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노무현때문이다."

지금은 노무현에서 이명박으로 옮겨간 듯한데 몇 년간 인터넷에는 "이게 다 놈현때문이다."라는 유의 댓글이 많이 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기사여도 쉽게 저런 댓글을 찾을 수 있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저런 댓글의 '배후'를 알 듯 하다. 이천 화재는 노무현 때문이고^[각주:1], 숭례문이 불 탄 것도 노무현 때문이다^[각주:2]. 남북 핫라인이 단절된 것도 노무현 때문이며^[각주:3], 현 정권이 미국이랑 소고기 협정 맺은 것도 노무현 때문이다^[각주:4].

저 정도면 중증이다. 언제까지 남 탓만 하고 있을 요량인가. 남 탓은 하는데 그 이유도 엉성하기 그지없다. 유치원생들이 잘못하고 혼나기 두려워 남 탓으로 돌리는 꼴이다. 이런 유치한 짓의 더 큰 문제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데 있다. 국가 문제를 해결하라고 국민들은 대통령 뽑고 국회의원도 뽑았다. 그런데 정부와 한나라당은 일을 최악으로 몰고 간 후 해결책 제시보다는 남 탓 찾기에만 골몰하는 듯하다. 요즘 청와대 자료 문제로 또 노무현과 대치중이다. 또 하나의 핑계거리를 찾는 건 아닌지 아찔하다.

이제 제발 블랙 코미디는 그만 하자. 이제 그런 말에 웃기도 지쳤고 분노와 허탈감만 남는다. 지금 해결해야 할 큰일들이 산적해있다. 불필요한데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써 달라. 교과서 같은 주문 같지만 지금 저들에게 필요한 건 이런 기본적인 게 아닐까 한다.

1. 안상수 “이천 화재사건은 노 정권 잘못에 기인한 인재” <문용필, 데일리서프라이즈, 2008-01-08> [본문으로]
2. 안상수 “숭례문 화재는 노무현 대통령 탓” <조은아, 데일리서프라이즈, 2008-02-11> [본문으로]
3. 박희태, 남북 핫라인 단절 '과거 정부 탓' <임경구, 프레시안, 2008-07-15> [본문으로]
4. "盧, 대선 패하자 이명박 욕먹이려 쇠고기협상 미뤄" <김하영, 프레시안, 2008-07-16>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