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같이 숙소에서 나와 기차역으로 갔다. 기차 안에서는 한 시간 정도 잔 후 런던 책을 읽었다. 거의 다 읽어 가는데, 이제 읽을 게 떨어져간다. 태블릿이 정상이었으면 한겨레21등을 읽으면 될 텐데... 하여튼 도움 안 되는 태블릿...

 맨체스터 기차역에 도착해서 출구 찾느라 좀 해매다 작은 매점에서 아침을 때웠다. tea & toast라기에 토스트 제대로 구워줄 줄 알았더니, 그냥 크로와상 전자레인지에 데워줬다.-_-

 버스 역에 도착하여 리버풀 행 티켓을 끊고 버스에 올랐다. 왕복 끊을 거냐고 했는데, 그냥 편도만 구입. 왕복이 쌀 거 같은데 언제 올지 몰라 편도를 선택했다. 그런데 그냥 좀 늦게라도 예약 걸 걸 그랬다. 쩝;;;

 리버풀에 도착하여 숙소 찾을 때까지 무지 헤맸다. 일단 버스 정거장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 몰라 한 10분 정도는 정거장을 못 떠난 거 같다. 정거장에 무료 지도가 배치돼있었음에도 헤맸다.-_-

 겨우겨우 헤매며 숙소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허름하고 작았다. 배정받은 방은 넓긴 했지만, 개인 창고가 너무 작았다. 좀 낡아 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대충 짐을 던져놓고 오늘/내일 갈 곳을 지도에 체크하였다. 근처 식당에서 햄버거 + 맥주로 점심을 해결한 후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했다.


<11.05 파운드짜리 점심>


 앨버트 도크(Albert Dock) 쪽으로 가서 먼저 국제노예박물관(International Slavery Museum)으로 향했다. 입구 벽에 쓰여 있는 문구 하나하나가 결코 쉽게 지나가지 못 하게 눈을 사로잡았다. 첫 전시관은 아프리카인들의 생활에 관한 곳이었다. 처음엔 이게 박물관의 끝인 줄 알고 어이없어 할 뻔 했다. 당연히 그럴 리가 없지...


<앨버트 도크>



<국제노예박물관>









<1981년 리버풀 내에 있는 Toxteth에서 경찰과 흑인 사회 사이에 벌어진 사건>


 두 번째 전시관은 백인들이 흑인을 노예로 끌고 다니고, 학대한 내용을 보여줬다. 유대인 박물관에서도 생각했던 건데, 사람들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흑인을 노예로 보는 걸 당연시 여기던 사람들이, 노예제 폐기했다고 선언하면서 바로 인식의 전환이 왔을까. 바로는 안 되었겠지만, 어떻게 의식이 바뀌게 되었을까.


<노예무역 전시관>


<리버풀에서 노예무역이 이루어졌던 부두>


<노예 운반선 모형>




 세 번째 전시관은 다시 흑인들의 모습으로, 현재 진행형의 내용이 전시되었다. 음악 등이나 유명한 흑인들에 관한 내용, 여전히 내전 등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습이 사진에 담겨있었다.








 박물관을 나와 향한 곳은 근처에 있는 비틀즈 스토리(Beatles Story). 리버풀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두 곳을 오늘 다 갔다. 비틀즈 스토리도 오디오 가이드로 진행됐는데, 역시 한국어는 없었다. 처음에는 그냥 켜놓고 지나다니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다녔다. 이런 게 너무 아쉽다. 좀 더 공부할 수 있는 기회인데도 언어 장벽으로 아무 것도 배우지 못 하는 현실.






<비틀즈가 공연했던 Casbah>


<비틀즈가 함부르크에서 공연했던 곳, Star club>


<펍 Cavern처럼 꾸며놨다.>





<(전시관 내에 있는) Abbey Road 스튜디오>


<Strawberry Field>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Yellow Submarine>


<Paul McCartney>


<Ringo Starr>


<John Lennon>


<George Harrison>



 다른 건물에 있는 비틀즈 스토리는 특별 전시관 같은 느낌인데, 엘비스와 비틀즈의 인연 등을 담은 Elvis with us, 비틀즈의 숨은 사진을 보여주는 전시관, 비틀즈 내용을 갖고 만든 4D 만화 등이 있었다. 4D 만화는.. 내용은 별거 없고, 그냥 4D 체험관 같은 느낌?

 엘비스 전시관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역시 오디오 가이드가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그래도 전시관에 쓰여 있는 글귀를 읽으며 어느 정도 내용은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엘비스가 음악사에 미친 영향력이 컸구나. 비틀즈에게 엘비스는 신이었다. 비틀즈가 엘비스의 집으로 찾아가 만난 적이 있는데, 비틀즈가 거실에 앉아 기다렸고, 엘비스가 등장해서 처음 건넨 말은 이거였다.

 'Well, ..., if you guys aren't going to talk to me I'm going to my bedroom.'

 숙소 쪽으로 오면서 저녁 먹을 곳을 찾았는데, 마땅치가 않았다. 낮에 반팔 입고 나갔는데, 추워서 숙소에서 재킷을 입고 다시 나와 걸으며 식당을 찾았다. 비싸서, 영국식이 아니어서 등 혼자 별 핑계를 다 대며 괜찮아 보이는 식당을 다 지나치고 결국 다시 앨버트 도크 근처까지 갔다. 그러다 한 곳에 그냥 들어갔다.



<리버풀 포트 빌딩(Port of Liverpool Building)>


<커나드 빌딩(Cunard Building)>


<로열 라이버 빌딩(Royal Liver Building)>


<이 세 건물을 세 가지 은총(Three Graces)이라 한단다.>


<리버풀 박물관(Museum of Liverpool)>





<Lennon Studios... 존 레논과 관련이 있으려나?>


<차이나타운>


 맥주랑 피쉬 앤 칩스(fish & chips)를 달랬는데, 맥주를 잘 못 알아듣고 그냥 물을 갖다 줬다. 그 전에도 안내원이 모라고 했는데 내가 못 알아들으니, 그냥 포기. 아... 내가 이렇게 영어를 못 했구나. 그런데 음식이 꽤 늦게 나왔다. 30분은 넘게 기다린 거 같다. 어쨌건 영국 와서 처음으로 피쉬 앤 칩스를 먹었다. 느낌은.. 뭐.. 그냥 동태 살 튀김이네. 맛없지도, 그렇게 맛있는 것도 아닌.. 딱 그 정도 느낌. 맥주를 안 마셔 아쉬웠지만, 물 값이 0이 나와 돈은 굳었네.


<피쉬 앤 칩스>


 바닷가를 돌며 야경 사진 몇 장 찍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행인지 6인실 방에 아무도 안 왔다. 혼자 음악 틀어놓고 여유롭게 씻고, 컴퓨터 사용을 했다. 그리고 1시가 다 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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