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마지막 날이다. 오후 두 시 버스를 타고 꼬르도바로 이동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오전 시간이 남았다. 오전에는 각자 가고 싶은 곳을 다녀오기로 했다.

 나는 레알 마드리드 홈 구장인 에스따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Estadio Santiago Bernabéu)로 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 마드리드, 바르셀로나가 다 포함돼있음에도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하나도 못 보는 일정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구장 투어라도 하자는 생각이었다.

 구장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지하철 역과 매우 가까웠다. 상암 구장도 역과 가까운 편인데 베르나베우가 조금 더 가까웠다. 개장이 10시부터라 구장 한 바퀴를 둘러봤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보이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


 투어 비용은 19유로였다. 신용 카드로 계산을 하려했는데 비밀번호 오류라고 나왔다. 다시 시도해봤으나 마찬가지였다. 체크카드로 바꿔서 해봤는데 이건 아예 인식도 못 했다. 일단 현금으로 내긴 했는데 무지 걱정이 되었다. 동생이 있으니 같이 다닐 때는 괜찮은데, 동생이 먼저 입국하고 난 다음이 문제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다시 시도해보기로 하고 일단은 넘어갔다.


<이런 순서로 진행된다.>


 먼저 경기장 제일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위에서 바라본 경기장 내부>


 정해진 경로를 따라 클럽 역사관으로 이동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역사가 전시된 곳이었다. 들어가자 그 유명한 지단의 01/01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골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이건 다시 봐도 예술이다.


<우승해서 받은 트로피가 전시되어 있다.>


<지단(좌)과 라울(우)이 신었던 축구화>


<지단의 챔스 골 장면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구단의 엠블럼 변천사>


<... 그러나 이 사진 이후로 이런 사진을 찍는 일은 없었다.
레버쿠젠과의 사투에 모든 힘을 쏟아낸 레알은 이어지는 11년 동안 거짓말처럼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 Alfredo Di Stefano>


<아는 사람만 아는 레알 마드리드 농구팀>


<레알에서 뛰었던 역대 최우수 선수들>


<C.호날두, 지단, (호돈신) 호나우두, 반 니스텔루이, 깐나바로, 라울 등 친숙한 이름이 보인다.>


<많은 국적의 선수들이 레알에서 뛰었다.>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과 축구화>


 역사관이 거의 끝나갈 때 쯤 트로피가 있고 안내원이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무료라고 하면서 트로피를 들고 찍어보라고 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찍는 건 무료였고, 나중에 사진을 찾아가는 건 돈을 내야했다. ㅡ.ㅡ 이후 이런 걸 두 번 더 찍었는데, 원하는 선수나 감독을 말해보라고 한다. 그러면 그 선수/감독이 옆에 서있게 합성해주는 사진 하나, 세레모니 하는 자신 주변으로 선수들이 몰려와주는 장면으로 합성해주는 사진 하나를 만들어준다. 물론 이것도 갖으려면 유료다. 나는 당시 호날두를 선택했다.



<아래쪽 관중석에서 바라본 경기장 내부>


<선수단 샤워실. 특별할 건 없음.>


<홈팀 탈의실>


<홈팀 감독/선수 대기석>


<제일 낮은 곳에서 바라본 경기장 내부>


<원정팀 탈의실. 크게 다른 건 없다.>



<기자 회견장>


 투어가 끝나면 바로 공식 상점으로 들어가게 된다. 들어가자 마자 직원이 반기는데(?!), 아까 찍은 사진을 살거냐고 묻는다. 큰 사이즈는 17유로, 작은 사진은 12유로. 사진 찍을 때 프리라고 해서, 투어 비싼 값 하네 했는데 역시 다 받아먹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돈 내야된다는 소리 들었을 때 살짝 멘붕이 오면서, 안 사도 되나 vs 기념인데 세 개 다 사? 하는 내면의 갈등-_-을 했다. 결국 비싸지만 기념 삼아 호날두와 찍은 사진으로  작은 거 하나 구매했다.


<호날두와 한 컷>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짐을 챙기고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살짝 늦게 출발해서 불안하긴 했는데, 역시나, 두 시 버스를 탈 예정이었으나 표가 다 팔려 4시 반 버스를 타기로 했다. 별 생각 없이 예매 안 한 것도 있고, 늦게 나온 것도 있고... 오히려 예매 안 해서 다행이긴 했구나. 아무튼 할 일이 없어졌기에 터미널에서 멍 때리며 시간을 때웠다. 원래 버스에서 먹으려고 사왔던 빵은 터미널에서 먹었다 햄이나 치즈, 야채 그런 것도 없이 그냥 잼만 발라서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남은 시간은 모처럼 싸들고 온 책을 보며 지냈다.

 버스 안에서 내 옆에는 스페인 청년이 앉았다. 처음에 전화 통화를 하길래 시끄러운 앤가 싶어 불안했는데, 통화 이후에는 다행히도 조용히 지냈다. 게다가 친절하기까지 했다. 중간에 버스가 휴게소에서 쉬어갔다. 버스 기사가 뭐라고 말 했는데, 당연히 스페인 말이었고, 못 알아들었다. 그러자 얘가 15분 쉬었다 간다고, 그 동안 밖에서 다리 스트레칭 하면서 쉬라고 영어로 말해줬다. 아... 넌 착한 애였구나!ㅠㅜ

 버스가 다시 출발할 때 내가 꼬르도바 간다니깐 자기가 거기 출신이라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뭔가 말은 더 하고 싶어서 질문을 던졌다. ‘꼬르도바 좋아?’ 아... 이런 멍청한 질문이 어디있을까... 그런데 얘도 과장이 심하거나 그런 애는 아니었나보다. 그냥 나쁘지 않고, 작은데 괜찮다고... 심심한 답이었다. 대화를 더 하고 싶었으나 딱히 떠오르는 질문이 없어서 그냥 또 말없이 계속 갔다. 내가 먼저 내렸는데, 간다고 인사하니깐 살짝 미소를 띠면서 엄지를 치켜세워줬다. 여행에 행운을 빈다, 뭐 그런 뜻이었겠지. 이 청년-이라고 말하니 내가 엄청 나이 들어 보이는 거 같다.;- 덕에 일단 꼬르도바에 대한 인상이 좋아졌고, - 일반화긴 하지만 - 스페인 사람의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버스로 5시간 걸린 장거리 이동이었다. 기차는 화장실을 간다거나 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데 버스는 맘대로 일어서거나 할 수 없으니, 장거리로는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닌 거 같다. 밤에 도착해서인지 터미널 매장은 다 닫혀 있고 여행 안내소도 안 보였다. 인적은 드물었고, 애들 몇 명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고 - 괜히 스케이트보드 타고 있는 애들 보면 경계심이 생긴다. -, 버스는 어디서 타는 지 헷갈리고...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도 다행히 버스 정류장도 제대로 찾고, 결국 잘 찾아갔다. 나 혼자 있을 때 잘 찾아갈 수 있을는지 걱정이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낯선 도시에 와서 헤매는 건 통과의례 같기도 하다. 도착하자마자 제 집 찾아가듯이 바로 가기란 쉽지 않다. 원하던 정류장이 안 보이고, 표지판도 어떻게 보는지 모르겠고, 내가 생각했던 도로가 아닌 거 같고... 어느 도시를 가도 거의 만나게 되는 상황인데, 걱정은 되겠지만 차분히 생각하고, 지도 잘 살펴보고 하면 찾아갈 길은 보인다. 정 모르면 아무에게 물어보면 된다. 길 몰라 쩔쩔 매는 여행객에게 불친절한 사람은 별로 없다. 정 물어보는 게 어려우면 좀 발품 팔면서 주변 돌아다니며 길을 익혀도 되고. 이때 생각한 건 아니고, 나중에 베네치아에서 발품 팔며 생각한 게 있다. ‘나는 길을 헤매는 게 아냐. 단지 여러 길을 둘러보고 있는 거야.’

 짐을 내려놓고 숙소 직원에게 추천받은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역시 스페인 사람들은 저녁을 늦게 먹는다. 10시가 다 된 시각이었는데도 식당에 사람이 가득 찼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스페인 음식이 짠 것 같다. 빵이랑 같이 먹는 건 필수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식당 중 제일 괜찮았다.

 무엇보다 이 식당이 좋았던 건 직원의 친절함. 처음 우리를 맞이했을 때부터 웃으며 자리로 안내해줬다. 그리고 우리가 숙소에서 받은 지도를 보고 있으니깐 갑자기 더 큰 지도를 갖고 오더니, (바디 랭귀지로) 그 지도 작아서 보기 힘들다고 하면서 갖고 온 지도를 우리에게 줬다. 우리가 더 주문하려고 하자, 그거면 됐다고, 배부를 거라고 하면서 자제시켜 주었다.ㅎㅎㅎ

 여행 중 느낀 건데, 영어를 잘 하는 게 좋지만 항상 영어가 통하는 건 아닌 거 같다. 아주 기본적인 현지어 몇 마디- 특히 hello, thank you에 해당하는 현지어는 그냥 필수라고 생각하고 꼭 외워서 써먹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는 덧붙이는 게 서로 의사소통하기 편하고, 상대방도 더 친절하게 나온다. 예를 들어 hola(hello)나 gracias(thank you), uno(one), dos(two)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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