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서의 가장 멍청한 짓은 우피치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을 마지막 날 오전만 보고 끝내려 한 것이고, 그 다음 멍청한 짓은 그 마저도 지각한 것이다.

 우피치 미술관 투어를 신청했기에 아침 일찍 서둘렀다. 그럼에도 늦었다. 내가 시계 확인을 제대로 안 하기도 했고... 아무튼 늦었다. 그래서 뒤쪽 줄에 서게 되면서 좀 늦게 들어가게 됐고, 안에서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기다렸다. 어찌나 죄송스러운지.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 서있는 줄>


 가이드 아저씨(혹은 형?ㅎㅎ)는 처음 봤을 때 제일교포인 줄 알았다. 노란 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도 그렇고, 말투도 살짝 어색하고... 우리랑 일본인 동시에 가이드하면서 한국어/일본어로 가이드하려고 그러나... 라고 홀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의심은 아저씨가 얘기를 시작하시면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우피치 미술관 2층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붙어있는 그림과 조각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카타리나 공주의 그림과 로렌쪼의 조각이 있었다. 피렌체를 이해하려면 메디치 가문을 알아야 되고, 이 그림의 주인공, 영민한 카타리나 공주가 프랑스로 시집가면서 자신이 쓰던 식기를 가져가고 주방장을 모두 데려가면서 프랑스 요리를 발전시켰고, 그 전에는 프랑스 사람들은 손으로 집어먹던 야만인이었다고... 그리고 르네상스를 열게 한, 예술가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메디치 가문, 그 중심의 로렌쪼.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재밌는 역사 이야기가 펼쳐졌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은 대게가 다 장물이지만 이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작품만은 다 메디치 가문의 소장으로, 다른 데서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떳떳한 것들이라고 하셨다. 그만큼 메디치 가문이 예술가들에게 엄청난 지원을 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 한국에서는 발음 때문에 제대로 표기를 안 하는 거 같다고 하면서, 원래 발음이 이거라고 한 미술가 – 죠또, 치마부에, 보티첼리,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 등 이름만으로도 유명하고, 전시된 작품도 하나하나 쉬이 지나칠 수 없는 수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이드 아저씨께서 각 작가의 작품을 지나면서도 작가의 정보와 작가끼리의 사제관계 등을 재밌게 설명해주셨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 가이드 아저씨는 미켈란젤로를 별로 안 쳐주셨다. 돈 벌라고 그림 시작하다 스승한테 혼나고 쫓겨난 얘기, 메디치 가문을 배신한 얘기 등을 포함해, 조각은 뛰어났지만 그림 실력은 별로라고 하셨다. 다른 뛰어난 작가들은 옷의 질감을 제대로 표현해내는데, 미켈란젤로는 그 실력이 안 되니 그림도 조각처럼 각지게 그렸다고 설명해주셨다. 그러면서 다 빈치와 라파엘은 무지 칭찬하셨다. ㅎㅎㅎ


<미술관 실내에서 유일하게 사진 찍을 수 있는 곳에서 찍은 미술관 밖.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가 보인다.>


<미술관 건물 위에서 바라본 베키오 궁(Palazzo Vecchio)과 시계탑>


 아저씨의 뛰어난 입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가이드가 끝나고 시계를 보자 피렌체를 떠날 기차 시각이 임박했다. 가이드 아저씨께선 천천히 더 둘러보고 가라고 하셨지만, 그럴 수 없었다. 괜히 아저씨께 죄짓는 기분도 들면서, 얼굴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후다닥 나와 버렸다. 아... 우피치를 이렇게 떠나다니... 다음에 만약 피렌체를 다시 온다면 다른 건 다 제처 두고 아침 일찍부터 우피치 미술관을 보리라. 그리고 가이드도 가능하다면 이 아저씨께 또 부탁드리고 싶다.ㅎㅎ

 아쉬움을 뒤로 하고 피렌체를 떠나 도착한 곳은 아시시. 이번 여행에서 신의 한수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아시시를 여행 일정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미리 말하자면 나는 종교가 없다. 가족 중에는 어머니와 동생이 천주교고, 그 영향인지는 몰라도 천주교에 대해 큰 반감은 없다. 종교 얘기를 하는 이유는, 아시시라는 도시가 종교를 빼곤 말 할 수 없는, 천주교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곳은 여건이 된다면 들러볼만한 곳이다.

 성 프란체스코가 태어난 도시이기도 한 아시시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당연히 산 프란체스코 대성당(Basilica di San Francesco)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아쉽게도 관람 시각이 지난 이후였다. 가볍게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산 프란체스코 대성당>



<성당 앞 잔디밭. PAX라고 쓰여 있다.>


<마치 중세 시대의 마을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산 프란체스코 대성당에서 가까운 수녀원에서 숙박을 했다. 미리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인 수녀님도 계시고, 시설도 매우 좋다.


<수녀원에서의 식사 전>


<해가 진다.>


<수녀원에서 이 사진 찍다가, 성당 사진 찍으면 멋있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나갔다.>






<밤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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