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기아... 빈곤(poverty)에 관하여

티스토리에서 2008 블로그 액션데이가 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2007년부터 시작된 블로그 액션데이는 매년 10월 15일, 전세계 블로거들이 한가지 특정 주제에 대해 블로깅하고 이를 통해 생각을 나누는 날이라고 합니다. 2007년 '환경'이라는 주제에 이어, 이번 2008년에는 '빈곤(Poverty)'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고 한다고 하오니, 함께 참여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가난

지식채널e 채널/시간 EBS 월~금 저녁 9시 45분 출연진 상세보기

9월 둘째 주 월요일 EBS 지식채널e에서 방영된 '최고의 자격'^[각주:1]. 링크된 곳에 써있는 말, "길바닥에선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는데 경제학 이론이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가 처음 봤을 때도 그렇고 매번 볼 때마다 가슴에 와 닿는다.

담보가 없기에 돈을 빌려줄 수 없다. 이게 규칙이니까. 유누스는 규칙을 바꾸기로 마음먹고 은행을 설립한다. 담보 필요 없고, 신원보증 필요 없고, 최고 대출액 150달러, 돈 빌릴 수 있는 자격 하위 25%.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자격, 가난.

가난이 게으름이나 지적 결함 같은 개인적인 문제에서 연유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들이 가난한 것은 제도적으로 아주 적은 금액의 자본금도 손에 넣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원금 회수율은 98%나 되었다. 2006년 무하마드 유누스와 그라민 은행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다.

기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카테고리 사회/정치/법 지은이 장 지글러 (갈라파고스, 2007년) 상세보기

‘기아’하면 어떤 것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가. 아프리카, 삐쩍 마른 팔다리와 불룩 튀어나온 배, 희망을 잃은 눈빛, 아무것도 모른 채 배고픔에 시달려 우는 갓난아기, ....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99년 한 해 3,000만 명 이상이 ‘심각한 기아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고,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사람들의 숫자까지 합치면 기아 인구는 8억 2,800만 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1990년에는 8억 2,200만 명, 2005년에는 8억 5,000만 명이다. 해가 지날수록 사태는 개선되지 않고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위안 아닌 위안을 삼자면 1990년에는 세계 인구의 20%가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렸다면 1999년에는 19%로 줄었다는 것이다. 대륙별로 인구 대비 비율을 따지면 아프리카가 35%로 제일 높다. 그러나 명수로 따지면 아시아가 5억 5,000만 명으로 제일 많다. 유럽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동유럽 국가들과 옛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한 나라도 기아문제를 안고 있다.

‘세계적으로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아에 허덕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자연이 스스로 정화 작용을 일으켜 인구밀도를 조정해 주는 것이다’고 생각하는가? 1984년  FAO의 평가에 따르면 지구는 120억 명을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의 지구 인구보다 두 배가 많아져도 우리는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18C 인구 증가와 식량 위기를 말했던 멜서스의 이론이 잘 못된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의 가책을 진정시키려고 이 이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식량은 충분한데도 왜 많은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는가. 이는 기아문제가 있는 나라의 지배구조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이들 나라는 대개 내전이나 전쟁에 휩싸여 있고 독재 정부가 들어서있다. 독재를 통해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챙기기에 급급하고 국민들의 안위는 뒷전이다.

서구 국가들이 이런 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과거 이들은 식민지정책으로 아프리카와 남미 등의 농업을 불균형하게 만들었다.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작물을 제배하도록 하면서 값싼 노동력으로 피지배민을 부려먹었다. 이렇게 단일경작을 강요하면 그 나라에서는 정작 먹고 사는데 필요한 작물을 제배하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 수입을 해야 한다. 이들의 정부는 노동을 착취하여 얻은 작물을 수출하고 그 차액으로 사치를 누리며, 작물 수입에 관해서는 식량 수입 독점권을 가지고 막대한 재산을 모으고 있다.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에 제대로 된 지도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다.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는 분유의 무상 배급을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러나 스위스의 다국적기업 네슬레는 이를 거부했다. 또한 닉슨과 키신저는 아옌데의 사회주의적 정책을 꺼려 끊임없이 아옌데 정권을 괴롭혔고 결국 아옌데는 살해됐고 미 CIA를 등에 업은 피노체트의 군부가 들어서게 된다.

부르키나파소라는 국가에서도 상황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토마스 상카라가 대통령이 되어 개혁정책을 펴면서 농업생산량은 크게 늘었고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상카라의 개혁은 부패한 이웃 나라의 대통령들에겐 부담이었다. 결국 상카라는 살해되었고 부르키나파소는 만연한 부패, 외국에 대한 극단적 의존, 만성적 기아, 신식민주의적 수탈과 멸시 등이 있는 보통의 아프리카 국가로 돌아갔다.

세계에 많은 구호단체가 존재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하는데 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 우선 그 나라의 사정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 독재국가에서는 자신들의 치부를 들어내지 않기 위해 피해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려 한다. 또한 지원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지원을 받았다 해도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는데 바쁘다. 그리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여전히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구호단체가 결국 독재자들을 돕는 셈이 된다며 구호활동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다. 저자는 이에 대해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 모든 손해를 보상받게 되는 것이고, 그러기에 갖가지 모순들과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러한 딜레마를 접할 것이다. 북한이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알겠는데 지원해줘도 제대로 되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금강산 피격 사건 등으로 북한에 대한 시선은 더더욱 곱지 않다. 이에 대해 법륜 스님은 다음과 같은 답을 하셨다.

굶어죽는 노인과 아이들이 총을 쏜 게 아니다. 굶주림의 문제가 해결되려면 식량이 들어가야 한다. 금강산 사건 해결과 관계없이 대북 식량 지원은 이뤄져야 한다. 경기침체, 고물가 등으로 우리 살림살이도 지금 어렵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도 굶주리거나 굶어죽지는 않는다. 북녘 동포들은 굶주리고 있고, 일부는 죽어가고 있다. 우리가 좀 덜 먹고 덜 쓰는 소박한 생활로 절약한 경비를 굶주리는 동포들에게 보내자.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것보다 더 큰 공덕은 없다. 북녘 동포들도 어렵지만 용기를 잃지 말고 최선을 다해 사시라. 우리가 식량을 싣고 곧 북녘으로 달려가겠다.^[각주:2]

10월 8일 무릎팍도사에 션, 정혜영 부부가 나와 기부에 대한 얘기를 했었다. 일반인이 이들처럼 많은 액수를 기부하기란 힘들 수 있다. 그러나 꼭 많은 액수를 기부해야 하는 건 아니다. 비타민 A 한 알은 20원. 4만원이면 어린이 1,500명에게 6개월 치 비타민 A를 공급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도움이 모여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다음은 몇몇 구호단체이다. 이 외에도 많은 구호단체가 존재한다. 홈페이지를 둘러보며 자료를 살펴보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동한다면 구호의 손길을 꺼내보는 건 어떨는지.

UNICEF 한국위원회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아름다운재단

1. 이 곳은 민노씨님께서 소개해주셨던 곳이다. 이 동영상에 나오는 배경음악은 Decemberists의 'The Crane Wife'. 축구왕피구님의 블로그에서 들었던 기억이 나면서 더욱 반가웠다. [본문으로]
2. 한겨레21, [인권OTL] 죽음 방치한 죄 ‘대속’하려 굶는다, 정인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대북 지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에 대한 답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