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너무 돌아다녀서 힘들기도 하고, 몸에 힘이 없는 느낌이었다. 어제 저녁을 너무 간단히 때워서 그런 거 같다. 너무 배가 고파 빨리 뭐라도 먹고 싶었다. 숙소 식당에서 150CKZ주고 그냥 사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론니 플래닛 추천 식당을 가보고 싶었다.

 메뉴판이 있어서 보고 시키면 될 줄 알았는데, 계산대 위쪽으로 체코말로 된 간단한 메뉴만 있고, 음식들이 죽 나열돼있었다. 수프와 샐러드가 유명하다는 데 샐러드는 안 보였다. 토마토 수프 작은 것과 함께 오렌지 하나를 시켰다. 오렌지 먹겠다고 하니 샐러드 뭐 어쩌고 한 거 같은데, 잘 못 알아들었고.. 결국 칼을 받아서 잘라 먹었다. 합쳐서 60CKZ. 약 2.4유로로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 - 배부른 건 아니었다. 적당히 곡기를 채울 정도. - 특히 오렌지 하나를 10CKZ만 주고 팔다니.0.4유로. 음.. 한국 돈으로 생각하니 600원이긴 한데, 싼 느낌이다.

 비셰흐라트(Vyšehrad)는 성곽만 남아있는 공원이었다. (궁이 있지만 못 찾은 걸 수도 있다.) 그리고 성 베드로와 성 바울 성당(Kostel svatého Petra a Pavla)과 묘지가 있었고. 묘지 내에 스메타나와 드보르작이 묻혀있다는데, 못 찾았다.; 성당 내부의 벽화는 여느 성당과 달리 독특한 스타일이었다. 좀 피곤해서 성당에서 졸기도 했다. -_-


<성 베드로와 성 바울 성당>


<독특한 양식의 벽화>









 지도에 나온 식당을 가고 싶었는데, 두 바퀴나 돌았지만 못 찾았다. 중심가 근처에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비셰흐라트를 떠났는데, (올라올 때도 봤지만) Kozel 맥주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맥주만 마셔볼까 하는 심정으로 가게에 들어갔다. 맥주를 마시며 메뉴를 보는데, 체코 전통 요리가 몇 가지 있었고, 그 중 roast beef with cream source and crenberry 어쩌구가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이 생겨 이것도 주문. 그리고 대 성공 & 대 만족!!! 여태껏 유럽 음식 중 제일 맛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많이 배고픈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맛있었다. 기대감이 전혀 없어서 그랬나. 책에 소개된 곳도 아니었다. 물론 이탈리아 음식들이 맛있었지만, 이탈리아 하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 하는 기대감이 있어서였는지, 진짜 맛있다 한 건 사실 없었다. 그런데 오늘 먹은 이 음식은 진짜 맛있었다. 땅콩과 꿀을 섞은 건지 정확한 조리법은 모르겠는 달달한 노란 소스와 흰 크림, 그리고 크렌베리가 소고기랑 그렇게 어울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내친김에 kozel 붉은 맥주도 추가했다. (난 작은 컵인 줄 알았는데 500짜리였다.ㅎㅎ) 그렇게 점심을 맥주 1,000을 마셨다.ㅋㅋ



<이 건물에 있는 식당이다.>


<대학가>



 일단 숙소로 돌아와 오늘 중심가에서 둘러볼 곳을 점검했다. 살짝 자고 나가고 싶었는데, 아직 내 방이 청소가 안 됐고, 고로 언제 사람이 들어올지 몰라 불안하여 그냥 나갔다. 먼저 간 곳은 체르니의 뒤집힌 말이 있는 루체르나 거리(Lucerna pasáž). 지도에 나온 해당 블록까지 갔는데 보이질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등장. 실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뒤집힌 말>


 그 다음은 공산주의 박물관(Muzeum Komunismu)으로 갔다. 론니 플래닛에는 재밌게도 맥도날드 매장 뒤편에 있다고 쓰여 있었는데, 더 재밌는 건, 카지노와 같은 건물, 심지어 같은 층에 이 전시관이 있다는 점이다. 북한 관련된 자료도 있었다. "Legacy"라는 영자판 책이 있어 사고 싶었는데, 하루 종일 들고 다니기도 뭐하고, 괜히 한국 입국 심사에 걸리는 건 아닌지-_- 걱정되어 안 샀다. - 샀으면 예산이 부족할 뻔하기도 했다. -


<공산주의 박물관과 카지노가 공존>





<북한의 실상>




 프라하 시민회관(Obecní dům) 건물을 구경한 후 지나치려 했는데, 모차르트와 드보르작의 작품을 연주한다고 쓰여 있었다. 호기심이 생겼지만 비쌀 거 같기도 하고, 오케스트라는 베를린 가서 보자는 생각으로 그냥 지나쳤다.




 유태인 지구 쪽으로 가서 유대인박물관(Židovské muzeum) 통합 티켓을 구매했다. 결론적으로는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든다. 스페인 유대교회당(Spanélská Synagóga) 쪽은 볼만 했으나, 다른 곳은 별로였다. 볼게 많지도 않고, 딱히 흥미를 끌만한 전시물들이 아니었다. 이게 480CKZ, 약 19유로나 한다니... 이걸 아껴 "Legacy" 책이나 사고 맥주나 더 사 마실걸...






 6시쯤 구시가 광장(Staroměstské náměstí)을 지나고 있는데 시계탑 앞에 사람들이 엄청 몰려있었다. 정각마다 시계탑이 움직인다고 얼핏 읽은 기억이 났다. 뭐가 막 튀어나오고 돌아가고 할 줄 알았는데, 그냥 해골이 종만 치는 움직임만 있을 뿐이었다. 정오가 제일 화려하다고 한 거 같으니, 내일 다시 와봐야겠다.






 론니 플래닛에서 추천해준 식당을 찾아 갔다. 그런데 맥주 간판이 버드와이저. 의도적으로 필스너를 안 먹고 있어서, 마지막은 필스너를 마셔볼까 했던 내 계획은 무너졌다. 그래도 버드와이저도 체코에서 만든다는 말을 들은 거 같아, 나름 기대가 됐다. 그런데 추천 음식인 오리고기가 가격이 좀 나갔다. CKZ를 더 뽑지 않고, 최대한 들 남기기 위한 계산을 한 결과, 내일 점심을 굶더라도 이걸 먹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버드와이저도 맛있었고, 오리 반 마리가 나온 음식도 살짝 짰지만 맛있게 먹었다.




 숙소로 가는 길에 론니 플래닛과 지도에서 동시에 추천한 술집 앞을 지나갔다. 다양한 맥주가 있다는 말이 뒤늦게 생각나며 엄청 후회했다. 여기서 먹을 걸 그랬나... 프라하에서 더 볼 건 없을 거 같지만, 마셔볼 맥주는 쌓여있다는 게 아쉬웠다. 사실 사람들이 하도 프라하가 좋다고 하여 엄청 기대했다. 그런데 기대감이 높아서인지, 그렇게 엄청 좋은 건 못 느끼겠다. 날씨가 계속 좋아 거리 돌아다니고 공원 산책하기 좋긴 했는데, 다른 사람들의 좋다는 포인트가 어디일지 궁금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로비에서 도르트문트 vs 레알 마드리드 UEFA 챔피언스리그를 봤다. 어제 연속으로 독일이 스페인을 박살내는구나. 그런데 체코가 독일 옆이라 그런지, 독일 애들이 많이 온 건지 독일 팀이 골 넣으면 사람들이 엄청 좋아했다. 이번 주에 스페인에서 먼저 하고 다음 주에 독일에서 경기를 했으면 좋았으련만... 결국 챔스는 직관을 못 하는구나...

Bookmark and Share   AddThis Feed Button     rss?
blog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