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5] 프라하에서 드레스덴으로

Posted 2013. 9. 18. 15:00

 오늘은 억지로라도 늦게 일어나려고 했는데, 오히려 의식해서인지 계속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어쨌건 8시 넘어서 기상. 스위스 아가씨들은 계속 꿈나라.ㅎㅎ 숙소 식당에서 배불리 먹고 점심까지 버티기 위해 10시쯤 식당으로 내려갔다. 생각 같아서는 모든 종류의 음식을 다 먹고 싶었는데, 시리얼과 와플 두 조각 먹으니 배불러졌다.

 11시 맞춰 체크아웃을 했는데, 짐은 로커에 각자 보관하면 된다고 했다. 문제는 유료라는 거. 가방까지 크니 80CKZ를 지출했다. 카드 환급금 50을 받은 건 예상외의 수입이었는데, 로커 비는 더욱 예상외의 지출. 이 30의 차가 나중에 비극을 가져왔으니...ㅠㅜ

 성 아그네스 수녀원(Klášter svatého Anežky)을 보기 위해 다시 구시가 광장(Staroměstské náměstí)을 지나갔다. 그러나 성 아그네스 수녀원은 제대로 발견하지 못 했고, 가려다 못 간 술집/식당인 Lokal만 발견.ㅎㅎ 다시 구시가지 광장으로 가서 성 니콜라스 성당(Kostel svatého Mikuláše)을 잠깐 보고, 12시 정도에 맞춰 시계탑 쪽으로 갔다. 책을 다시 확인해본 결과 12시에 특별한 걸 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어제와 좀 다른 각도에서 보니 해골이 종만 치는 건 아니었고, 정면에서 (튀어나온 건 아니고) 인형들이 돌아갔다. 그리고 역시나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처음 봤을 땐 낡은 벽인 줄 알았는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프라하를 떠나기가 아쉬워 찍은 거리 사진>




<구시가 광장>


<구시가 광장에 위치한 성 니콜라스 성당>





<시계탑 앞에 모인 사람들>


<좋은 자리 찾다가 인형 나오는 거 제대로 못 봤다.;;>


 그리고, 최후의 맥주(?!)를 마시러 유명한 가게로 향했다. 남은 돈은 40CKZ. 구시가지 광장에서 500cc가 60CKZ, 300cc가 40CKZ였는데, 이거보다 비싼 건 아니겠지.

 술집 밖에는 술 가격이 안 쓰여 있었다.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점원한테 맥주 한 잔이 얼마냐고 물으려다, 너무 처량해질 거 같았다. 그래서 일단 들어가서 자리에 착석. 메뉴를 보니 가격이 너무 아쉬웠다. 300cc가 27CKZ, 500cc가 44CKZ, 과일 향 나는 맥주는 좀 더 비쌌다. 아... 현금인출기가 길 건너 맞은편에 보이는데 빨리 가서 돈 뽑아올까.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고민하다가 소심하게 그냥 300cc 한 잔 시켰다. 어제 붉은 맥주라고 마신 건 알고 보니 mix된 거였다. rozeny였던가. 이렇게 쓰여 있기에 rose와 비슷한 건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말이었다.ㅎㅎ 맥주 맛은... 첫 향은 좋았는데, 갈수록 씁쓸했다. 필슨 계열인가보다. 아... 과일 향 먹고 싶었는데....ㅠㅜ


<숙소 근처에 있던 공원>


 숙소로 돌아와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낑낑대며 기차역까지 걸어갔다. 기차 좌석 상관없이 앉는 걸 확인 후 바로 간 곳은 슈퍼.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13CKZ 이하의 물을 파는 데가 없었다. 최소 가격이 15CKZ. 진짜 구걸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9CKZ짜리, 팩에 들은 사과 주스가 있었는데 4CKZ가 남게 되니, 그게 또 싫어 머뭇거렸다. 그러다 우연히 13CKZ 과자 발견. 기차 안에서 허기 질 때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하나 샀고, 체코 돈을 모두 소진하였다. 그리고 매우 목말랐다.ㅠㅜ


 드레스덴에 도착 전 밖으로 보이는 독일의 풍경은 참 아름다웠다. 지금까지 돌아다닌 유럽과는 또 다른 느낌의 풍경이었다. 그리고 드레스덴 시내의 모습은 참 독일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큼직큼직하고 잘 정돈된 듯한 건물과, - 다른 도시에 비해, 그리고 서울만큼 - 깨끗한 도로, 자전거를 타는 많은 사람...

 이 숙소는 특이한 게, 시트 등의 값을 따로 받고, 이걸 내가 직접 다 끼워야 했다. 그리고 인터넷은 3시간만 무료라고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하루에 3시간도 인터넷을 안 하는데, 저렇게 제약을 걸어놓니 엄청 아껴 써야 할 거 같은 압박감을 줬다. 치사한 느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고, 하루만 머무는 거니 그냥 넘어갔다. 뭐, 안 참으면 어쩔 것인가.;;

 신시가 강변에서 구시가 전경을 바라본 후 저녁을 먹으러 갔다. 구시가로 넘어가지 않은 건 내일 보기 위해 아껴둔 것도 있지만, 발과 다리가 너무 아팠다. 특히 왼쪽 발. 발뒤꿈치는 봉화직염이라도 걸리려는 건지, 굳은살이 찢어져서 그런 건지 디딜 때마다 아팠고, 발등도 정상은 아니었다.



<아우구스투스 황금상(Goldener Reiter)>




 론니 플래닛에서 추천한, 체코식 식당, 벤첼 프라거 비어슈투벤(Wenzel Prager Bierstuben)으로 갔다. 그런데 건물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한인 민박이라도 있나 해서 봤더니 주 드레스덴 영예영사관 건물이었다. 혹시나 했지만 한국 사람은 보지 못 했다.ㅎㅎ



 종류별로 100cc 3잔과 특별 주 한 잔이 나오는 술을 시켰다. light, mix & dark였다. 그리고 특별 주는 약주 같았다. 향은 좋았는데 꽤 독했다. 돼지고기와 양파, 빵이 곁들어진 음식을 먹었다. 어제 먹은 로스트 비프 with 크림 & 크렌베리 같은 구성이었다. 좀 짭짤하긴 했지만 맛은 괜찮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어제 소스가 좀 더 낫긴 했다.




 야경을 보러 다시 신시가 쪽 강변으로 갔다. 한강처럼 시멘트로 강가를 정돈한 게 아니라 잔디밭과 강물이 바로 연결돼있는 게 특징이었다. 그리고 ‘잔디 밟지 마시오.’같은 팻말도 없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잔디밭에서 맥주를 마시며 한적한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아우구스투스 다리(Augustusbrücke) 위>



<밤에 더욱 빛나는 아우구스투스 황금상>


<중앙 거리(Hauptstraße)>




 체코나 독일 사람들은 엄청 맥주 마시는 거 같다. 점심에도 500cc 큰 잔으로 안주도 없이 마시고, 오늘도 식당에서 보니 주방에서 맥주를 계속 준비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맥주 소비는 진짜 어마어마할 거 같다.

 신시가 위쪽의 번화가로 가서 blue note라는 재즈 클럽을 갔다. blue note라는 이름이 매력적이어서 갔는데 생각한 느낌이 아니었다. 그리고 밴드가 연주하고 있는 거 같지 않아서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는 – 제대로 알아들었다면 – 어느 학교 조교이면서 장기 투숙하고 있는 폴란드 여자 한 명과 이탈리아에서 여행 온 부부와 같은 방을 썼다. 부부한테 며칠 전 이탈리아 갔다 왔다고 하며 이탈리아어로 인사하니 무척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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