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맥주

이게 다 맥주 때문이야.

시작도 그렇고, 끝도 그렇다. 맥주 때문이다. 즐거운 3일을 개운하게 마침표 찍지 못 하는 건 다 맥주 때문이다.

지산에 도착한 후 M-Pub이란 걸 봤는데, 거기서 맥주를 파는 모양이다. 밀러 드래프트... 오, 밀러~~~ 근데 가격이 4천원!! '음.. 여기 말고 다른 데도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돌아다녔다. ... 없다... 헐!!!!! 4천원을 주고 마셔야 한단 말인가. 만약 내가 지난 주에 펜타포트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그냥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펜타에선 (비록 카스였지만) 양도 많았고 3천원이었단말이다...ㅜㅠ

그래, 밀러, 수입맥주니 비싸겠지... 라고 생각은 했으나 좀 참았다. 갈증이 극에 달했을 때 마시고 싶었기에. (뭐, 가격도 한 몫 했다는 걸 부정하진 않겠다.;;) 참다 참다 3호선 버터플라이 공연 때 드디어 맥주 섭취~ 어라, 이거 왜 이래. 내 머릿속에서 기대한 맛이 아니었다. 전에 병맥으로 밀러를 마셔봤지만 이 맛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 입맛이 저질인가. 당최 맛있는 걸 모르겠다. 3일 동안 3잔 마셨다. 첫 날 두 잔, 마지막 날 한 잔. 페스티벌에서 이렇게 맥주를 안마시다니... 세 번 다 내 입맛에 별로였다. 처음 들이켰을 때 시원함만 있을 뿐 그 다음은 별로였다. 특히 거의 다 마실 때쯤은 뭔가 밍숭맹숭하고.. 암튼 너무 별로였다.;;;

결국 평소 잘 마시지도 않는 탄산음료를 사먹거나 다른 음료수를 사먹게 됐다. 아폴로 십팔(욕 나오는 상황 때문이 아니라, 팀 이름이 그렇고,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에...-_-)이 공연 중 '지산 바가지, 서민도 즐겨 먹을 수 있는 맥주를 준비해 달라'고 일갈했는데 어찌나 공감 되던지.ㅋㅋㅋ


2. 다른 음식

펜타때도 느낀 거지만 딱히 양 채우며 먹을 만한 게 많지 않았다. '이게 다야?' 또는, '이걸 이 가격을 받어?'라는 생각이 들게 한 음식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밥 위주로 계산한 게 아닌가 한다. 밥 한 끼 때우기엔 적은 양들이고, 즉 이건 그냥 중간에 출출할 때 먹을 간식거리로 여기면 그럴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음식은 그렇다 치는데, 술값은 좀 심하단 생각이 자주 들었다. 내가 럼주나 그런 술의 실 가격을 몰라서 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칵테일류로 파는 술이 좀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그만 봉지에 얼음 좀 넣고, 럼주 조금 붓고 주스 넣고.. 끝... 이러면 5천 원 정도... 뭐, 보통 바 같은 데서 칵테일 시키면 만 원 내외인가 그런 거 같긴 하다만... 그거랑 비교할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맥주 대용품(?!)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별로여서 내가 이러는 거일지도...

왜 500원단위는 없는 거야. 별게 다 2천 원이 돼버리는 음료수.

맥주도 그렇고 음식이나 다른 술도 그렇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비싸다고 몰아붙일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아니, 솔직히 물가를 잘 모르겠다. 그냥 나같은 저질 입은 싸고 양 많은 걸 원할 뿐... ~_~


3. 옷

공식상품코너에서 파는 옷... 작년과 값은 똑같은데 천은 좀 얇아진 거 같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티의 경우 원래 2만원인가에 팔려던 건데 갑자기 3만원이 돼버렸단 말도 있는 거 같고... 흠... 이런 건 자세히 모르니 여기까지.;;


4. 찜질방

텐트 치기도 모하고 따로 숙소를 잡지 못하여 찜질방 패키지를 택하였다. 그런데 공연 끝나고 찜질방으로 가는 버스 출발 시각이 새벽 1시였다. 그리고 찜질방에서 지산으로 향하는 버스 출발 시각은 9시. 이렇게 되면 잘 자야 6시간 정도. '잠 좀 자자'란 말이 나오는 일정.;;

공연이 11시 좀 넘어서 끝나는데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1시까지 버텨야 한다. 뭐 M 스테이지에서 작은 공연이 이어졌기에 멍 때리고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피곤한 건 사실. 이건 그렇다 쳐도 질방에서의 출발 시각이 좀 더 문제라고 본다. 9시에 떠나면 지산에 9시 반쯤 도착한다. 12시에 첫 공연이 시작하는 데 아무리 아침 챙겨먹는다 해도 2시간이 빈다. 피곤함에 지쳐있고 딱히 잘 만한 곳은 없다.

질방 하루 비용으로 2만원을 지불했다. 질방 가격을 보니 만 3천원. 오리역 셔틀이 3천원이었으니 그거 보다 짧은 거리인 질방은 2천원이면 될 거 같기도 하고, 많이 쳐서 3천원이래도, 뭐, 그렇다 치자. 어쨌건 질방 이용한다고 돈 냈는데 너무 불편하게 왔다간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다른 셔틀도 많고 하니 가까운 찜질방 셔틀의 출발 시각을 뒤로 미뤘을 수도 있겠다. 찜질방과 어떤 계약을 했으니 이용 시간을 정했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조금만 더 이용객을 생각해주며 일정을 잡았으면 어땠을 런지...


5. 의료지원소

의료지원소는 딱 한 군데 있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접근성이 좋지 않다. 물론 지도상으로는 가운데 위치해있다. 그러나 문제는 수영장 안쪽에 위치했다는 거. 수영장으로 향하는 쪽에 안내원이 서있어서 수영장 이용객인지 항상 검문(?!)을 한다. 의료소 간다고 하면 바로 들여보내줬는 진 확인된 바가 없어서 함부로 말 못 하겠다. 하지만 바로 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한 번 '검문'을 통과해야 한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왔는데 (그리고 아마도 많이 올 거라 충분히 예상할법한데) 의료지원소가 하나뿐인 것도 아쉽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쉽다.


6. 빅탑 스테이지와 그린스테이지와의 거리

두 무대 사이의 거리가 작년보다 멀어졌다. 작년엔 2, 3분이면 갈 거리였는데 올해는 5 ~ 7분 정도 가야 한다. 한 쪽 무대에서 공연이 끝나면 다른 무대에서 바로 공연이 시작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기에 이렇게 되면 앞뒤 공연을 놓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작년과 달리 수영장이 가운데 생기면서 짧게 갈 길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단지 수영장 때문인지 M 스테이지 쪽으로의 이동을 유도하려고 그런 건지 모르겠다.

암튼, 뭔 이유에서건, 두 무대.. 넘 멀었다. 뭐, 외국 타임테이블 보면 말도 안 되게 겹쳐서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여긴 외국이 아니잖은가. 그런 거 꼭 따를 이유도 없는 거 같다. 또 공연에 목마른 한국 관객들을 위해 이동 시간까지 고려한 시간표를 계획하는 건 어떨 런지...


7. 사람

사람 너무 많아졌다... 예상은 했다만, 공연 전체적으로 보면 야 많은 게 좋지만... 느무느무 많다. 작년에 내가 맘에 들었던, 잔디밭에 누워 편하게 즐기는.. 그게 사라졌다. 적당히 앉아서 누울 공간이 첫날부터 거의 없었으니...ㅜㅠ

지산보다 펜타가 사람이 적게 왔는진 모르겠으나, 어쨌건 펜타의 빅탑 스테이지 무대가 훨 넓다. 지산만큼 사람이 차면 어찌될 지 모르겠지만 좀 여유롭게 즐길 공간은 펜타가 더 적절할 듯.

그리고 그린 스테이지는 작년보다 작아진 느낌이다. 뭐, 옆으로 퍼져서 볼 수야 있었지만 무대가 제대로 안 보이고 화면을 간신히 볼 수 있는 각이었다. 잔디밭을 찾아 그 쪽으로 옯긴 것 같기도 하지만, 작년과 달리 그늘이 있는 무대도 아니고, 앞뒤로 좁고... 흠, 이건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지도...

약간 이야기가 샜는데 다시 사람 주제로 오면... 사람들... 왜케 쓰레기 아무 데나 버리고  치우질 않냐... 특히 탁자에서 뭐 먹은 다음 먹고 난 건 치우지, 그냥 가면... 다음 사람 그 자리에 앉기도 좀 꺼려지고, 아니면 결국 다음 사람이 치워야 되고... 게다가 잔디밭이나 길거리에도 그냥 쓰레기 막 버리니... 락페에에서 그 정도는 일탈로 봐줄 수 있지 않냐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그렇다. 이런 면에선 좀 보수적이려나...;

담배... 야외인데다 금연구역, 흡연구역 이런 게 따로 없으니 아무데서나 피는 건 이해하겠다만, 그래도 사람 옆에 있는 데 그냥 막 펴재끼며 담배 연기 팍팍 풍기는 건... 음.. 아무데서나 피는 거 이해한다는 것과 상충되려나. 자리 잡았다가도 담배연기땜시 다른 데로 가곤 했는데... 뭐, 분위기도 그렇고 워낙 자유롭게 피는 분위기였기에 이 얘긴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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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페스티벌 때 느꼈던 안 좋은 것들을 풀어봤네요. 요런 글이 나왔으니, 당연히 다음 글은 좋았던 것... 공연 이야기죠~ ㅎㅎ 다음 글도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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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대기시간

(몇몇 공연에서의 문제다.) 장비문제인가, 뮤지션 문제인가? 공연 시작 시각이 됐음에도 뮤지션은 등장할 기미가 안 보였다. 5분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그런데 10분, 20분 넘어가면... 좀 당황스럽다. 다음 공연 보러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 되는데 그럼 둘 중 하나를 많이 포기해야 한다.

앞뒤 공연 간격이 10분밖에 없을 때도 바로 잘 준비되었는데, 30분 이상의 준비 시간이 있었음에도 제 때 시작을 안 하는 건 쉽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잘 준비해놨는데 시작하려니 갑자기 문제가 생긴 것일까. 아니면 관객의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뮤지션이 일부러 늦게 나오는 것일까.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 다른 설명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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