쨔스, 성희롱, 그리고 인권

Posted 2008. 10. 3. 03:03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1장 4조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처분의 금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를 고용하고 있는 자는 누구든지 성폭력범죄와 관련하여 피해자를 해고하거나 기타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된다.[각주:1]

이은의씨란 분이 계시다. 블로그에서의 닉네임은 쨔스. 나는 이 분을 알지 못했으나 민노씨님의 블로그를 통해 이 분의 사연을 알게 되었다.

삼성전기에서 일하시던 이은의 씨, 쨔스님은 삼성전기에서 일하던 중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
(관련 기사)


누가 봐도 확실한 성희롱. 그런데 회사 측의 반응은?


그래. 너희 참 법망을 잘도 피해갔구나.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런 게 삼성만의 문제는 아니겠지. 그런데 어쨌건 삼성에서 터졌다. 역시 삼성... 짜증난다. 아니다, 이 글에선 논점을 흐릴 수 있으니 삼성을 꼭 끌어들일 필욘 없겠지.

한국에서 성희롱 당한 여성은 피해자인가. 피해자라면 적절한 보상을 받아야 하고 가해자는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 아니 적어도 이은의 씨가 일했던 삼성전기에서의 직원들에겐 이은의씨가 피해자가 아닌가보다. 가해자가 했던 말, '여사원으로서 해 줘야 하는 의전이 부족한 것 같다'가 단지 가해자의 잘못된 의식에서 나온 말이라면 적어도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겠지.

성희롱 당한걸 알면서도, 그 가해자를 욕하면서도 한 편으로 '뭘 저리 따질 것까지야, 뭔 여자가 저리 드세, 대충대충 넘어가지 왜 걸고 넘어져서 힘들게 사나' 등의, 이런 유의 주변 사람들의 의식이 그녀를 따돌림 시키고, 그녀를 힘들게 한 건 아닌지. 가해자가 어떻게 살고 있는 진 모르겠다. 그런데 피해자는 기사에서 말한 것처럼 힘들게 살고 있다. 다시 한 번, 그녀는 피해자인가?

한국에선 이런 문제가 나오면 꼭 남녀 문제로 몰아가지며 뜬금없는 군대 얘기가 나오기도 하고, 여성부를 공격하는 등 마초가 득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것이 단지 남녀의 문제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이는 인권의 문제이다. 한 개인이 모독을 당했음에도 정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약자로 남아있다. 게다가 주변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그녀를 조금이라도 더 존중해줬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 런지, 여전히 우리는 인권 의식이 부족한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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