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만났던 여자 분과는 어젯밤 야경과 오늘 오전 일정을 같이 하게 될 줄 알았으나, (같은 숙소에 있음에도) 서로 연락할 방법이 없어 그냥 각자 활동하게 되었다. 괜스레 아쉽네.

 아침을 먹으러 나갔는데 사람이 꽤 많았다. 앉을 자리도 마땅찮아 보여 그냥 빈둥거리다 대충 껴서 먹었다. 7시쯤 아침을 줬는데, 로마도 그렇고, 피렌체도 그랬고, 씻거나 어떤 여유시간 없이 일어나자마자 밥을 먹는 건 너무 벅차다. 뭐, 집에서야 항상 그랬지만 빵/우유/과일이 아닌 밥을 넘기려니, 습관이 안 되어서인지 벅찬 건 사실.

 여긴 여행안내를 아침에 사람 다 모아놓고 설명하는 게 특징. 여러 사람에게 각각 설명하는 게 귀찮아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주변 섬과 본섬 다닐만한 곳과 가는 법을 설명해줬다. 어제 저녁 먹으면서 만났고, 내 위에서 자는 사람 한 명과 마찬가지로 저녁 먹으면서 만난 여자 한 명과 같이 주변 섬을 가기로 했다. 위에서도 한 말이지만 어제 그 여자 분한테 어떻게 다닐 건지 물어보고 같이 다녔으면 어땠나 하는 아쉬움이 다시 든다.


<날이 흐리다.>


 숙소 근처인 자떼레 역에서 2번 배를 타고 산 조르죠 역에서 내려 산 죠르조 마쬬레 대성당(Basilica di San Giorgio Maggiore)에서 최후의 만찬을 구경했다. 이 최후의 만찬은 다 빈치의 만찬 다음으로 유명한 작품.


<최후의 만찬>




 이후 다시 2번 배를 타고 산 자카리아 역으로 가서 7번 배로 갈아탄 후 무라노(Murano) 파로 역으로 갔다. 무라노 섬은 유리 공예가 유명한 곳. 무라노 섬에서는 유리 공예 공장이 쉬는 날이라서 제대로 구경을 못 하고 잠깐 돌아다니다가 12번 배를 타고 부라노(Burano) 섬으로 넘어갔다.




 부라노 섬에서는 어부들이 자기 집 찾기 쉽게 색을 알록달록 칠했다고 하던데, 사진 찍기 좋은 동네였다.






 이후 12번 버스를 타고 한참을 졸다보니 어느 순간 본섬의 역인 뽄따멘떼 누오베 역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각자 돌아다니기로 했다. 어제 힘들게 돌아다녔지만 결국 못 찾은 리알토 다리(Ponte di Rialto)를 오늘은 쉽게 발견. 다리 위에 상점 있는 게 여기가 처음이라고 하던데,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가 생각났다. 규모는 베키오보다는 작았지만 다리 균형에 있어서는 리알토 다리가 좀 더 안정감 있고 예쁘게 보였다.


<리알토 다리>



 산 마르코 대성당(Basilica di San Marco) 내부를 들어갔다. 온 내부 벽면과 천장이 금으로 발려있는 게 특색이었다. 성당 입장은 무료였는데 내부 보물 전시관과 또 한 내부는 돈 내고 들어가야 했다. 이탈리아 성당은 거의 무료였는데, 베네치아는 다르구나.






<금으로 도배했다는 말은 이곳에 제일 어울릴 거 같다.>


 종탑(Campanile)에 올라가서 본 베네치아 전경은 예상한 대로였다. 별로인건 아니지만 어떤 특별함은 부족한 정도. 산 죠르조 마쬬레 대성당의 탑 위에서 보면 날 맑을 때는 알프스까지 보인다던데, 오늘은 흐리고 비도 오고해서 그쪽은 올라가질 않았다.





 종탑에서 내려오니 특이하게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도또레(dottore) 어쩌고 하면서 노래처럼 외치던데, 숙소에 돌아와서 사장님께 여쭤보니 박사 학위를 수여받는 날인가 보다고 하셨다. 그런데 얘네는 뭐가 그리 요란스러운지 마치 한국의 중학생들 졸업하듯이 밀가루 끼얹고 물감 같은 걸로 온몸을 묻히고... 정확히 무슨 의민지는 모르겠다. 저녁 먹으며 대학로 광장에서 구경했는데 재밌게 잘 논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의미인지 아시는 분, 설명 좀>


 오늘은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 해변을 따라 야경을 구경했다. 솔직히 낮에는 베네치아가 벌써 지루해진 기분이었는데 밤에 다시 보니 이래서 베네치아 하는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스날?!>




 한편 다른 얘기. 사람들이 여기 숙소 별로라고 하며, 가장 큰 이유로 저녁을 안 준다는 걸 들었다. 프라하에서 싸고 풍족하게 먹고 왔는데 바로 여기 와보니 좀 비교가 돼서 그럴 순 있지만, 어차피 저녁 안 준다고 쓰여 있었는데 굳이 그걸 불만을 가진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의외로 한식을 찾는다. 피렌체에서 뵌 한 아주머니야 오랜 식습관 때문에 그렇다 하는데, 젊은 사람들도 한식 찾는 게, 특히 유럽에서 가장 한국 입맛에 어색하지 않고 잘 맞을 이탈리아에 와서 음식 타령 하는 게 썩 좋아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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