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마지막 날. 인민역사박물관부터 가려고 했는데 아직 문을 안 열었다. 과학산업박물관이 근처에 있기에 위치나 파악해두자는 생각으로 그곳으로 먼저 향했다.




<이 날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길거리에 벚꽃 잎이 마구 휘날렸다.>


 막상 과학산업박물관(Museum of Science & Industry)에 와보니 인민역사박물관과 좀 떨어져있어, 다시 갔다가 여기로 걸어오기 힘들 거 같아, 이곳부터 구경하기로 했다. 맨체스터는 산업혁명의 진원지답게 이런 박물관이 있다. 컴퓨터, 증기기관, 직물, 비행기 등 여러 종류의 전시관이 있었고,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각종 기구도 설치되어 있었다.




<초창기 컴퓨터>



<과거 리버풀을 오가던 열차가 다녔던 역을 개조한 곳이다.>


<하수도를 재현한 모습>





 바로 인민역사박물관으로 갈까 하다가 배가 고프기도 하고, 까딱하다 점심시간 놓칠까봐 점심을 먼저 먹기로 했다. 한참을 식당을 찾다가 한 군데 들어갔는데, 리버풀에서 첫 날 점심을 먹었던 곳과 같은 종류의 식당 같았다. 프랜차이즈인가. 마침 TV에서 어제 했던 첼시와 토트넘의 리그 경기를 재방송해주고 있어서 느긋이 점심을 먹으며 관전했다.


<8.95파운드로 꽤 높은 가성비였다. 그러나 삼겹살 같은 저 고기가 너무 짰다.>


 인민역사박물관(People’s History Museum)은 론니 플래닛에 맨체스터에서 가장 훌륭한 박물관으로 꼽히는 곳이라고 쓰여 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진짜 좋은 곳이었다. 리버풀의 국제노예박물관만큼 좋았다. 영국사회사와 노동운동에 관해 전시해놓은 곳이었다.
















 국립축구박물관(National Football Museum)은 너무 큰 기대는 하고 가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 그냥 예상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전시되어 있다.


<건물 이름은 어비스(Urbis)>





<칸토나ㅋㅋㅋ>




 맨체스터 미술관(Manchester Art Gallery)도 들렀다. 영국 최고의 라파엘 전파 작품이 있다기에 라파엘로 작품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보다.;;



 미술관을 나와 근처 시청(Town Hall) 건물과 앨버트 광장(Albert Square)을 구경했다.






 그리고 런던으로 가는 열차 출발 시각까지 시간이 남아 근처 음반 가게에 들어갔다. 우연히 큰 매장에 들어간 건진 모르겠지만, 엄청난 양의 CD를 팔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싸게 파는 음반도 있기에 냉큼 집어왔다.



<Zola Jesus, Wild Flag, Wild Beasts. 각각 3파운드.>


 예정에 없던 소비를 한 관계로, - 반성하는 의미에서 – 저녁은 근처 버거킹에서 먹었다. 3.99파운드 햄버거 세트. 엄청 싸다고 생각하며 시켰는데 작은 햄버거가 나왔다. 생각해보면 싼 것도 아니지. 7천 ~ 8천원이면 한국에서의 보통 세트보다 비싼데 작은 햄버거가 나오다니. 하긴, 일반 햄버거 하나가 6파운드 이상이니... 얘네는 소득 수준이 높겠지? 한국과 영국의 빅맥지수가 궁금하다. 서양인 여행자들에게는 한국 물가가 싸게 느껴질 거 같다. 스페인 물가 별로 안 싸다고 한 거 취소. 영국이 갑이다.



 기차역에 도착해서 시간이 좀 남아 맥주 한 잔을 마셨다. 새로운 거 마셔본다고 처음 보는 거 시켰는데, 사과주스 + 맥주 같은 거였다. 아... 이거 한 잔 다 마시기 힘든데;; 런던으로 오면서 읽을 책은 없고, 잠은 안 오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수첩에 끼적였다. 아래 내용이 그것. 일관된 주제도 없고, 중구난방이다.


 관광과 여행. 여행(旅行)은 벌써 ‘여’자에서부터 여유(餘裕)가 느껴진다. - 물론 한자는 다르다. - 관광은 책자나 가이드가 찍어주는 곳에서 사진 찍고 오는 느낌. 여행은 자기가 알아서 돌아다니며 느끼는 것. 정보 없이, 공부 안 하고 온 여행은 남는 건 아무것도 없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행기 쓰는 작가처럼 엄청난 지식을 쌓고 와야 하나. 어디까지 공부하고 와야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까.

 약간은 다른 얘기지만, 내가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에서 느낀 건 올바름인가, 편향인가, 혹은 놓친 건 없는가. 이렇게 생각하는 게 내 의견 없이 정답만을 좇으려 하는 건 아닐는지.

 좋은 관광지란 무엇일까. 서비스업 종사자가 영어를 잘 하는 것? 볼거리가 많은 곳? 그 도시만의 정체성이 있는 곳? 문화재 입장료는 유료가 좋을까, 무료가 좋을까. 영국은 대부분이 무료인데, 왜 그럴까? 약탈에 대한 사죄의 의미?

 Old Trafford나 Etihad에서는 가이드가 장애인 시설이 많고, 잘 돼있는 걸 강조한다. 다른 관광시설도 보면 잘 돼있는 거 같다. 한국은?

 영국 아닌 곳에서, 특히 이탈리아에서, 현지인들이 영어 못 한다고 투덜대는 한국인.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얼마나 영어를 잘 할까. 나도 식당 등에서 영어로 된 메뉴판을 원했는데, 외국은 최소한 영어 버전은 잘 갖고 있다. 밖에 내놓은 메뉴판이 낯설어서 들어가기 망설여져서 그렇지. 한국은 어느 수준의 식당가지 영어 메뉴를 갖고 있어야 할까. 지하철 등 교통안내원은 영어를 얼마나 잘 할까.

 지금 유럽에서 혼자 다니는 거처럼 국내 여행을 해보고 싶다. 어느 정도로 날 만족시켜줄 수 있을까.

 공연이든 여행이든 돈 쓸 일은 넘쳐난다. 돈 벌기가 힘들지.

 여기는 5시면 박물관이 끝나고, 6시면 쇼핑몰이 끝나고... 그러면 밥 먹고, 술집 가고... 소비를 촉진하는 구조인건가. 뭐, 다르게 생각하면 일찍 집에 들어가라는, 가정에 충실한 사람이 될 수도 있겠구나.

 읽을거리 없이 잠도 안 오는 기차 여행처럼 따분한 건 없다. 오늘은 이렇게 끼적이지만, 이것도 쓸라니 또 생각이 안 나고...

 일기는 다시 정리하여 나만의 일기와 블로그용으로 구분해야 할 거 같다. 어떤 형식으로 써야 재밌게 읽힐까. 사진은 얼마나 공개해야 적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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