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을 보려 일어났는데 안개와 구름 때문에 실패했다.


<나오나?>


<나오나?>


<실패>


<아프리카에서 눈이라니. 신기했다.>


 다시 잠들었다가 8시 20분쯤 아침 먹으러 일어나 나가보니 2층 테라스에 인상 좋은 아저씨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테이블에 아침 준비가 돼있었다. 8시 반 넘어서 하나 둘 나왔다. 아저씨는 우리가 다 나왔는지 종종 올라와 체크하셨다. 아마 우리가 다 앉아야 음식을 가져다주는 거 같다. 어제 저녁에도 그래서 7시 20분에 준다고 하셨다가 우리가 전부 모여 있진 않자, 다 모일 때까지 기다리셨다가 주신 듯하다.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숙소에서 떠날 때도 너무 아쉬웠다. 사진 한 장 같이 찍긴 했는데, 바로 떠나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미리 준비돼있는 아침 상>


 친절함은 사람을 기쁘게 한다. 이번 여행 와서 느끼는 건데, 이 아저씨 덕분에 더욱 생각하게 되었다. 친절함을 먼저 베풀며 호의로 다가가면 상대방도 대부분 마음을 열게 된다. 그래서 상대방도 무언가 보답하고 싶어지고 감사한 마음이 들게 된다. 꼭 주고받는 관계로만 볼 건 아니지만 먼저 친절함을 보이는 게 인간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거 같다.

 숙소를 떠나 카스바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프랑스 점령 당시 만들어진 도시라고 했다.




 이후 영화 촬영 장소를 들렀다. 어제 의사소통이 안 돼 라씨드는 우리가 여길 건너뛰자고 한 줄 알았다. 차가 그냥 지나치기에 다시 말해 들르자고 했다. 가이드 인솔 하에 설명을 들으며 영화 촬영 현장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아는 영화가 많지 않아 잘 와 닿진 않았다.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여서 그냥 사진 촬영하기 바빴다. 가이드도 우리가 그리 흥미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는지 열심히 설명해주진 않았다. 다른 프랑스인들과 같이 다녔는데, 그 중 한명이 영화에 관심이 많은지 질문을 많이 하자 가이드가 그들한텐 설명을 잘 해주었다. 모로코에 왔으니 온 김에 한 번 보자고 하며 들어가긴 했지만 결국 실망할 곳이다. 영화에 진짜 관심 많고, 영화의 한 장면에 나왔던 곳을 방문하는 걸 진짜 좋아하는 사람에겐 추천. 찍었던 영화들로는 글레디에이터, 벤허, 아스테릭스: 미션 클레오파트라 등이 있다.




<아스테릭스 촬영 현장>


 이후 160가구가 살던 카스바에 들러 사진을 찍었다.




<카스바>



<이동 중 경치가 좋아 멈춰서 사진 찍은 곳>


 이후 주변 숲으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었다. 라씨드와 기사도 여기 오기 전 점심거리를 사와서 여기서 먹었고, 우리 역시 며칠 전 사고 남은 빵과 주스, 오렌지를 먹었다. 그곳에 꼬마애 셋 정도가 있었는데, 기사가 먹고 남은 음식을 그들에게 주었다. 우리도 라씨드에게 음식을 줘도 괜찮은지 물은 후 따지 않고 남은 포도주스 하나를 그들에게 건네줬다.


<점심거리>


<점심 먹은 숲>


 점심을 먹고 중간에 오일 파는 곳에서 화장실에 들른 후 5시에 다시 마라케시로 돌아왔다. 사람과 차, 자전거, 오토바이가 한데 뒤섞인 혼잡한 도로를 보니 마라케시로 온 실감이 났다.

 숙소로 돌아오니 친절한 직원이 반갑게 우릴 맞아주었다. 그리고 우릴 위해 3층에 붙여서 방을 배정해주었다고 했다. 우리가 사막 투어에서 배워온 말-사하(thank you), 마하봐(you’re welcome)-을 하자 무지 좋아했다. 다시 한 번 친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먹을 만한 델 추천해달라고하자 자기 친구가 한다고 숙소 앞에 있는 식당으로 데려다 주었다. 샐러드, 수프, 타진 두 개, 오믈렛 하나를 시켰다. 샐러드는 맛있었는데 양이 적었고, 수프는 첫 날 먹었던 것보단 낫지만 어제 먹은 거에 비하면 별로였고, 오믈렛은 우리가 생각한 게 아니었다. 식당 수준(?)과 가격에 따라 음식 맛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

 밥을 다 먹고 술을 살 슈퍼같은 곳을 알려달라고 하자, 숙소 직원이 술집으로 안내해줬다. 의사소통이 잘 안된 것이다. 직원의 친절함에 미안하긴 했는데,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딱히 술을 살 만한 곳이 없어서 오렌지 주스만 사마시고 숙소로 다시 돌아갔다. 오랜만에 인터넷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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