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마지막 날. 보르게세 미술관(Museo e Galleria Borghese)은 예약을 못 해서 못 보고, 떼르미 역 근처에서 안 가본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산 삐에뜨로 대성당(Basilica di San Pietro in Vincoli)이 산 빠오로 대성당(Basilica di San Paolo Fuori le mura)인 줄 알았는데 다른 곳이었다. 베드로와 바울을 잘 구분 못한 무식이 죄였다. 성당 이름의 빈꼴리(Vincoli)가 쇠사슬이라는 뜻인데, 순교 전 베드로를 묶었던 쇠사슬이 보관돼있어서다. 그러나 당시 이런 내용을 모르고 갔기에 쇠사슬 사진은 못 찍었다. 이것 말고 미켈란젤로가 만든 모세(Moses) 조각상도 여기 있다. 이것 역시 당시 이런 게 있는 줄 몰랐지만, 그래도 이건 다행히 사진은 찍어왔다.




<미켈란젤로의 모세>


<여기도 그렇고>


<여기에도 해골 모양이 있는데, 무슨 뜻일까. 죽음?>



 이 성당 말고 근처 두 개의 성당을 더 들어가 본 후 떼르미 역 옆쪽으로 이동하였다.


<산띠 실베스뜨로 대성당(Basilica dei Santi Silvestro e Martino ai Monti)>


<외관은 못 찍었다.>


<산탈폰소 성당(Chiesa di Sant'Alfonso all'Esquilino)>



<지나가면서 산타 마리아 마죠레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 한 컷>


 엄청 큰 규모의 성당이 있었는데 마치 십자 형태로 된 건물이었다. 여기를 안 들르고 갈 뻔했다니... 바로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gli Angeli e dei Martiri)이다.


<레뿌블리까 광장(Piazza della Repubblica)의 나이아디 분수(Fontana delle Naiadi)>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대성당 입구>


<대략 짐작할 수 있는 성당 규모>




<무엇보다 유명한 건 바닥에 그려진 자오선>



<이렇다 하는데, 자세한 건 잘 모르겠다.>



<갈릴레이 갈릴레오 청동상>


<산타 수산나 성당(Chiesa di Santa Susanna alle Terme di Diocleziano)>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Chiesa di Santa Maria della Vittoria)>


<겉에서 보기엔 작았는데 안은 무지 화려하다.>




 여유 있게 숙소로 돌아와 짐을 들고 떼르미 역으로 향했다. 이렇게 로마를 떠나는구나. 열심히 돌아다닌다고 다녔는데 여전히 볼 곳이 많이 남은 거 같다. 다음에 다시 와도 갔던 곳도 아마 또 가게될 거 같다.

 베네치아로 떠나는 기차는 밖에서 보기에 매우 좋아보였고, 실제로 내부 시설도 괜찮았다. 마치 KTX를 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짐이 걱정이었다. 짐칸에 캐리어를 놓고 자리에 앉았는데, 누가 가방을 갖고 튀지 않을까 계속 걱정이 되었다. 여기가 이탈리아라서 더 걱정했던 것도 있다. 창가 쪽에 앉았는데 피렌체에서 덩치 큰 할아버지가 내 옆에 앉아서 중간 중간 복도로 나가 확인해 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걱정만 되고 어찌 할 방도는 없는 상황. 그러다 그냥 포기. 잃어버릴 운명이면 잃어버리는 거고, 다른 사람도 캐리어 짐칸에 많이 싣고, 이렇게 고급 열차인데 쉽게 없어지진 않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마음이 놓인 건 아니고.ㅎㅎㅎ

 15분 정도 연착되어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엄청 기대한 곳인데 생각보다 물이 맑지는 않았다. 수상택시를 타고 숙소 근처까지 가야했는데, 태블릿이 고장 나 사장님이 알려준 배 타는 팁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냥 일회용 티켓(7유로)을 사고 탑승. 말은 수상택시인데 마치 버스 같았다. 번호가 다 있고, 노선도까지 있었다.

 숙소 근처에 내려 숙소에 전화하려는데 한 여자 분이 거기 예약했냐고, 자기도 거기 간다고 말을 걸어오셨다. 그분은 폰을 잃어버려 어쩔 수 없이 공중전화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이 공중전화, 어떻게 이용하는 거냐. 돈을 넣어도 계속 뱉어냈다. 사용법도 안 쓰여 있고, 답답할 노릇이었다. 번호를 먼저 누른 후 동전을 넣어도 뱉어내고... 바로 뒤편에 다른 공중전화가 있었는데, 안 되겠지만 한 번 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동전을 넣었는데... 됐다.-_- 다행인 동시에 그 기계가 원망스러웠다. 하필 골라도 고장 난 걸 먼저 골라서 애간장을 태우다니...

 여자 분은 방금 수상택시 타기 전에 소매치기 당할 뻔 했다고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다행히 안 당했는데, 주변사람도 그렇고, 진짜 소매치기가 많구나. 이탈리아를 나갈 때까지, 그리고 여행 끝날 때까지 방심하면 안 될 거 같다.

 숙소는 생각만큼 좋진 않았다. 좋긴 좋은데, 너무 좋게 생각했던 걸까... 1층 침대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보다. 최소인원만 받는다는데, 뭐, 여기서 더 받을 수도 없겠구먼... 그리고 지도를 줄 줄 알았는데, 베네치아에서는 그냥 느낌으로, 길 헤매며 돌아다니는 거라고, 지도 있어야 보기 힘들고 더 헷갈릴 거라며 안 줬다. 험난한 여정이 예상됐다. -_-

 일단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 쪽과 리알토 다리(Ponte di Rialto)를 보러 그 여성분과 나갔다. 산타 루치아 역에서 내렸을 때의 느낌과는 다른 동네 느낌이었다. 비록 물은 더럽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동네였다. 자떼레 역 근처 니코에서 젤라또도 사먹었다. 찾아가는 길이 좀 어렵긴 했지만 무사히 산마르코 성당까지 갔다. TV에서 봤던 그 모습이었다. 보수 작업을 하고 있어서 온전한 모습을 제대로 보진 못 했지만 아름다운 성당이었다. 그리고 산마르코 광장에서 보는 주변 경관들도 멋있었다.


<베네치아다!>


<베네치아 왔으면 곤돌라 한 번 타줘야겠지만, 너무 비싸서 포기>


<산 마르코 대성당(Basilica di San Marco)과 종탑(Campanile)>



<산 마르코 광장에는 저렇게 사람들이 비둘기와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성당 내부는 안 들어가고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리알토 다리로 향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헤매다 나오니 반대방향이었다. 산마르코 광장에서 좀 올라온 곳이었다. 저녁 시각(7시)이 다가오기도 하여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나야 내일이건 다시 오면 되는데, 내일 체크아웃 하는 여자 분이 꽤 아쉬웠을 거 같다. 괜히 내가 앞장서서 길안내 하는 척 하다가 못 가서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고.


<저 뒤로 탄식의 다리(Ponte dei Sospiri)가 보인다.>




 숙소에 도착하니 한 무리가 식당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일행에 합류해 식당으로 이동했다. 어제 오신 분이 어제도 여기 왔었다고 했다. 다들 뭔가 커미션이 있지 않을까 의심은 했지만 알 길은 없지.ㅎㅎㅎ 숙소 주인은 크림소스로 된 새우 스파게티, 라보냐, 스테이크, 먹물 스파게티 등을 추천해줬다. 그래서 새우 스파게티, 라보냐, 스테이크, 피자 한 판을 시켜 넷이서 나눠먹었다. 크림임에도 불구하고 스파게티는 꽤 괜찮았다. 라보냐는 잘 모르겠고, 스테이크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피자. 토핑으로 들어간 햄이 너무 짰다. 그것만 아니면 괜찮은 피자였는데... 그리고 여긴 물도 시켜 마셨다. 그냥 수돗물 달라고 해도 될 거 같은데, 흠...

 숙소로 돌아온 후 야경 구경을 위해 홀로 나섰다. 숙소 사장님 추천 코스로 동네 한 바퀴 도는 짧은 코스였다. 혼자 밤에 다니는 게 위험할 거란 생각도 들었는데, 그냥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조명이 어두운 골목길은 좀 떨리긴 했는데, 오히려 사람이 거의 없고, 가끔 관광객이 지나가서 생각보단 위험하지 않았다. 야경은... 황홀할 정도는 아니고, 한강변 야경 정도에 오래된 큰 건물이 있다는 거? 나쁘다는 건 아니고, 볼만은 하지만 감격할 정도는 아니라는 거.







 숙소로 돌아와 씻고 나니 다른 사람들도 들어왔다. 숙소 방에서 전혀 다른 사람들과 이렇게 말 트는 건 거의 처음이 아닐까 한다. 홀로 여행하는 게 이런 데서도 실감이 났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 당시, 그 여자 분과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연락처 교환 같은 것도 없이 헤어진 게 무지 아쉽다. 저 때가 여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르는 이성과 대화하며 돌아다닌 거였는데...ㅠㅜ 야경이라도 같이 보러 나가자고 여쭤볼걸...
 거의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그 분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댓글이라도 남겨주세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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