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관련한 기억과 생각

Posted 2010. 5. 18. 00:24
어렸을 때, 아니, 그렇게 너무 멀리 갈 필요 없이 고등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반장 선거 같은 걸 하면 그냥 내가 찍고 싶은 후보 이름을 썼다. ‘얘 찍으면 B가 표를 적게 받을 테고, 그러면 A가 당선 돼 버리면 어쩌지?’와 같은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대학교 때는, ... 오히려 덜 오래된 기억임에도 명확히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도 어쨌건 최종 판단은 ‘얘가 되건 말건 얘 찍으련다.’였던 걸로 기억된다.

그런데 국가와 관련된 선거 때면 매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A 찍는다고 A가 당선될 확률이 높아 보이는 건 아니지만 B 찍으면 A의 당선 확률이 낮아지고, 그렇게 되면 C의 당선 확률이 높아질 텐데.’

왜 이런 고민을 하며 불편함을 느껴야하는 걸까. 그냥 내가 찍고 싶은 데로 찍는 게 문제가 되는 걸까. 식탁에 음식거리 가득 차려놓고 밥이나 국만 먹으라고 하면 너무 매정하지 않은가. (남들에겐) 인기 없는 반찬인 콩자반 좀 좋아한다고 눈치 보며 콩자반을 퍼먹을 수는 없지 않나.

다시 어렸을 때로 돌아가서, 중, 고등학교 때는 확실히 기억이 안 나지만 초등학교 때는 (거의) 확실히 기억난다. 투표를 두 번 한 적도 있다는 것을. 반장 한 번 뽑고, 부반장 한 번 더 뽑아서 두 번이 아니다. 여러 명의 후보가 나왔고, 투표를 했는데 과반수를 넘은 후보가 없으면 몇 명을 추려 재선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 내가 찍었던 애가 떨어져 나가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런 건 ‘야, 처음에 나 너 찍었다.’ 하면서 나중에 그 친구를 위로해주면 되곤 했다. 그리고 그 전에, 미처 끝내지 못한 일, 2차 투표를 끝내야 했다. 추려진 애들 중에 내가 뽑고 싶은 애를 다시 골라 투표용지에 이름을 쓰는 작업...

지금 선거 제도의 문제점 중 하나는 과반수를 얻지 못해도 당선이 확정된다는 것이다. 찍고 싶은 곳에 도장 찍은 사람을 비난해서 뭐가 좋을까. 서로 마음만 불편해질 뿐... 제도를 개선하는 건 어떨지 생각해 보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물론, 그놈의 비용이 항상 문제겠지만. 그렇다면 최소한 대선에서만큼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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