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넷심'이라는 용어를 볼 때가 있다. 신조어로 '네티즌의 마음'이란 뜻인데, 어떤 문제에 대해 인터넷 게시판이나 댓글 등에서의 여론이 어떤가를 나타내는 말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오프라인에서의 일반적인 여론이라는 것도 하나로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듯, 사람들이 하는 인터넷 안에서 넷심이란 말로 어떤 하나의 의견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단정 짓는 데는 무리가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기사의 댓글이나 게시글 등을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로 어떤 의견이 대세인지는 대강 파악할 수는 있다. 예를 들면 현 정부를 옹호하는 분위기 보다는 비판/욕 하는 분위기가 훨씬 많음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보면 넷심이란 게 과연 어떤 건지, 실체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댓글도 넷심이요, 블로그 글도 넷심이라고 한다면 이 둘의 대세는 비슷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A = B + C 라고 할 때, A에 80%의 대세가 있다면 B나 C에서도 80%의 대세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B - 댓글과 C - 블로그의 대세가 다름을 느꼈다. 평소에 나와 생각하는 바가 (크게 보아) 비슷하여 구독한 블로그가 많기에 이런 걸 느끼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뭔가 하면 요즘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살인 용의자의 사진 공개이다. 내가 구독하는 블로그에서 이와 관련된 글들이 올라오면 (지금까지) 100이면 100 사진 공개를 비판하고 있다. 이렇게 한 쪽으로 확실히 의견이 기울면 논란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왜 논란이라고 하나 해서 기사를 찾아가 보았더니 블로그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의견의 댓글들이 많이 있었다. 살인자에게 인권이 어디 있냐, 공개 잘했다, ... 대략 이런 내용들이었다.

블로거나 댓글 다는 사람이나 다 인터넷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인데 이리도 갈릴 수가. 블로그 보다는 댓글이 더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일까. 블로그에서는 이전까지 어떤 글을 써오며 자신의 인격체를 형성해왔고, 앞으로도 글을 쓸 것이기에 좀 더 책임있는 글 쓰기가 요구될 수 있다. 반면 댓글은 누가 댓글을 달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기사를 읽고 떠오르는 느낌을 바로 적기 때문에 블로그 글쓰기 보다는 시간이 들 걸린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써놓으니 블로거는 좀 있어 보이고, 댓글 다는 사람은 대충 대충 쓰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런 건 아니니 큰 오해 마시길. 블로그와 댓글이 익명성의 깊이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사건처럼 이리도 의견이 갈릴 수 있을까. 블로그 하는 사람들이 본성을 숨겼다가 댓글에는 다른 태도를 보이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도 아닐 테고. 그렇다고 블로그 하는 사람, 댓글 다는 사람 하면서 딱 둘로 나눌 수도 없을 텐데.

기사 몇 개, 댓글 몇 개 대충 훑어보고 오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괜히 길게 썼는데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왜 내가 구독하는 블로그의 대세랑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의 대세랑 다른 거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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