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8] 베를린 박물관 섬

Posted 2013. 9. 21. 15:00

 8시 좀 전에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어제 먼저 와 있던 커플은 어제 7,8시 쯤 자는 거 같더니 아직도 잔다. 몇 시간을 자냐. 빨래를 하려고 빨랫감을 갖고 내려갔는데 세탁기에 다 끝난 세탁물이 있었다. 밥을 다 먹고 나서 봐도 그대로. 일단 그냥 나갔다 와서 해야겠다.

 다시 방으로 와서 앞으로 들를 곳을 체크하며 수첩에 간단히 내용을 적었다. 오늘은 박물관 섬(Museumsinsel) 쪽을 들를 예정인데, 박물관 섬 통합 권을 끊을 지, 박물관 패스를 끊을 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나 찾아봤는데, 아쉽게도 하는 게 없었다. 그리고 어젯밤에 못 옮긴 사진을 옮기려고 카메라 메모리 삽입구 쪽을 열었는데, 메모리 카드가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방을 보니 거기에 있었다. 그저께 사진 옮기고 카메라에 안 꼽고 가방에 넣었는데, 어제 그걸 확인 안 하고 연신 셔터만 눌렀던 것이다. 어제 힘겹게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이 다 날아갔다. ㅠㅜ 어제는 어떻게 한 번도 찍은 걸 확인해보지 않았을까....;;; 진짜 허무해지는 순간이었다.

 박물관 섬까지 그냥 갈까 하다가 관광안내소에 들렀다. 박물관 다 무료로 들어가는 거 맞는 지 확인 후 그냥 박물관 패스를 샀다. 3일 유효기간이 있고, 몇몇 사설 박물관은 무료입장 불가라고 했다. 일단 박물관 섬의 주요 박물관 네다섯 군데만 들러도 본전은 뽑을 거 같다. 다만 유대인 박물관도 여기에 포함된다는 게 아쉽긴 했다. 그러나 다시 사진 찍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면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박물관 섬 쪽에 도착했는데, 집시+인도 계통 여자들이 자꾸 excuse me, can you speak english? 하면서 따라붙는다. no라고 하면 영어 할 줄 아는 게 들통 나니 아예 무시하긴 했는데, 여긴 왜 또 구걸하는 사람이 많을까.

 제일 유명하다는 보데 박물관과 페르가몬 박물관부터 가려 했는데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게 구 국립미술관(Alte Nationalgalerie)이었다. 순서가 상관있겠냐 싶어 먼저 들어갔다. 생각보다 사람이 적어 한산했다. 여유롭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반 고흐나 모네 등 많이 들어본 작가의 그림도 있었는데,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몰라 안 찍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찍어도 되는 거 같았다. 왜냐하면 다른 전시관들은 다 사진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나온 후 페르가몬 박물관(Pergamonmuseum)으로 갔다. 페르가몬 제단을 비롯해 바빌론의 아쉬르 문 등 고대 이집트 등의 유물이 전시돼 있었다. 결국 장물 전시인데, 그래서 그런지, 독일 땅에 이국적인 전시관이라서 그런지,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물일진 몰라도 별 관심이 안 생겼다. 제일 유명해서인지 사람은 많았는데, 오히려 제일 대충 본 박물관이 돼버렸다.




<페르가몬 제단>




<이슈타르 문>


 그 다음 간 곳은 신 박물관(Neues Museum). 여기도 고대 그리스, 로마 등의 전시물이 있었는데, 왜 매번 남의 나라 걸 전시해 놓은 걸까. 나중에 들른 구 박물관도 그렇고. 이집트, 이탈리아 사람이 보면 좀 어처구니없지 않을까. 자기네 유물 갖다가 이렇게 남의 나라 돈벌이가 되고 있으니... 고대 독일 땅에는 누가 뭘 하며 살았기에, 전시관이 하나도 없나. 다른 박물관에 있는 거겠지?






 보데 박물관으로 가기 전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어느 식당을 갈까 두리번거리다 길거리에서 커리 소시지를 팔고 있는 걸 발견했다. 대체 커리 소시지가 뭐기에 책에도 쓰여 있고, 저렇게 소시지 파는 데마다 쓰여 있을까 싶어 사먹었다. 달랑 소시지 하나를 좀 조각내고, 거기에 커리 가루 뿌린 게 3유로. 병맥주 한 병도 3유로. 허무하게 6유로가 점심 값으로 나갔다. 맛도.. 그냥 소시지에 커리 맛 조금 있는... 재료 그대로의 맛. 이런 거 한국 길거리에서 팔면 천 원, 아주 많이 받아야 2천원일 텐데 확실히 유럽이 물가가 비싸다.

 보데 박물관(Bodemuseum)은 구 국립미술관과 느낌이 비슷했다. 좀 더 조각들과 오래된 그림들의 비중이 많긴 했다.










 구 박물관(Altes Museum)을 들른 후 바로 옆에 있는 베를린 성당(Berliner Dom)으로 갔다. 입장료가 7유로나 하긴 했지만 돔에 올라가는 비용이 포함된 것이었다. 이탈리아 등에서 탑에 올라가면 6유로 내외를 받는 거 생각하면 어느 정도 비슷한 가격이었다. 화려한 성당 내부를 감상한 후 돔으로 올라 베를린 시내 전경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구 박물관>


<구 박물관 앞에서 바라본 루스트 공원(Lustgarten)>


<베를린 성당>








<박물관 섬>



<페른제투름(TV타워, Fernsehturm)>


 4시 반 쯤 되었는데, 쉬러 가며 영국 일정도 생각해 볼 겸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 도착해 제일 먼저 세탁기로 향했다. 그런데 여전히 아침에 있던 그 빨래가 있었다. 원래는 세탁기 돌리면서 론니 플래닛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어긋나버렸다. 게다가 방 안에는 그 커플이 있었다. 얘네는 베를린 구경 안 하나. 괜히 같이 있기도 뻘해서 책 읽는 듯하다가, 그냥 책 들고 나왔다. 날도 맑으니 브란덴브루크 문이나 가보고 근처 공원에서 책이나 읽자는 생각이었다.

 브란덴브루크 문(Brandenburg Tor)에 도착했는데, 하필 문 바로 위로 해가 지고 있었다. 해가 진다고 어두워지는 건 아니고, 한 낮의 태양열이 작렬하고, 사진 찍으니 역광이라 어둡게 나왔다. 어떻게 시간마저 안 맞나. 기대한 베를린 여행인데 자꾸 핀트가 어긋나는 느낌이다. 브란덴부르크 문은 생각보다 화려하진 않았다. 큰 돌로 된 기둥 문 위로 청동 마차상이 있을 뿐이었다.


<브란덴브루크 문>


<몇 시간 후 와서 다시 찍음>


 그래서 근처에 있는 국회의사당으로 갔다.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산했다. 가까이 가보니 뭔가 증서를 내보인 사람만 통과되고 있었다. 안내원이 다른 사람한테 하는 말을 들어보니, 미리 예약을 하고 증서를 받은 사람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다른 쪽으로 가서 예약을 하라고 했다. 그러면 그렇지. 예약처로 가보니 줄이 엄청 길게 서 있었다. 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웠지만,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린 거 같다. 억울한 건, 내가 접수할 때는 줄이 확 줄었다는 것이다.


<국회의사당>


<나치에 희생된 집시들을 위한 추모 공간(Denkmal für die im Nationalsozialismus ermordeten Sinti und Roma Europas)>



 론내 플래닛에 나온 맛집을 찾아 또 지하철을 탔다. 인기 있는 곳이라 미리 가든지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진짜 자리 없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처럼 또 역 근처 아무데나 가서 맛없는 식사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힘겹게 찾아갔더니,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맞는다. 자리가 없었다. 다행히 책에서 근처 다른 술집을 소개해 준 게 있어 거기로 갔다.

 사람이 많긴 한데, 좀 불친절 한 거 같다. 사람이 왔는데 아무도 안 와본다. 그리고 메뉴가, 먹을 만한 게 별로 눈에 안 띈다. 햄버거 종류가 있는데, 뭔 말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햄버거 먹기로 결정. 근데 여전히 점원은 나에게 관심을 안 준다. 눈도 마주쳤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다른 사람들 주문하는 걸 관찰한 결과, 프론트까지 가서 직접 먹을 거 말하고, 돈 내고, 맥주는 그 자리에서 바로 받아오는 시스템이었다. 그럼 아까 나랑 눈 마주쳤을 때 오라고 사인을 주던지... -_- 또 뭔가 서글퍼지는 순간이었다. 남의 나라 가서 혼자 밥 먹기 힘드네...

 큰 고기가 든 햄버거와 푸짐한 감자튀김이 있는 한 접시가 나왔다. 6.5유로 받을 만한 양이었다. 야채는 적었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맥주는 체코에서도 안 마신 필스너 우르겔. 한국에서 마셨을 땐 끝 맛이 엄청 썼던 기억이 나는데, 잘 못 기억하는 건지, 맛이 다른 건지, 별로 안 쓰고 맛있다. 진작 마실걸...



<베를린의 지하철역>


 숙소로 돌아와 다시 세탁기로 향했는데, 그 빨래는 없어졌고 다른 사람이 돌리고 있었다.-_- 아오..... 빨래 한 번 하기 힘드네. 그리고 방에 와 보니, 아무도 없긴 한데, 아침부터 저녁 내내 세탁기를 차지하고 있던 빨랫감의 주인이, 내 방 그 커플이었다. 범인은 가까운 데 있다고... 대체 어디 간거... 하여튼 마음에 안 든다.

 빨래가 다 됐을 법해서 1시간 후 내려가 봤는데, 역시나 이번 주인도 안 찾아갔다. 오늘은 포기다. 그냥 내일 아침 먹을 때 기회를 노려야겠다.

 12:48... 얘넨 안 들어오고, 어제 있던 다른 커플은 방 비웠고... 나는 대체 왜 계속 이 엑스트라 베드를 써야하는 걸까. 그리고 영국 관련 예약도 하나도 못 했고.... 아... 피곤해진다... 졸리기도 하거니와 정신적으로도 그냥 피곤하다.

Bookmark and Share   AddThis Feed Button     rss?
blog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