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은 음악가 순례... 라기엔 너무 거창하지만... 아무튼 비틀즈(Beatles)와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발자취를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었다. 먼저 숙소와 가까운 Earls Court Exhibition Center로 갔다. 예전엔 Earls Court Arena로 레드 제플린이 많이 공연을 했다고 한다. 안까진 안 들어가고 그냥 밖에서 외관 건물 사진만 찍었다. 그리고 바로 홀랜드 공원 쪽으로 향했다.


<Earls Court Exhibition Center>


 지하철로 이동하고 싶었으나 한 정거장이고 비정기적인 지하철이라 타기가 애매했다. 그래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한 10여분 걸렸나. 홀랜드 공원 근처에 Tower House가 있는데 여러 소유주를 거처 현재 Jimmy Page가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미리 사진을 확인하고 갔기에 쉽게 찾고 알아볼 수 있었다.

 사실 도착 전에 걸어가면서 이런 망상을 했다. :

 내가 건물 사진을 찍고 있는데 우연히 Jimmy Page가 밖으로 나온다. 레드 제플린 후드 재킷을 입고 있는 날 보고, 동양인이라 신기했는지 인사를 하며 들어오라고 한다. 나는 매우 감격에 겨워 영광이라고 말하고 - My Honor인지, Your Honor인지, 뭐라고 해야 하는지 영어가 딸려 이것도 고민했다;; -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다...기엔 영어가 짧으니.. 그냥 좋아해요.. 재결합해주세요, 한국 와주세요.. 뭐 이런 말밖에 더 하겠나.

 그러나 Tower House에 도착했을 때 지미 페이지는커녕 구경꾼도 없었다. 최소한 레드 제플린 펜이라면 진을 치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ㅋㅋ 그래도 사람 없고 한적하니 사진 찍기는 좋았다.




 이후 홀랜드 공원 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홀랜드 공원(Holland Park)을 산책하기로 했다. 영국에서, 특히 런던에서 부러운 것은 공원이다. 아.. 생각해보니 올림픽 공원이 있구나. 그런데 우리 집에선 너무 멀어... 얘네는 좀만 지나면 공원이다. 꽤 넓은 잔디밭과 숲이다. 호수/연못도 있고. 아침 공원의 공기를 마시며 느긋이 산책을 했다.


<천연 잔디 위에서의 조기 교육>



 이번 산책의 백미는 다람쥐. 다람쥐가 나무 앞에서 서성이고 있기에 사진을 찍으러 다가갔다. 그런데 이 다람쥐가 도망갈 줄 알았는데 내 주변을 맴돈다. 기쁜 나머지 빨리 사진을 찍으려는데, 하필 배터리가 다 나갔다.ㅠㅜ 서둘러 배터리를 교체하려고 가방을 뒤졌다. 그랬더니 이 귀여운 다람쥐가 먹을 거라도 꺼내는 줄 알고 빤히 바라보는 게 아닌가... 아.... 그 눈망울...ㅠㅜ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내가 먹을 걸 들고 다니지 않는 게 이번처럼 후회된 적은 없었다. 계속 내 발 밑을 돌고 뭐 안 주나 빤히 쳐다보고.... 먹을 것도 안 주고 사진을 찍는 내가 다람쥐에게 죄 짓는 거 같았다. 미안한 나머지 빨리 사진 찍고 발걸음을 돌렸다. 가는 길에 다람쥐가 계속 눈에 밟혔다. 아... 이런 귀요미 동물이었다니...ㅠㅜ


<뭐 줄라고?>


<빨리 꺼내줘.>



<진짜 없어?>


<진짜?>




<홀랜드 공원 입구>


 다음으로 간 곳은 그 유명한 애비 로드(Abbey Road).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횡단보도가 있는 그 곳이다. 지미 페이지의 Tower House와는 달리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횡단보도에서 너도나도 그 포즈를 취하겠다고 차가 지나가길 기다리며 사진 찍고 있었다. 일행이 없는 게 이럴 때 아쉽구나...ㅠㅜ


<이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앨범 재킷을 따라하고 있었다.>




 여행자를 배려하며 여유를 갖고 조금 기다려주는 차도 있고, 빨리 지나가라고 빵빵대는 차도 있었다. 하긴, 차만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도 타이밍 못 맞추고 무작정 횡단보도로 가거나, 너무 오랫동안 횡단보도에 서있기도 했다. 애비 로드 스투디오(Abbey Road Studio)는 당연히 안에 들어갈 수 없어서 밖에서 건물 사진만 찍었다. 그래도 사람 구경하는 게 재밌어서 꽤 그곳에서 머물렀던 거 같다.


<애비 로드 스투디오>




 어디를 갈까 하다가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Tate Britain)으로 가기로 했다. 현대미술뿐만 아니라 예전 미술품도 있다고 하여 가기로 했다. 건물은 꽤 컸는데 전시실은 건물 크기에 비해 많지는 않았다. 몇 전시관은 재개장을 위해 다시 꾸미고 있었고. 아는 작가의 작품을 발견하진 못 했지만 중세부터 현대까지의 미술을 죽 훑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역시 현대 미술은 모르겠다는 결론을 또 한 번 내렸다.



<미술관 앞 풍경>


 Noah and the Whale위 공연 표도 알아볼 겸, 점심도 먹을 겸 Palace Theater로 향했다. 공연장 간판은 Singin' in the Rain 앞으로 Noah and the Whale의 간판이 걸려있었다. 그런데 box office에는 여전히 Singin' in the Rain의 포스터만 붙어있었다. 어제처럼 핀잔을 먹을까봐 쫄아서 들어가서 물어보지도 못 하고 밖에서만 빠끔히 쳐다봤다.-_-

 그냥 지레 포기하고 근처 소호(Soho) 거리에서 점심을 먹을 곳을 찾아보았다. 지도엣 bar soho라는 곳이 자기네 점심 싸다고 광고하기에 거기를 2순위로 두고 다른 좋을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특히 숙소에서 만났던 재범이형이 먹었다던 pho 어쩌고 베트남 쌀국수 집을 가고 싶었다. 그러나 차이나타운 내에도 베트남 음식점은 찾기 힘들었다. bar soho 조차도 지도를 잘 못 봐서 못 찾고 한참을 헤맸다.


<차이나타운은 왔는데...>


 쌀국수 집을 찾는 덴 실패했지만 bar soho 집 찾는 건 성공. 밖에서 메뉴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주인이 나오더니 열려있던 두 문을 닫았다. 사실 열고 들어가도 됐는데, 안에 사람도 없었고, 그래서 닫은 건지, 점심 영업 안 하는 건지, 혼자 또 쫄아서 그냥 들어갈 용기가 안 났다. 다른 식당 괜찮은 곳 있나 둘러봤지만 마땅히 가고픈 곳이 없었다. 별점 5개짜리 이탈리안 식당이 있었는데 좀 비쌌다. 아직 예산을 어떻게 써야할지 정하지 못 하여 선뜻 가기가 망설여졌다. 이러면서 시간은 지나고 배도 들 고픈 거 같았다.

 다시 한 번 공연장으로 갔다. box office 근처에 서있었는데 때마침 안에 계시던 직원 할아버지가 다른 손님 길 안내해주느라 밖으로 나오셨다. 용기를 내어 표 파냐고 물어보니 판단다. 진작 물어볼걸...ㅠㅜ 2층 자리를 27.5에 구하고 나왔다.

 Noah and the Whale이 어느 정도 급(?)인지 모르겠으나 한국보다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과 한국 물가를 비교 해봐도 그렇고 절대적인 가격마저도 런던이 더 싸다니... 한국에서 이 정도 규모의 공연장이면 최소 7만원부터 시작했을 텐데... 악스 홀 2층 가운데면 8 ,9만원 하지 않나.ㅋ 한국 공연 시장의 거품인지, 이동/초청비인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걸어서 영국 박물관으로 갔다. 도착 전에 subway가 보이기에 샌드위치 반 조각과 사이다를 먹었다. 배가 고픈 듯 안 고픈 듯하여, 그래도 먹고 살자는 짓이니 뭐라도 조금 먹기로 했다. 5파운드 밖에 안 나와 생각보다 싸서 놀랐다. 반 조각이라 양이 많진 않았지만 이 정도 품질에... 뭐.. 비슷한가. 흠...;

 영국 박물관(British Museum)만 세 번째라니.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가 제일 자주 찾는 곳이 되었다. 어제 너무 대충 봐서 오늘은 다 보기로 했다. 그런데 시각이 벌써 3시가 넘어 너무 천천히 보면 다 못 볼까봐 슥슥 지나가며 훑어보기로 했다.

 지도를 보며 번호순대로 찾아가며 둘러보았다. 그리고 생각이 든 거는... 영국 놈들.. 이 도둑놈들.... 세계 각지의 유산은 여기 다 모여 있구나... 아마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의 상태 좋은 유물은 본토보다 여기가 훨씬 더 많을 거 같다. 특히 이집트와 그리스 유물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많았다. 입장료를 안 받을 만하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 놈들이구나.








 여기에도 작지만 한국관이 한 칸 마련되어있었다.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ictoria & Albert Museum)보다는 좀 양질이었지만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여기 있는 건 안타까웠다. 그리고 김홍도의 씨름도가 여기 있었는데, 빌린 건지, 진품인지 그 경위가 궁금했다. 외국인이 여길 보고 한국에 대해 얼마나,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긴 하다.



<씨름도가 왜 여기에...>


<무구정광대다라니경도 왜...>


 한국관과 비교해 일본관은 크게 세 칸이나 마련되어있었다. 이렇게 크게 열어줄 정도는 아니지 않나. 아니면 유럽과 교류를 하다 보니 보물을 많이 빼앗겨서 그런가. 아무튼 시큰둥하게 전시관을 지나갔다.

 장물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박물관은 잘 되어있었다. 여기서 세계 각지의 고대 유물은 다 볼 수 있으니 공부하긴 딱 좋을 거 같다.




<영국의 미술관/박물관은 이렇게 기부금을 내라고 한다. 그런데 왜 액수를 정해놓은 걸까?>


 대략 5시 좀 안 된 시각. 서둘러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을 가기로 했다. 언제까지 열지 알지 못한 상태의 모험이었다. 서둘러 갔더니 다행히 운영 중이었다. 중세부터의 현대까지의 초상화/사진이 전시된 곳이었다. 영국 역사를 알면 더 재밌게 볼 미술관일 텐데, 너무 무지하여, 그냥 잘 그렸네, 사람이네... 이런 상태로 죽 훑어봤다.

 다시 소호로 왔다. 점심때와 마찬가지로 뭘 먹을지 돌아다니다 그냥 별점 5개짜리 이탈리안 식당으로 들어갔다. 좀 비싸더라도, 마지막 저녁인데. 믿고 먹는 이탈리안 아닌가. 그러나 메인 메뉴를 잘 못 시켰다. 바티칸 앞에서 먹었던 문제의 그 조랭이떡 같은 게 나왔다. 다행히 크림이 아니라 토마토 소스였고, 그 집보다는 맛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저녁으로 마무리하기에는 살짝 아쉬운 선택이었다. 맥주까지 시키니 서비스비가 포함되어 18.9파운드가 나왔다. 하.... 비싸다, 비싸...




 공연장으로 이동. 7시 반이라고 티켓엔 쓰여 있었지만 공연장 안에 붙어있는 스케줄 표에는 8시부터 시작한다고 쓰여 있었다.-_- 게다가 10시 반쯤 끝나 야경을 볼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은 되었다.

 공연은 전반부 / 영상 / 쉬는 시간 / 후반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전반부는 슬픈 분위기의 곡들로 채워졌다면 후반부는 흥겨움을 돋는 곡 위주로 선곡되었다. 그러나 가운데 영상은 대사도 잘 이해 못 했지만, 마지막 결론이 좀... 현대 미술을 본 느낌이었다.-_- 그래도 공연은 만족이다. 여행 마지막 밤에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보고 끝내니 기분은 좋았다.


<Palace Theater>


<공연장 내부는 화려하다.>



 서둘러 워털루 역으로 향했다. 친구 동생이 추천해 준 빅벤(Big Ben) 야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사진을 찍고 웨스트민스터 다리(Westminster Bridge)를 건너 웨스트민스터 역으로 들어가 바로 타워 힐 역으로 갔다. 런던탑(Tower of London)과 타워 브리지(Tower Bridge)를 보기 위해서였다. 런던 타워는 생각보다 야경이 별로였다. 조명이 거의 없어서 그랬던 거 같다. 그래도 타워 브리지는 조명이 화려했다. 힘겹게 온 보람은 있었다. - 그러나 나중에 사진 확인해보니 심령사진처럼 나왔다.;;


<런던 아이(London Eye). 야경 투어 시작>




<웨스트민스터 다리 너머로 보이는 국회의사당(Houses of Parliament)과 빅벤>



<타워 브리지. 색감이 이상하다.;;>


<런던탑과 타워 브리지이지만, 런던탑은 조명이 없어서 잘 안 보인다.>



 12시 좀 안 되어 숙소에 도착하니 사장님과 사모님이 맞이해주셨다. 그리고 사장님이 술 한 잔을 권해주셨다. 면세점에서 많이 본, 흰 병에 야자수 그림이 있는 말리부(Malibu)라는 코코넛 럼주였다. 감기약 맛 같기도 하고, 달달한 맛이었다.

 밤늦게 대화를 이어가고 끝나니 1시정도가 됐다. 사람들이 다 자고 있어서 컴퓨터는 못 켜고, 대충 씻고 잠 들었다. 마지막이라는 의미부여 때문인지 쉽게 잠은 오지 않았다...는 뻥이고.. 몇 분 있다 잠 들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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