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으러 내려가며 또 빨랫감을 갖고 갔다. 드디어 세탁기가 비어있다.ㅠㅜ아침은 어제와 같이 콘푸레이크 먼저 먹고 빵에 잼+햄 넣어 먹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배가 찬다. 콘푸레이크가 배를 금세 부르게 하나.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런던 숙소를 검색해봤다. 베네치아 숙소 사장님이 런던에만 몇 백 개 민박이 있다던데, 역시 민박은 어디가 좋고 어디가 별로인지 댓글과 글만 봐선 감이 안 온다. 언니 민박을 처음에 생각했다가 뭔가 규정이 빡빡한 거 같아 뚝배기 민박으로 예약 요청을 했다. 영국은 담배가 엄청 비싸다던데, 그래서인지 민박집마다 담배 한 보루로 하루 숙박비를 대체하는 곳이 많다. 그런데 한국산 담배를 요구하니, 난 대체할 수가 없네.;;

 빨래가 다 됐을 즘 해서 내려가 봤는데 누가 내 빨래를 꺼내놓고 자기 껄 돌리고 있었다. 이렇게 간단히 해결하면 될 것을, 어제 하루 종일 기다렸네.-_-; 다시 방으로 올라와 런던 행 비행기를 체크인 했다. 영어로 돼 있는 건 역시 사소한 문구 같아도 엄청 중요해보여서 꼼꼼히 읽게 된다. 물론 그러다 뭔 말이야 하고 집어던지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이후 런던 - 맨체스터 왕복 기차 티켓을 끊었다. 그리고 원래 가려했던 에든버러는 포기. 이동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그러면 런던도 제대로 못 보고 에든버러도 대충 보고 올 거 같고, 리버풀/맨체스터도 여유 없이 보게 될 거 같았다. 눈물을 머금고 에든버러 포기ㅠㅜ. 기차 시간대가 아침에 떠나서 밤에 도착해서인지 싸게 구했다. 일찍 일어나고, 나중에 돌아올 때 숙소 잘 찾아가야 할 텐데... 맨체스터 숙소와 이후 런던 숙소는 런던 가서 생각해보기로 하고, 일단 급한 불 - 런던 행 비행기 체크인과 숙소 알아보기 - 은 껐다.

 빨래는 2시간 건조로 해놨는데, 30분쯤 시간이 남았다. 책 보면서 밑에서 기다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내려갔는데, 누가 내 껄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꺼내놓고 지 껄 건조시키고 있었다. 어이가 없네... 옷은 거의 마른 듯한데 좀 축축한 기가 남아있었다. 아오~ 동양인 무시하냐. 아니지, 내 것인지도 모를 텐데.. 대체 누가 이딴 짓을 하는 거지... 라고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옷가지를 개고 올라가려는데, 내 방에 있던 커플이 세탁실로 왔다. 또 너네냐. 진짜 진상이구만. 지네 방 뺀 후 다음 곳 갈 시각 맞춰서 세탁해갈라고 내 껄 미리 빼 버렸구먼. 저 놈들, 내가 한 건지 알고 이렇게 해놓은 거 아냐. 동양인 무시한 거 맞는 거 아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 그렇다고 별 다른 행동을 한 건 아니다.;; -

 화요일은 쉬는 바우하우스 박물관(Bauhaus Archiv)으로 먼저 향했다. 1시 좀 넘어 도착하여, 배도 고프고 하여 전시관에 딸린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 독일어로 쓰여 있어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tagesmenu라고 쓰여 있는 것만 오늘의 메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실 게 포함돼있어서 사과주스는 시켰고, 뭐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ㅎㅎ 음식은 약간 시큼한 소스로 버무린 샐러드와, - 칠리 어쩌구 쓰여 있더니 - 다소 매콤한 토마토소스로 어떻게 만든 거 같은 스프가 빵 두 조각과 같이 나왔다. 이런 게 9.5유로라니... 역시 이런 데 딸린 식당은 어쩔 수 없다.



 바우하우스 전시관에는 가구와 건축, 교육 방법 등에 관한 게 전시돼있었다. 튜브 철근 형태의 의자 등이 바우하우스 작품이었다. 그런데 슬슬 눈이 감긴다. 걸어 다니면서 존다는 게 이런 기분인건가... 바우하우스에 대해 잘 모를 뿐더러, 생각보다 작고 특별한 게 없는 전시관이어서인지, 게다가 계속 졸음이 쏟아져서 반쯤 눈을 감고 돌아다니다 나왔다. 박물관 티켓으로 봐서 망정이지, 돈 날릴 뻔 했다.


<전승기념탑(Siegessäule)>


 이후 카이저-빌헬름 교회(Kaiser-Wilhelm-Gedächtniskirche)로 갔다. 폭파된 흔적이 남아있대서 흉한 몰골로 있을 줄 알았는데, 한 건물이 새 건물에 지붕 쪽에 작은 십자가가 보였다. 혹시 저건가 싶어 가봤는데, 맞았다. 한 쪽에는 한 디자이너가 설계한 교회가 있었고, 실제 폭파된 건물은 새 건물처럼 외벽을 쌓은 거고, 안에 부서진 흔적을 보존하고 있었다.


<왼쪽이 본래 교회인데 보수를 위해 가린 거 같고, 오른쪽은 새 교회>


<새 교회 내부>


<전쟁의 상처로 갈라져있다.>



<이런 모습에서>


<영국군의 폭격으로 이렇게 무너졌다.>



 간단히 보고 나와 숙소로 가려는데 지하철 역 앞에 커리36이 있었다. 론니 플래닛에서 유명한 노점 소시지 가게라고 했는데, 다른 곳에 있다더니, 여기에 분점을 냈나보다. 사먹을까 하다가, 점심 먹은 지 얼마 안 됐고 배도 안 고파, 이따 저녁 때 와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데 가려다, 숙소 사정이 궁금해 숙소로 가기로 했다. 과연 잘 치워져 있을지도 걱정이었고, 누가 먼저 와서 좋은 자리 차지하기 전에 원하는 자리를 선점하고 싶었다. 방에 들어와 보니 다행히 아무도 없었고, 시트도 치워져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낡은 거 그대로 그냥 있고, 개주기만 한 느낌이다. 이불과 베개를 들춰봤는데 머리카락이 그대로 남아있다. 아오, 이것들 진짜...

 밑으로 내려가서, 이거 새것이 아닌 거 같다고, 갈아달라고 하니, 이해를 못 한다. 몇 번 같은 말 대충 반복하니 점원도 비스무리 알아들은 듯, 그제야 시트는 자기가 직접 끼우는 거라고 했다. 일단 알았다고 하고 올라왔는데,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네. 1. 그럼 왜 첫 날에 왔을 때 시트가 다 끼워져 있었지? 2. 다 나가고 새로 세팅 돼야하는데 한 침대만 왜 옛날께 그대로 껴있어.

 뭔가 이상한 생각과, 또 이놈들 동양인 영어 잘 못 한다고 무시하나 하는 생각과, 일 하는 사람이 잘 못 일 처리한 거겠지 하는 생각이 뒤죽박죽.... 그러는 와중 일본인이 들어왔다. 얘가 그 낡은 시트 있는 침대를 선택했다. 내가 그거 새것이 아닌 거 같다고 하자, 내가 힘들게 시트 끼는 걸 보더니, 상관없다고, 피곤하다고 그냥 쓰겠단다.ㅎㅎㅎ

 시트 정리를 마치고 훔볼트 대학(Humboldt University)으로 향했다. 이걸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현장엔 없었다. 옆에 있는 독일 역사박물관으로 갔는데, 6시까지였고, 5시쯤 도착하여, 한 시간 만에 본다는 건 무리이기도 싶고, 독일 역사를 무시하는 행동 같아서 그냥 다음에 오기로 했다.


<훔볼트 대학>


<대학 내부에 있는 마르크스의 글. 포이어바흐에 관한 태제(Thesen über Feuerbach)에 나온 문구. “철학자들은 세계를 단지 여러 가지로 해석해왔을 뿐이지만,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일이다.”>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헤르츠, 대학 내 복도에 붙어있는 위대한 지성들의 사진>


 그다음 간 곳은 좀 떨어진 곳에 있는 훔볼트 박스(Humboldt Box). 혹시나 여기에 저 조형물이 있나 해서 가봤는데, 전혀 다른 곳이었다. 독일 궁전 앞쪽을 훔볼트 광장으로 새로 만들고 있는데, 그런 내용과 기타 세계 여러 문화를 간단히 전시한 곳이었다. 내가 찾던 게 없어서인지 그냥 대충 훑어보고 나왔다.



<훔볼트 박스 위에서 바라본 루스트 공원(Lustgarten)>


<베벨 광장(Bebelplatz). 나치의 첫 분서 사건을 기념하는 분서기념판이 있다는데 못 찾았다.>


<운터덴린덴 거리(Unter den Linden). 린덴은 보리수나무다.>


<독일이라서 메르세데스 매장 한 컷>


 월요일에 안 연 곳이 많으므로, 요일에 상관없는 포츠담 광장(Potsdamer Platz)으로 갔다. 소니 센터(Sony Center)가 먼저 눈에 띄었는데 안에 들어가 보진 않았다.



<소니 센터>


<높은 세 빌딩이 위용을 자랑한다.>


 그리고 브란덴부르크 문 역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가는 길에 홀로코스트 기념관이 있기 때문이었다.


<베를린 장벽이 있던 당시 사진>


<이렇게 있었다고 한다.>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 Tor)이 보일 즘 홀로코스트 기념관(Denkmal für die ermordeten Juden Europas)이 나왔다. 길거리에서 보면 낮은 굴곡으로 사각 시멘트 기둥이 서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땅이 평평한 게 아니라 가운데 쪽으로 걸어가면 키보다 훨씬 큰 사각 기둥이 옆에 선 형태였다. 홀로코스트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만든 곳 같은데, 애들은 뛰어다니고 시끄럽고... 뭐, 실외기도 하고, 딱히 제재 하는 사람도 없었다. 내부 전시관은 쉬는 날이라 안 열었다.






<실내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입구>


 국회의사당에 들어가기로 한 7:15까지 한 시간 정도가 남았다. 홀로코스트 기념관 근처에 있다는 히틀러 벙커나 찾아보러 갔다. 가는 길에 보니 홀로코스트 기념관이 지하에 마련된 게 있었다. 그러나 월요일이라 폐장. 내일 갈 곳이 또 늘었다. 주변을 더 돌아다녀 봤는데, 히틀러 벙커를 찾는 건 실패했다. 생긴 걸 모르니 보고도 지나쳤을 지도 모른다.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 티어가르텐(Tiergarten)을 돌아다녔다. 도심에 이렇게 큰 공원이 있다니. 우린 용산 가족공원 지금 어떻게 관리하고 있지? 공원 안에는 동성애 관련 기념비/영상물이 있었고, 괴테 기념물, 베토벤-하이든-모차르트 기념물 등도 있었다.



<괴테>


<베토벤>


<하이든>


<모차르트>





 시각에 맞춰 국회의사당(Reichstag) 도착. 국회의사당 내부도 다 보는 줄 알았는데, 바로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돔으로 갔다. 유리로 돼있고, 나선형으로 길이 나있어, 사람들이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런데 한국도 그렇고, 왜 국회의사당은 돔이 있을까. 국회의사당의 의미는 그다지 생각하거나 알지 못하고, 그냥 베를린 전경만 감상하고 나왔다.


<국회의사당 입장>


<유리 돔>


<돔 상부>


<돔 위로 바라 본 하늘. 어플 란도(Rando)같네.>


<공원과 빌딩의 공존>


<티어가르텐. 저 넓은 곳이 다 도심 속의 공원이다.>


<국회의사당 앞 잔디밭>


<브란덴브루크 문(Brandenburg Tor)>


 그리고 이동한 곳은 커리36. 본점으로 갈까 하다가 지하철 갈아타기가 복잡하고, 찾다 못 찾으면 또 엄한 걸 먹게 될 거 같아 아까 봐둔 곳으로 가기로 했다. 감자튀김을 같이 주는 커리 소시지 2개가 세트메뉴처럼 있었다. 이거랑 맥주 한 병을 시켜 먹었다. 어제 점심 때 먹었던 거랑은 맛이 달랐다. 소시지는 좀 더 바삭했고, 커리 소스도 노란 게 아니라, 좀 붉은 색을 띄었다. 역시 이름 있는 곳에 와서 먹어야 한다. 어제보다 양도 훨씬 많은데, 가격 차이가 얼마 안 난다. 게다가 맥주도 싸고. 어제 난 뭘 먹은 걸까...ㅠㅜ




<베를린 중앙역>


<중앙역 앞마당에서>



 숙소로 돌아왔는데 일본인이 자고 있다. 어제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오늘 아침 베를린으로 왔다는데, 시차 적응을 못 하고 있는 모양이다. 저러다 새벽에 깨면 어쩌려고... 뭐, 알아서 하겠지.ㅎㅎ

 그리고 런던 민박 예약을 확정짓기 위해 송금을 하려 했는데, 한 시간은 걸린 거 같다. 아오.... 여기 인터넷 왜 이렇게 느리냐. 자꾸 끊기고... 게다가 은행 사이트는 그림 파일도 많고, 뭐 설치하고, 설치 잘 돼있나 검사하고 하니 가뜩이나 시간이 더 걸렸다. 브라우저를 껐다 켰다를 반복해서 겨우 성공했다. 도중에 그냥 동생이나 엄마한테 붙여달라고 할까 몇 십번은 생각한 거 같다. 인터넷 느리면 후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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