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는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가 한창인 시기다. 나도 여기에 동참하게 되었다. 대학 입학할 때도 몇 번 써보긴 했지만, 자기소개서, 쓰기 만만치가 않다. 글 솜씨도 없고, 썰 푸는 재주도 없고, 사실관계만 쓰기에도 딱히 한 일이 없기에 자기소개서 쓰기가 더더욱 힘들다.

그런데 자기소개서를 쓸수록 왠지 서글퍼지는 느낌이다. 기업마다 문항이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과거 경험을 쓰라는 것이 나온다. 성장 과정, 학창시절, 문제를 해결한 경험, 해외연수, 봉사활동 등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뭘 했느냐를 적는 것이다. 저런 걸 쓰면서 왠지 내 과거가 상품화 돼 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뭐, 도식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입사과정이라는 것은 기업이 자신들이 돈을 줘가며 쓸 만한 사람을 뽑는 것이고, 우리는 거기에 합당한 인간인가 평가받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얼마나 이 회사에 쓸모 있는 사람인지 보여야하고 그 중 한 가지로 자기소개서에 자신을 잘 꾸미는 것이 있을 수 있겠다.

이런 작업은 자신의 경험이 회사가 원하는 인재 상에 부합하도록 잘 꾸며 써야한다. (확실히 이래야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러는 게 좋다고 그러는 듯하다.) 예를 들어 학창시절 축구 동아리를 했었다고 하자. 학창시절에야 축구가 좋아 동아리를 들었고 활동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소개서에 이 경험이 옮겨지면 팀원들 간의 결속을 다졌으며, (무슨 직책이라도 맡았으면) 단체를 책임감 있게 이끌었다고 쓸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게 맞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크게 의미부여할 것 없이 그냥 즐거웠던 추억들이 자기소개서에 쓰이면 목적성을 부여받게 되는 것 같다. 즐거웠고 슬펐던 기억들이 마치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엄청난 사건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 같은 부담스러움.

해외연수 경험이나 인턴 등의 경험이 없고 자격증이 없어 저 항목을 비워둘 때 '이럴 줄 알았으면 뭐라도 해 놀걸'이라고 후회하는 게 적절한 반응인 것인지. 이렇게 되면 마치 입사하기 위해 해외연수를 다녀오고 인턴 등의 경험을 해야 될 꼴이 되고, 결국 주객이 전도된 꼴이 되는 것 같다.

쩝, 쓰다 보니 뭔가 억지스럽다. 뭐, 결론은.. 결국... 자기소개서 쓰기 싫어요~~ 정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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