플래닛에서 11시부터 개장한다는 글을 본 게 있어 불안하긴 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11시부터 개장하는 게 맞았다. 딱히 갈 데도 없고 하여 주변 산책을 하며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세비야 와서 제일 명소인 세비야 성당과 히랄드 탑을 못 가보다니. 서울 관광 가서 경복궁 안 보고, 파리에서 에펠 탑을 안 본 느낌이다.


<단체 일본인 관광객. 저 지점이 사진 찍기 좋은 곳이란 걸 알게 되었다.>


<결국 제대로 구경도 못 하고 건물 사진만 연신 찍게 되는 세비야 성당과 히랄다 탑>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그라나다 도착. 세비야보다 더욱 시골스러웠다. 화려하거나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리고 책에서 잠깐 본 것처럼 대부분의 길이 자갈에 시멘트를 부은 도로였다. 즉, 캐리어를 끌기 매우 힘든 곳이었다. 게다가 예약한 민박집은 언덕 위쪽에 있어 끌고 가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날씨가 걱정되어 알람브라 예약을 좀 미뤄뒀었다. 그라나다에 도착했겠다, 알람브라 궁전 예약 상황을 보니 인터넷 예약은 꽉 차있었다. 숙박 알바분이 광장 근처에서 따로 예약할 수가 있다고 하여 밀린 세탁을 맡기고 가보기로 했다.

 광장으로 갔는데, 알바가 알려준 기계를 찾지 못 하여 안내소로 갔다. 그리고 들은 충격적인 소식. 일반 예매는 다 완료되었기에 오디오 가이드가 포함된 걸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냥 인터넷 예매를 했으면 13유로인데 이건 무려 33유로!!! 예상치 못한 큰 지출이다. 그러나 그라나다에서 알람브라를 보지 않는 건 말도 안 되지 않는가. 눈물을 머금고 예약을 하였다. 어차피 난 영어 가이드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 하는데, 더더욱 돈이 아까울 뿐이었다.

 예약을 한 후 세탁물을 찾아와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장소는 알바가 알려준 따빠스 거리. 책에서도 읽었는데, 그라나다는 맥주 한 잔만 시켜도 따빠스가 기본 안주처럼 같이 딸려 나온다고 했다. 알바는 따빠스 가게 한 곳을 알려줬는데 해산물 튀김이 별미라고 했다. 고로 그 곳을 먼저 갔다. 대구살 같은 튀김이 샐러드와 같이 나왔다. 맥주 한 잔의 양에 거의 맞는 따빠스 양이었다. 두 번째 맥주를 시키니 이번엔 오징어 튀김과 콘-마요네즈 샐러드가 나왔다.

 다른 일행은 띤또 데 베라노를 마셨다. 스페인 북부 쪽이 샹그리아가 유명하다면 남부 쪽은 띤또 데 베라노를 마셔줘야 된다고 일행이 그랬다. 살짝 맛을 봤는데 와인과 사이다를 섞은 듯한 맛이었다. 전에 맛 봤던 샹그리아보다는 이게 내 입맛엔 좀 더 맞는 거 같다.

 알바가 이 가게 바로 앞도 괜찮다고 하여 장소를 옮겨보기로 했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 그 가게로 갈 수가 없어 다른 곳을 들어가 보기로 했다. 두 번째로 찾아간 가게도 꽤 사람이 많았는데 간신히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여기는 대단한 게 햄과 치즈가 껴있는 베이글과 감자튀김, 과자가 따빠스로 나왔다. 한 끼 식사로도 부족함이 없는 양이었다. 여기를 먼저 왔어야 했다.

 배가 너무 불러 세 번째 따빠스 집을 찾는 걸 미루고 축제 현장을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비가 와서인지 축제가 진행되는지 잘 파악이 안 되었다. 그래서 좀 돌아다니다가 다시 따빠스 집을 가보기로 했다. 원래 두 번째로 가보기로 하려던 그 집을 가봤다. 역시나 사람이 많았는데 다행히 한 자리나 나서 앉을 수 있었다. 이 가게 알바가 와서 뭐라고 말을 했는데 스페인어여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추측하건데 우리가 알아서 따빠스를 골라 먹으라는 거 같았다. 그런데 우린 못 알아들었기에 알바가 알아서 갖다 주었다. 감자를 완자처럼 익힌 것과 샐러드가 곁들어진 것 한 종류와 케밥 같은 게 나왔다. 여기도 만족스러운 따빠스였다. 여기서 계속 먹었으면 10가지 이상을 다 맛 볼 수 있을 거 같았다. 너무 배고파서 음식 사진을 찍는 것도 잊었다.

 따빠스가 이런 것이었다니. 스페인에 와서 처음으로 맛있게, 안 짜게, 배불리 식사를 하였다. 마드리드 시장에서 먹었던 따빠스는 무엇이란 말인가. 과자쪼가리 위에 조금 뭐 얹은 걸로 1, 2유로는 훌쩍 넘는 것들. 여기서는 맥주 한 잔과 기본 따빠스가 2유로다. 세비야도 이렇게 나온다고 하던데, 안 간 게 천추의 한이다. 그라나다에서의 식사는 따빠스가 주가 될 거 같았다. 먹는 걸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도시가 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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