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공무원과 안 좋은 추억이라도 있는 것일까. 집권 초기부터 공무원과 관련해 머슴론 등 많은 말을 해왔다. 단순히 말하는 것으론 부족했는지 새로운 '국가경영기법'을 들고 나오셨다. 다행히(?!)도 인원을 감축하거나 '대놓고' 월급을 줄이는 정책은 아니다. 문제는 대놓고 월급을 줄이진 않고 은근히 줄인다는 데 있다.

우선 월급에서 0.3% 기부를 하게 한다. 아, 물론 '자율적'이다. 자율적으로 참여하라고 친절히 공문까지 보내주었다. 숭례문이 불탔을 때 '숭례문 복원은 국민성금으로 하자'고 말했다가 '오해'임이 밝혀졌다. 이번에는 이런 오해를 조금이나마 줄이려는 것인지 기간도 1, 2월로 한시적이고, 대상도 공무원으로 축소했다. 전 국민 기부 운동 안 벌인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하나, 아님 이번 일은 시범 운영으로 봐야하나.

그래도 기부, '자율적'이어서 그렇지 아름다운 문화라고 봐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무원들의 소비를 증진시키기 위해 나온 두 번째 정책은 밖에서 밥먹기. 내수 살리기를 위해 구내식당에서 밥 먹지 말고 인근 식당에서 사먹으라는 제도이다.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식당을 폐쇄했었는데 새해부터는 과천청사는 월 2회, 광화문청사는 매주 식당을 폐쇄한다고 한다.

공무원 월급에서 기부하고, 공무원 월급으로 밥 사먹게 하면 결국 공무원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 나간다. 국가 예산 하나 안 쓰고 복지 예산이나 내수 증진 예산을 뚝딱 만들었으니, 대단한 '국가경영기법'이 아닐 수 없다. 왜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를 공무원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가.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하려면 국가 예산을 확보하여 해결해야 하고, 그 이전에 빈곤층이 줄어들도록 제도적으로 보완을 해야 할 것이다.

뻘1) 근데 구내 식당 폐쇄하면..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 봉급은 어떻게 처리되는 거지? 설마 하루 쉰다고 월급에서 그만큼 빼나? 아니면 그냥 유급휴가같은 걸로 처리되나? 만약 후자라면 왠지 '실용정부' 철학이랑 안 맞는거 같은데. 그렇다고 월급에서 빼는 것도 문제가 있고... ~_~

뻘2) 내수 살리기에 그리도 골몰하시면서 요즘 마트에서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던데 왜 힘들게 들여온 미국산 쇠고기는 안 드시는지. 뭐 꼭 그렇다고 당장 공공기관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쓰라는 건 아니다. 또 괜히 애먼 공무원만 피해볼라. 속여 파는 사람들이 있다하던데 공공기관에 들여오는 쇠고기도 조심하시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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