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빙판길 운전

Posted 2010. 12. 1. 23:39

지난주는 걱정의 한주였다고 할까. 지난 화요일에는 보이스 피싱 사건이 있었고, 지난 토요일에는 위험천만한 빙판길 운전에 관한 일화가 있었다.


지난 금요일 오후, 부산에서 일은 끝났으나 올라갈 길이 막힐 것 같아 토요일 새벽에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진해에 사는 친구를 만나 논 후, 토요일 새벽. 원래는 4시에 떠나려 했고, 알람도 맞춰 놨다. 그러나 그 당시 피곤했기에 한 시간 더 자기로 했고, 5시에 떠나게 되었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경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경부고속도로 - 올림픽대로였다. 새벽이라 그런지 차도 거의 없었다. 덕분에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는 시원스레 잘 달릴 수 있었다.


영동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바닥에 흰 가루가 좀 날리고 있었고, 고속도로가 바뀌어서인지 도로의 분위기도 달라진 느낌을 받았다. 어쨌건 전부터 속도를 내고 있었기에 여기서도 속도를 유지하며 달렸다.


그런데 차가 막히는 건 아닌데, 답답하게 가는 차들이 있었다. 자연스레 속도가 줄어들게 됐는데, 그 때 (정확히 차종이 기억은 안 나지만) 흰 색 산타페가 차들 사이로 쉭 지나갔다. ‘오, 저 차 잘 달리네. 따라가면 되겠다.’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5분 정도를 달렸나. 과속감지 카메라 때문이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기억이 안 나는데 나는 점점 속도를 줄여갔다. 당시 1차선을 달리고 있었는데, 2차선 앞쪽으로 트럭 한 대가 매우 천천히 가고 있었다. 아니, 거의 서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속도였다. 그러던 순간, 아까 보았던 흰 색 산타페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트럭 뒤를 박더니 3차선 쪽으로 튕겨나갔다. 차 파편이 1차선 쪽으로 떨어져 나왔지만, 다행히 위험한 정도는 아니었고,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아도 천만다행이었다. 산타페가 3차선이 아닌 1차선으로 튕겨나갔으면 영락없이 나도 사고가 날 상황이었다. 그러는 동시에 극도의 긴장감이 찾아왔다. 게다가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차가 갑자기 흔들거리며 미끄러졌다. 핸들을 꽉 붙잡으며 간신히 차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 빙판길이었다. 아까 본 흰 가루는 눈이었던 것이다.


긴장감과 함께 온갖 걱정이 찾아왔다. 일단 속도를 매우 줄였다. 이렇게 몇 분 달렸을까. 1차선과 갓길에 사고 차량이 서너 대 서있었다. 아주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180도 돌아간 차가 있었고, 모양을 보아하니 빙판길에 미끄러진 사고 같았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 길을 어찌 해쳐나가지.’


2,30 ~ 50 Km/H로 달렸던 것 같다. 빙판길일수록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떠올리며 최대한 조심히 운전하였다. 앞차와의 간격도 멀리 유지했다. 그래도 불안했다. 내 속도를 견디지 못했는지, 뒤에서 추월하는 차들이 옆으로 지나갈 때 특히 그랬다. 괜히 이 차들이 미끄러져 나한테 부딪히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 생겼다.


내비를 바라봐도 여전히 신갈 인터체인지까지는 많이 남았다. 길을 가면서 사고 차량을 몇 대를 봤는지 모르겠다. 우연히 백미러를 통해 뒤를 봤는데, 갑자기 뒤, 뒤에 있던 차가 획 돌더니 90도로 꺾여 갓길 쪽으로 미끄러지는 게 아닌가. 그리고 아까부터 눈발을 굵어졌다. 첩첩산중. 걱정은 태산같이 쌓이고, 미칠 지경이었다. ‘집에 무사히 갈 수 있을까.’ ‘이러다 사고 나는 거 아냐.’ ‘갈 수만 있다면 그냥 차 버리고 집에 가고 싶다.’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천신만고 끝에 고대하던(?!)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비가 엄청 퍼붓고 있었다. 눈길에 미끄러진 게 생각이 나 무조건 천천히 달렸다. 경부고속도로도 길이 미끄러운 지 제대로 확인도 못 했다. 도로가 안 좋았는지 경부와 올림픽대로에서는 차가 매끄럽게 달리질 못 했다. 나는 혹시나 타이어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닌가 걱정이 들기도 했다.


무사히 회사에 도착했다. 사고를 목격한 후부터 도착할 때까지 멍한 상태로 운전을 했고, 도착했어도 얼떨떨했다. 다시 생각해봐도, 사고가 안 난게 신기하다. 운전경력이 9년이 다 돼가지만 빙판길을 경험해본 적이 거의 없고, 이번처럼 홀로 장거리 운전을 해본 적도 없다. 이렇게 살 떨리게 운전해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게다가 눈앞에서 사고를 봐서인지 빙판길에서는 다시는 운전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어쨌건, 빙판길에서는 조심히 운전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휙 미끄러지거나, 다른 차가 와서 박으면 어쩔 수 없지만, 사고의 가능성은 줄일 수 있다. 급브레이크 밟지 말고 천천히 운전해야 한다. 브레이크도 되도록 밟지 말고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았다 땠다 하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앞차와의 간격도 멀리 떨어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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