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2] 분노의 공항 체류

Posted 2013. 9. 15. 22:30

 아침에 다시 공항 홈페이지에 들어가 비행기 일정을 체크해봤으나 13:15에 뜨는 비행기는 없다. 알이탈리아 홈페이지에서 체크인을 하려 해도 Not Open Flight라는 표시만 똑같이 나올 뿐이었다. 어찌어찌 하다가 알이탈리아가 연결해준 항공사인 AirOne에 들어가 체크인을 시도해봤다. 여기에 정보가 떴는데, 19:05 비행기로 나와 있다. 이리 황당할 수가. 나한테 공지 없이 어떻게 이렇게 비행기가 바뀔 수 있지?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니 그렇게 비행기 바뀌느니 경우는 있는데, 그러면 당연히 미리 전화나 이메일 준다고, 이런 경우는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베네치아에 더 남아있다 19:05 비행 시각 맞춰 갈까 했으나, 다시 한 번 정확히 확인하고 싶어서 일단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수상택시 티켓을 사야하는 데 기계가 동전을 자꾸 뱉어냈다. 7유로인데 50유로는 당연히 안 받아들이고, 20유로도 단위가 크다고, 작은 단위로 넣으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부랴부랴 근처 젤라또 집(니꼬)에서 20유로를 10유로 두 개로 바꿔 표를 구매했다. 그리고 뛰어갔으나 5.2번은 바로 떠나버렸다. 그래도 다행히 서는 정류장 수는 두 개 정도 많지만 Plazza Roma로 가는 2번이 바로 왔다.

 버스표를 사고 사장님이 알려준 5번 버스를 타려 했는데, 버스 티켓이 자기네 회사께 아니란다. 아... 또 당황... 확인해보니 그랬다. 그래도 또 다행히 근처에 그 회사 버스가 승객을 받고 있었다. 또 뛰어서 버스 탑승. 5번 버스와 달리 이건 공항까지 한 번에 갔다. 그런데 왠지 수상택시 티켓으로 이 버스도 같이 탈 수 있을 거 같은데, 이젠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공항에 도착해 알이탈리아 창구로 갔다. 비행기 바뀐 건 알았지만 모르는 척 하고, 내 비행기가 출발 목록에 없다고 물었다. 직원은 심각한 표정과 약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컴퓨터를 통해 무언가를 찾아봤다. 그러면서 이메일 같은 거 못 받았냐고 그런다. 그리고 전혀 미안해하지 않은 표정이지만, 그냥 왜 이런 일이 나한테 접수됐나 하는 약간의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한 마디 나에게 했다. 'Sorry' 뭐라고 개지랄 떨고 싶었지만 영어로 이걸 표현할 능력도 안 되고, 사실 한국에서도 저런 상황에서 말로만 개지랄 떤다고 하지, 막상 앞에서는 그냥 그러냐며 조용히 물러나는 나이기에... 그냥 Ok 하고 물러났다.

 식당 테이블에 앉아 졸면서 lonely planet을 읽으며 시간을 때웠다. 그러다가 캐리어가 너무 귀찮아 체크인 창구로 갔더니, 2시간 전부터 받는다고 한다. 4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때였다. 점저로 식사를 때우자는 생각에 4시까지 버티기로 했다. 론니 플래닛을 마저 읽고, 좀 졸다가, 브라이슨의 유럽 여행기를 읽었다. 유럽 와서 느낀 건데 얘네는 시계를 걸어둘 줄 모른다. 식당이고, 박물관이고, 일반 가계고 어디를 가도 지금 몇 시인지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핸드폰은 안 되고, 태블릿도 고장난 상태이어서 mp3를 계속 껐다 키며 시각을 확인했다.

 3시 40분 쯤 지루하기도 하여 점저를 먹었다. 피자 한 조각 먹을까 했는데, 피자+샐러드+음료를 9유로에 파는 세트 메뉴가 있어서 그걸로 먹기로 결정. 제일 맛있어 보이는 피자를 선택했더니 9.5유로가 나왔다. 스페셜 피자를 시키면 0.5유로 추가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 피자가 스페셜인지 몰랐지. 그럼 그 직원은 내가 그거 골랐을 때 추가된다고 말을 해주던가... 또 따지고 싶었지만, 위의 이유와 마찬가지로, 말았다.

 4시 반쯤 혹시나 해서 봤더니 수하물을 받고 있었다. 두 시간보다는 일찍 받는군. 캐리어가 20Kg가 넘을까 걱정됐는데 21.5Kg가 나왔다. 노트북 빼야하나 했는데 그냥 받아주네. 23Kg가 기준이었거나, 그냥 봐준거거나... 어차피 살 것도 없기에 면세점을 대충 훑어보고 앉아서 다시 책을 읽었다. 론니 플래닛 체코 편에 2일 코스가 나와있기에 그걸 따라갈 생각이다. 책을 들고 다니긴 무거우니 첫 날 일정을 수첩에 대충 옮겨적기로 했다. 나름 시간은 잘 갔다.

 비행기는 이륙하고, 이탈리아와는 작별. 이탈리아는 진짜 묘한 매력이 있다. 이렇게 떠난다는 데에 어떤 의미부여를 하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예정보다 빨리 프라하 공항에 도착했다. 짐이 나오는 동안 환전소에서 환전했다. 원래 150유로만 하려 했는데 200유로 이상부터 수수료 할인해준다고 하여 200유로를 바꿨다. 다시 공항으로 와서 자기네 환전소에서 환전하면 동전 포함해서 100% 다 해준다는데, 난 비행기 안 타고 기차 타는데...;;

 버스 정류장으로 갔는데, 버스표 끊는 기계가 있다. 그런데 뭔 말인지 모르겠다. 언어 때문도 있지만, 종류가 많아 뭘 뽑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서였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얼핏 보기로, 얘네는 버스에서 짐이 있으면 돈을 더 받는다고 하던데, 어떻게 티켓을 뽑아야하는지 기계 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는 도중 한 할아버지도 버스표를 뽑으려다 지폐만 있어서 - 동전만 받는 기계다-_- -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버스표 창구로 가셨다. 나도 눈치껏 그 할아버지를 따라갔다. 표는 버스와 지하철 통합권이고, 시간 단위가 있는 표였다. 30, 90, 120분 이렇게 나뉘었던가. 그리고 짐이 있으면 짐 용 표가 따로 있었다. 그렇게 난 36+12CZK를 지불하여 두 장의 티켓을 받았다.

 버스 -> 지하철 -> 걸어서 숙소 찾기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통과했다. 지하철역에서 골목을 많이 안 꺾어도 되는 숙소여서 그런 것도 있다. 이 호스텔은 0층은 바+음식점이어서 음악소리가 꽤 시끄러웠다. 그래도 호스텔 방은 대 만족. 4인실인데 캐리어를 활짝 펴도 공간이 많이 남는 넓은 방이고, 화장실도 방마다 따로 있어 좋았다. 그리고 일기를 쓰고 있는 이 시점에 알게 된 건데, 스위스 여자 3명과 한 방. ~_~

 오늘은 모처럼 (관광으로 보면) 아무 것도 안 하고, 책을 많이 읽은 하루였다. 어제도 사실 반나절 정도만 돌아다닌 건데, 시간 활용이 좀 아쉽게 됐다. 그래도, 뭐, 이렇게 쉬는 날도 있어주는 게 좋은 듯....이라고 위안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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