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 문제로 총장과 총학을 비롯한 학생 측이 대립 중이라는 건 뉴스를 통해 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래와 같은 메일을 보냈다고 하는군요.

어느 게시판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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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서울대 가족 여러분.
 
 
언론 등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겠습니다만, 지난 5월 30일(월)밤 이후 대학 행정관 건물 점거 사태로 인하여 대학 본부 행정 업무가 전면 중단되고 있는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신입생 맞춤형 장학금, 근로장학금 등 장학 업무, 시간강사 선생님들에 대한 강사료, 일용직원들에 대한 급여, 국제학술대회의 참가경비 등의 지급 업무가 수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경제적 불편 등을 겪고 계시는 분들에게 죄송한 말씀을 올립니다.
 
 
본부 처·국 각 과의 전화 응대를 비롯한 모든 민원업무가 불가능한 상태이니 이 점 또한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행정 서비스가 불가능한 대학 주요 업무는 아래와 같사오니, 불편함이 있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각 업무와 관련된 교수님들과 학생들께 개별적으로 전해드려야 합니다만, 모든 자료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이오니 이점 또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본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조만간 긴급 대책반을 마련할 예정입니다만, 여건상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여러분의 많은 이해를 바랍니다.
 
 
2011. 6. 2.
 
교육부총장 박명진
 
연구부총장 이승종
 
 
 
 
<장학>
 
· 학생 장학금 미지급
 
- 신입생 맞춤형 장학금 151명 3억 1천만원(6.3자)
 
- 근로장학금 1,120명 2억 8천만원(6.3자)
 
 
<행정일반>
 
· 중앙부서와의 공문 수발 중단
 
· 교수·직원 각종 증명 발급 중단
 
· 서울대 대표전화 불통(안내 불가): 교환실 근무 불가
 
 
<인건비>
 
· 시간 강사료 미지급 1,437명 9억 9천만원(6.3자)
 
· 일용직 인건비 미지급(매월 말일)
 
 (예, 버스기사 12명 2천 4백만원)
 
· 청소, 경비 용역비 지급 불가 8천만원(6.5 예정)
 
· 공사, 준공에 따른 경비 및 시설관리 용역비 지급 불가
 
 - 24동 화장실 보수공사 외 9건 8억 6천만원
 
 
<연구지원>
 
· 국제 학술회의 참가경비 미지급 28명 9천 8백만원
 
 
 <인사>
 
· 연구원 임명 지연 196명(차량 주차, 도서관 출입 중단)
 
· 교수, 직원 인사발령 지연(승급, 휴·복직 등)
 
· 명예교수, 연구원 등 주차등록 및 연장신청 불가
 
 
<대외교류>
 
· 한국교원대학교와의 학술교류협정 체결 불가능(연기)
 
  (당초 6.1 자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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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래는 이 글 게시자가 첨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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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일만 보면 현재 본부 점거로 인하여 학생들과 교직원 분들을 포함한 적지 않은 분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수업 시간에 배우는 것처럼 '맥락을 따라' 읽으면 전혀 다른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사실관계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본부점거 현장을 직접 가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신입생 맞춤형 장학금(많이들 아시겠지만 정말로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이 학생들의 삶에 장학금 지급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및 근로장학금을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복지과는 현재 점거 및 봉쇄 대상이 아닙니다. 더불어 복지과와 함께 있는 "각종 증명 발급"을 해주는 서울대학교 학사과 또한 현재 점거 및 봉쇄 대상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예산에 좀 더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대학교 재무과는 점거 당해있지 않는가를 물을 수 있습니다. 분명 점거 대상입니다만, 어제 총학생회 및 총운영위원회에서 밝힌 바를 따르면 해당 과의 소속 직원들이 '꼭 필요한 업무'라고 말할 경우 일시적으로나마 본부로의 진입을 허용해주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관리과 또한 마찬가지고요. 더불어서, 서울대저널의 몇몇 기사를 따르면 이미 중앙전산실 2층 및 3층과 CJ국제협력본부(152동) 등에서 서울대학교 본부 및 총장실이 운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정리하자면, 위와 같은 '업무불가' 선언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못 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할 수 있지만 안 하겠다는 게 이 메일을 읽을 때 가장 정확한 요점입니다. 어떻게든 노력을 했는데 할 수 없더라, 라고 한다면 모르겠지만 이것은 매우 파렴치한 행위입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 '업무불이행 선언'을 통해 누가 피해를 보는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신입생 맞춤형 장학금을 받아야하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151명이고 그들의 삶을 위해 꼭 필요한 3억원 상당의 장학금이 '지급거부' 되었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포함해 일을 하고 정당하게 그 대가를 받아야 하는 근로장학생들이 1,120명이고 그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2억 8천만원의 임금이 '지급거부' 되었습니다.
 
 
진실로 어려운 환경에서 연구하고 계시는 시간강사 분들 1,437명이 그분들의 노동에 따라 정당하게 지불되어야 할 9억 9천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코 높지 않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학교 생활 전반을 위해 힘써 일해주시는 일용직 노동자 분들, 청소, 경비 노동자 분들의 임금 최소 1억 4백만원 이상이 지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서울대학교 본부가 자신들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본부 점거 투쟁에 대응하기 위한 '인질'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서울대학교의 약자들 뿐입니다. 이 분들 중에 정말로 지급되지 않은 임금 및 장학금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분들이 적지 않으리라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으며, 따라서 서울대학생들은 본부 점거를 하면서도 위와 같은 경우에 대해서는 특별히 예외를 삼아 업무가 속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학교 본부는 자신들의 의무를 수행하길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한 마디의 형용사면 충분합니다. 비열하지 않습니까? 다른 곳도 아닌 바로 서울대학교 본부가 그들이 책임져야 할 약자들의 인질로 삼고 있다는 것이! 저는 제 이해타산과 무관하게 진실로 화가 납니다. 지금도 SNULife 에서는 임금을 지급받지 못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학우들의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의조차도 내버리고 있는 이들에게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는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많은 학우들이 이 비열한 응대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올바른 응답을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더불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서울대학교 본부 측에서 조속히 '비열한 인질극'을 포기하고 자신의 의무를 다 해주기를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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